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현 삼성전자(005930)부회장이 용퇴하기로 하면서 삼성의 사장단 등 대규모 임원 인사가 예상되는 가운데 새로운 형태의 컨트롤타워 부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올해 2월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이 해체됐으나 계열사 간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직이 어떤 형태로든 필요하다는 의견이 삼성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 삼성 대규모 임원 인사 실시될듯…'이재용 사람들' 부상 가능성
권 부회장은 삼성전자 반도체·디스플레이 사업을 총괄하는 DS(Device Solutions) 부문장과 이사회 의장,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직을 겸직하고 있다. 권 부회장은 DS 부문장과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에서 사퇴했으며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에선 임기가 끝나는 내년 3월 물러나기로 했다.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이 삼성전자 DS 부문장을 맡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또 권 부회장의 용퇴로 60대 사장단을 교체하는 세대교체 바람이 불면 대규모 쇄신 인사가 실시될 가능성이 커진다. TV 부문에서는 김현석 사장, 휴대폰 부문에서는 고동진 사장이 차세대 주자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용 부회장의 측근인 정현호 전 미래전략실 인사팀장(사장)의 삼성전자 복귀설도 제기된다. 정 전 사장은 이재용 부회장의 '하버드대 인맥'으로 분류된다.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 등과 함께 이 부회장의 유학 시절 지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본인은 "잘못 알려졌다"며 부인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인사 시즌과 맞물리면서 미전실 인사팀장을 역임했던 정 전 사장이 거론되는 것 같다"면서도 "다만 미전실 해체 당시 책임지고 물러난 상황에서 이를 뒤집을만한 명분이 뚜렷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SDI 등 삼성의 전자 계열사들은 사업 연관성이 높아 그동안 인사 교류가 활발한 편이었다.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임원 인사가 다른 계열사에도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전영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은 올해 3월 삼성SDI(006400)대표이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안태혁 삼성전자 시스템LSI제조센터장이 삼성SDI 소형전지사업부장(부사장)으로 승진 이동했다.
안태혁 부사장 이전에 삼성전자 시스템LSI제조센터장을 역임했던 하상록 부사장은 삼성전기(009150)의 AC사업부장에 선임됐다. 이밖에 2015년에는 전동수 삼성SDS 대표이사가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장으로, 이윤태 삼성디스플레이 LCD개발실장이 삼성전기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 커지는 컨트롤타워 필요성…삼성은 "부활 없다" 고수
삼성 안팎에서는 미전실 해체 후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 부회장이 구속되고 미전실이 해체되면서 그룹 전반을 살펴보는 사람이 없어지자, 인사나 투자와 같은 중요한 결정이 늦어지면서 생기는 부작용이 생각보다 크다는 게 이유다.
특히 문책 인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데 따른 내부 불만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부사장이 징계성 인사 조치를 당한 사례가 나왔지만, 이 부회장이 구속된 후 예년에 비해 빈도가 크게 줄었다고 한다. 삼성 관계자는 "과거 임원 인사는 미전실이 보고를 올리면 이재용 부회장이 결정을 내렸는데, 이게 마비된 상태"라며 "과감한 투자를 앞장서서 내릴 수 있는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삼성그룹을 전자, 금융 등 소그룹을 묶어 각각에 전략과 인사 중심의 컨트롤타워를 둘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삼성이 '컨트롤타워 부활'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 단기간에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삼성 관계자는 "소그룹으로 나누면 컨트롤타워가 여러 개 생긴다는 것인데, 현실적으로 단기간에 진행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의 주력 계열사들은 당분간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강화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과거 2008년 '비자금 특검' 때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등기이사(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하고 이학수 전략기획실 부회장이 물러나면서 이사회 중심의 의사결정 체제를 마련하기로 했었다.
김경민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향후 본업은 컨트롤타워에서 담당하고, 이사회 의장은 주주의 거버넌스를 강화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면서 "중장기적으로 삼성전자가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의장(Chairman)을 따로 두고, 최고경영자와 이사회의장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