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평형수관리협약, 황산화물(SOx) 배출 규제를 앞두고 국내 최대 선사인 현대상선과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을 중심으로 하는 태스크포스(TF)가 구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KMI는 해운, 항만, 해양, 수산산업을 연구·조사하는 국무총리실 산하기관이다.

20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IMO의 환경 규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KMI와 전략적 협력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해사안전 전문가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KMI와 함께 해운업계에 필요한 환경 규제 대처 방안을 연구한다는 것이다.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은 KMI 뿐 아니라 여러 업계‧기관 내 전문가들과 협력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대상선 사외이사, 해양수산부 총괄자문위원장 등을 맡고 있는 전준수 서강대 경영학부 석좌교수와의 협의하고 있다. 유 사장과 전 교수는 국내 모든 선사들이 IMO 환경 규제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도록 논의를 확대 중이다. 특히 환경 규제에 필요한 각종 설비를 설치하려면 조선소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조선업계와의 협력도 고려하고 있다.

유 사장은 지난 11일 글로벌 해운전문지 JOC가 주최한 콘퍼런스 기조연설자로 참석해 “인류와 환경보호를 위해 IMO 규제에 적극 동참할 필요가 있다”며 “해운‧항만‧물류 관련 업계가 정보 공유 등 협조를 통해 대비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KMI도 현대상선과 전략적 협력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양창호 KMI 원장은 “IMO의 규제가 우리나라 선사에 미치는 영향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처나 대응을 어떻게 해야 할지 구체적인 내용을 만들어야 할 시점”이라며 “KMI가 특정 선사하고만 일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국내 최대 선사인 현대상선과 공동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면 좋다고 본다”고 했다. 양 원장은 현대상선이 아닌 다른 선사들과의 협력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해상안전, 해양오염방지, 해상보안 등에 관한 국제협약을 관장하는 UN(국제연합) 산하기관 IMO는 2019년 9월부터 세계 모든 선박에 선박평형수처리장치(BWTS) 설치를 의무화하는 선박평형수관리협약을 시행할 예정이다. 이어 2020년 1월부터 선박연료유의 황 함유율을 0.5% 이하로 강화하는 황산화물(SOx) 배출 규제가 시작된다. SOx 규제에 따라 선사들은 선박에 탈황장치(스크러버)를 설치하거나 액화천연가스(LNG)를 연료로 쓰는 LNG추진선으로 선박을 교체해야 한다.

해운업계는 IMO의 각종 환경 규제가 시행되면 선사들이 노후 선박들을 대거 폐선하거나 운항 중단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항해 중인 선박 중 4분의 1가량이 노후선박인 것으로 추산된다. 노후 선박이 일부라도 사라질 경우 해운 불황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됐던 선박 공급 과잉이 일거에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선사가 IMO 환경 규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경우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해운업계는 IMO 규제 시행이 2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아직 제대로 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SOx 규제의 경우 ‘저유황유 사용’, ‘LNG추진선 건조’, ‘스크러버 설치’ 등이 대처 방법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각 방안에 대한 기본적인 장‧단점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국내 해운업계에서는 LNG추진선을 건조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의견과 스크러버를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전준수 교수는 “2020년 IMO 규제가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저유황유, 스크러버, LNG추진선 등에 대한 자료를 집중적으로 모아야 한다”며 “현대상선과 KMI가 공동 연구를 통해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