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용 승강기 강점 내세운 '한진엘리베이터'
세계 최초 승강기 연달아 내놓은 '송산특수엘리베이터'

지난 20일 경기도 김포시 대곳면에 있는 한진엘리베이터 공장은 빠르게 돌아갔다. 국내 엘리베이터 산업이 외국 기업들에 주권을 내주고 침체기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무색할 정도로 활발한 모습이었다. 공장 한편에서는 레이저 절단기가 빠르게 움직여 엘리베이터에 들어가는 부품을 찍어내고 있었다.

박갑용 한진엘리베이터 대표가 20일 경기도 김포시 대곳면 한진엘리베이터 공장에서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윤동한 한진엘리베이터 상무이사는 "한진엘리베이터는 승객용·화물용·자동차용·병원용·전망용·장애인용·홈 엘리베이터 등을 자체 생산하는 승강기 전문기업"이라며 "최근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조성하는 아파트 대단지에 들어갈 엘리베이터를 만드는 데 한창"이라고 설명했다.

1987년에 설립된 한진엘리베이터는 30년간 꾸준히 '엘리베이터' 한 우물만을 파온 업체다. 일반 승객용 엘리베이터를 대량 생산하는 대기업과 달리 소규모로 맞춤 생산하는 화물용 엘리베이터에 강점을 갖고 있다. 2015년 기준 시공능력평가액은 서울·경기권 129개 업체 중 4위, 전국 453개 업체 중 11위(대기업 포함)다. 현재 중소 승강기 업체 70여곳 가운데 한진엘리베이터처럼 전체 제조 라인을 갖추고 주요 부품을 국산으로 조달할 수 있는 곳은 10곳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품질을 인정받아 2009년부터는 LH·SH 공사에 엘리베이터 공급을 시작해, 현재까지도 주 공급업체로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박갑용 한진엘리베이터 대표는 "엘리베이터 설계를 위한 자체 연구소를 기반으로 고부가가치 엘리베이터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 등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매출 170억원을 올린 한진엘리베이터는 올해 매출 200억원을 달성하고 내년부터는 해외 시장 공략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 송산, 골리앗 엘리베이터·화재 시 인명 구난용 엘리베이터 등 개발

1976년 충남기계공고에 수석 입학한 김기영 송산특수엘리베이터 대표는 4월 학교를 방문한 박정희 대통령과 독대했다. 당시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전교 1등을 놓친 적이 없었던 김 대표는 가구 사업을 크게 하던 부친이 경영상 어려움에 부닥치자 일반고 진학을 포기하고 실업계 공고에 입학했다. 실업계 고교 독려차 그해 충남기계공고를 방문한 박 대통령은 김 대표에게 "나라에 꼭 필요한 일을 하라"고 말했다.

김기영 송산특수엘리베이터 대표가 20일 경기도 시흥시 시화공단 송산특수엘리베이터 공장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한 화재 시 인명 구난 역할을 하는 엘리베이터 '엑스베이터(X-vator)'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일 경기도 시흥시 시화공단 송산특수엘리베이터 본사에서 만난 김기영 대표는 "대통령의 당부대로 '세상에 도움이 될 일'을 고민하다가 엘리베이터를 평생 사업의 아이템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가 땅이 좁은데, 급격하게 발달하고 있어 큰 빌딩들이 많이 들어설 것이고 그에 따라 엘리베이터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엘리베이터 연구에 매달린 김 대표는 대학 졸업 후 당시 세계 1위 엘리베이터 회사인 오티스에 입사해 29세에 아·태지역 연구개발 이사로 승진했다. 김 대표는 "엘리베이터에만 푹 빠져 일하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11년이 흘러 있었다"며 "어린 시절 '우리나라에 꼭 필요한 일을 하자'고 결심했던 것을 떠올리며 회사를 박차고 나와 송산특수엘리베이터를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창업 후 송산특수엘리베이터는 기계실 없는 모듈러 엘리베이터, 세계 최대 규모인 지하 350m 경사형 엘리베이터, 300명을 한꺼번에 태울 수 있는 골리앗 엘리베이터, 세계 최초 고층빌딩 화재 시 인명 구난용 엘리베이터 등 '세계 최초의 기록'을 연달아 만들어냈다.

김 대표는 "한때 국내 기업들의 승강기 시장 점유율은 97%에 달했지만 지금은 82.5%가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내 승강기 시장의 주권을 되찾기 위해선 독자적인 기술 개발이 필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송산은 2000년부터 해외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아 현재 20여개국에 특수 엘리베이터를 수출하고 있다. 올해 달성한 매출 220억원 중 해외 비중은 40%에 달한다.

김 대표는 "한국은 엘리베이터 산업이 가장 발달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지만 대기업들이 외국 기업에 기술력을 의존하면서 국내 승강기 산업 주권을 외국에 내주고 말았다"며 "다른 기업이 따라올 수 없는 기술력을 통해 잃어버린 국내 시장과 주권을 되찾아오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