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루미늄과 구리 제품에 대해서만 품질 조작을 인정했던 고베제강이 선재 등 일부 철강제품에 대한 데이터까지 조작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알루미늄에서 시작된 품질 조작 사태가 철강까지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3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고베제강은 자동차 엔진 부품이나 볼트‧너트로 사용되는 선재에 대해서도 품질을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고베제강은 자동차에 사용되는 밸브 스프링용 선재 부문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50%를 차지하고 있다. 가와사키 히로야 고베제강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추가 조작 의혹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일본 3위 고베제강은 글로벌 철강업체 중 드물게 철강사업과 알루미늄사업을 병행했던 업체다. 만약 주력 제품인 철강에서도 품질을 조작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고베제강은 물론이고 일본 제조업계 전체가 신뢰를 크게 잃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고베제강은 지난 8일 알루미늄과 구리에 대한 품질 조작을 인정한데 이어 지난 10일에는 철분(철가루)과 합금제품에 대해서도 품질 조작을 인정했다. 조작을 추가 인정한 합금은 6611개고, 철분은 140톤 규모다.

지난 8일 일본 도쿄에서 고베제강 관계자들이 일부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성능 자료를 조작한 것에 대해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고베제강이 처음 조작을 인정한 제품은 알루미늄 1만9300톤, 구리 2200톤 등이다. 특히 알루미늄은 경량화 소재가 필요한 항공기, 자동차, 기차 등에 주로 사용됐다.

당초 부적합 알루미늄을 사용한 기업으로는 도요타, 스바루, 마쓰다, 미쓰비시중공업, JR도카이 등 주요 일본 기업들이 거론됐다. 이후 고베제강이 보잉, 제네럴모터스(GM), 포드, 테슬라, 푸조, 현대자동차 등 다른 글로벌 제조업체에도 부적합 제품을 납품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번 사태가 일본 내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스캔들로 커지는 모양새다. GM, 포드는 이미 자체 조사에 나섰다.

현대차(005380)도 고베제강의 품질 조작 사태가 발생한 이후 이 회사 알루미늄 제품을 사용한 현황을 조사한 결과 아이오닉과 니로에 부적합 알루미늄 제품이 일부 사용된 것을 확인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차량 경량화를 위해 아이오닉과 니로의 차량 후드 안쪽에 기능을 보완하는 소재로 고베제강의 알루미늄 제품이 일부 사용된 것을 확인했다”며 “미국과 유럽에서 안전 테스트를 받은 결과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다시 한 번 정밀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고베제강은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인 보잉에도 품질을 조작한 알루미늄 제품을 납품했는데, 이를 이용해 제작한 항공기를 대한항공(003490)이 구매해 사용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자사 항공기 중 일부에 고베제강 알루미늄 부품이 사용된 것을 확인했지만, 중간재로 사용됐기 때문에 안전에 이상이 없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