그 동안 공급 과잉에 시달렸던 원유 시장이 내년에는 공급 부족에 시달릴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국 경제매체 마켓워치는 주요 산유국들이 감산 합의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고, 낮아진 유가 탓에 생산 설비 투자가 줄어든 덕분에 앞으로 국제유가 시장이 오름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고 2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최근 3년 넘게 원유 시장은 초과 공급에 몸살을 앓아왔다. 현재 원유 가격은 정점을 찍었던 2013~2014년과 비교했을 때 반토막난 상태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한 때 100달러를 넘기도 했지만 지난 26일 기준 52.64달러에 마감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 추이

하지만 지난 25일 알리안츠 글로벌 인베스터스, 제프리스, RBC 캐피탈 마켓 등 주요 금융사 애널리스트들은 산유국들이 수급 균형을 위해 쏟은 노력들이 결실을 맺고 있다며 내년에는 세계적으로 원유 가격이 상승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잇따라 보고서를 냈다.

알리안츠의 네일 드웨인 전략가는 “지금까지 미국의 셰일 오일 탓에 원유 시장은 초과 공급 상태에 이르렀고 가격은 하락 압력을 받아왔다”며 “하지만 그 결과로 원유 채굴을 위한 신규 투자가 줄어들어 원유 시장은 이제 곧 가격 상승과 함께 균형을 되찾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을 비롯해서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들은 다음해 3월까지 감산을 이행할 예정이다. 이들의 감산은 현재까지 1년 가량 지속되며 과잉 공급 문제를 완화시켰다. 국제 유가는 지난해 20달러 중반대까지 떨어졌으나 이후 다시 반등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또 드웨인은 “전세계 수요는 하루 9700만배럴로 탄력적인 상황이지만 공급은 그렇지 못하다”며 “하루 700만~800만배럴이 새로 추가 생산될 필요가 있지만 낮은 원유 가격에 생산자들이 쉽게 공급을 늘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그는 “셰일 오일 공급도 업체들이 사업을 유지하기에는 맞닥뜨린 문제들이 늘어나며 불안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오일 앤드 머니(Oil and Money)’ 컨퍼런스 내용과 상반된 주장이다. 행사에 참석한 주요 원유 시장 참여자들은 다음 해 미국 생산량 전망에 대해 낙관했고, 몇몇 업계 관계자들은 셰일 생산량의 정점이 다시 한 번 찾아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프리스의 제이슨 가멜 석유 애널리스트도 “미국 원유 생산량이 내년에 실망스러울 수 있다”며 “그 동안 가격을 억눌렀던 요소가 부분적으로 해소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 경제가 점차 살아나고 있는 반면 원유 생산은 이를 못 따라갈 가능성이 있다”며 “여기에 주요 산유국들이 감산을 내년 연말까지로 연장한다면 2019년까지도 공급 부족을 겪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RBC 캐티탈 마켓에서는 ‘고난으로부터의 탈출(Escape from Purgatory)’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내년 원유 가격 전망을 기존 50달러에서 51달러로 상향조정했고, 장기 목표가를 65달러로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