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자동차 할부 금융 업체인 현대캐피탈이 최근 차량 공유(카 셰어링) 시장에 뛰어들면서 전체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9월부터 제주도에서 '딜리버리카(이하 딜카)' 시범 서비스를 시작하며 '2박3일 무료 이용권' 제공 등 대대적인 시장 공세에 나서고 있다. 연내 제주도에서 수십억원을 마케팅에 쏟아부을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캐피탈의 진출로 제주 토종 기업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제주패스렌터카, 왕렌터카, 돌하루팡, 디씨렌트카 등 10여개 제주 벤처들은 무료 쿠폰을 앞세운 현대캐피탈의 물량 공세에 밀리며 매출이 20~50%씩 급감하고 있다. 차량 공유 업계 관계자는 "현대캐피탈이 차량 공유 시장의 테스트 베드 역할을 하는 제주도에서 빨리 안착한 뒤 내년부터 서울·대전·부산 등 주요 도시를 본격 공략할 것"이라며 "대기업의 직접 진출로 그동안 쏘카·그린카가 주도해온 전국 시장의 판도도 변화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 렌터카 업체와 계약…빠르게 차량 확보 대수 늘려

제주도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이유는 관광객이 많아 차량 임대 수요가 많은 데다 도로와 전기차 충전소 등 각종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새로운 비즈니스를 테스트하기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제주도에서 서비스를 이용한 관광객을 통한 소문 마케팅도 가능하다. 차량 공유 시장 1위 업체인 쏘카도 2012년 제주 지역에서 차량 100대로 시작한 뒤 서울로 진출했다.

후발 주자로 뛰어든 현대캐피탈은 쏘카·그린카와는 다른 전략을 택했다. 쏘카·그린카의 경우 자사가 6000~8000여대 차량을 구매·보유하고 10분 단위의 차량 임대를 주력 사업으로 내세우고 있다. 통상 3~8시간짜리 차량 임대가 대부분이다. 일반인의 차량을 등록받아 재임대해주는 차량 공유는 현행 법률하에서는 불가능해 직접 보유라는 차선책을 택한 것이다.

반면 현대캐피탈은 직접 구매·보유 대신에 중소 렌터카 업체와 제휴해 이들이 보유한 차량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현대캐피탈은 현재 전국적으로 100여곳의 렌터카 업체와 계약해 차량 2000여대를 확보한 상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앞으로 전국 1000여개 중소 렌터카 업체와 계약해 차량 2만여대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차량 구매에 엄청난 비용을 쓰는 경쟁사와 달리 이런 비용을 마케팅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이다. 현대캐피탈과 계약한 중소 렌터카 업체 관계자는 "고객이 2박3일 무료 쿠폰을 쓰면 우리는 차량을 제공한 뒤 현대캐피탈로부터 돈을 받는다"면서 "현대캐피탈은 이용자가 없을 경우에 계약 차량 1대당 월 60만~80만원씩 일부 현금 보전을 해준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직접 시장 진출에 일부에선 논란도

현대캐피탈의 제주 공략으로 토종 벤처 기업들의 실적은 급락하고 있다. 제주패스렌터카는 이달 매출이 전월에 비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2년 전 시장에 진입한 이 회사는 지금까지 매출이 급증하며 올해 150억원대 매출을 기대했다가 비상이 걸린 것이다. 이 회사 윤형준 대표는 "렌터카 업체와 제휴해 차량을 확보하는 모델은 우리가 처음 시작했는데 현대캐피탈이 베꼈다"며 "이 사업 모델로 제주도에서만큼은 시장 1위였는데 현대캐피탈의 공짜 쿠폰 공세 앞에선 속수무책"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현대캐피탈이 직접 차량 공유 시장에 진출한 데 대해 불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동안 이 시장에 진입한 SK그룹, 롯데그룹, 현대자동차 등은 모두 기존 벤처에 투자하는 방식을 택해 마찰을 줄였다. SK그룹은 2016년과 올해 쏘카에 7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롯데그룹은 2015년 그린카의 경영권을 인수했고 현대자동차는 올해 카풀(차 같이 타기)업체 럭시에 50억원을 투자했다.

제주 토종 업체들은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히고 있다. 디씨렌트카의 관계자는 "이마트에서 빵을 무료로 뿌리면 그 주변 빵집들이 견뎌낼 방법이 없다"며 "자동차 할부 업체인 현대캐피탈은 손해 보는 장사를 해도 렌터카 업체에 차량 할부 금융을 더 많이 해주면 벌충된다는 생각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제주 토종 벤처들은 이달 중순 금융감독원에 '현대캐피탈의 딜카 사업이 사실상 단기 렌터카 사업이기 때문에 불법'이라는 신고서를 제출했다. 여신금융법은 차량 할부 금융 업체가 1년 미만의 렌터카 사업을 할 수 없게 막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렌터카 업체들의 차량을 고객들에게 연결하는 중개만 하기 때문에 규제 대상이 아니다"며 "오히려 중소 렌터카 업체들의 차량 공유 시장 진입을 도와주는 상생 사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