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과 부동산 투자에 안주하지 말고 우량 해외 기업 투자로 눈을 돌려야 합니다. 글로벌 분산 투자야말로 노후에 대비하는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조성식 미래에셋생명 고객자산운용본부장은 변액보험 자산을 글로벌 자산에 분산 투자해 높은 수익률을 올리면서 보험자산 운용 업계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다. 조 본부장이 운용을 총괄하는 변액보험 펀드 중 2014년 4월 출시된 미래에셋생명 변액보험 MVP펀드는 지난달 순자산 6800억원을 돌파했다. 국내 출시된 자산배분형 변액보험 펀드 중 가장 인기다. MVP 펀드는 주식 비중에 따라 MVP30, MVP50, MVP60 등으로 나뉘는데 이 중 주식과 채권 비율이 약 6대4로 구성된 글로벌 MVP60펀드는 설정 이후 누적 수익률 20.1%를 기록 중이다.
성과의 바탕에는 과감한 글로벌 투자 전략이 있다. 생명보험사 변액보험의 평균 해외투자 비중이 11.5%에 불과한 상황에서 미래에셋생명은 지난달 말 기준 자산의 64.6%를 글로벌 자산에 투자했다. 조 본부장에게 해외 자산 투자법에 대해 들어봤다.
―왜 해외 투자를 강조하나.
"선진국 연금 수령자들은 한국보다 훨씬 더 연금을 많이 받는다. 기관이 운용을 잘하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의 경우 지난 10년간 4.4% 수익률을 냈고, 캐나다 연기금도 같은 기간 연평균 6.8% 수익을 냈다. 하지만 한국 퇴직연금 연 수익률은 1.6~1.9% 수준으로 매우 부진하다. 제대로 자산 배분을 못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변액보험도 마찬가지다. 평균적으로 국내 주식에 90% 가까이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매우 위험한 투자다. 주식이 채권 등 안전 자산보다 장기 수익률은 좋다는 주장은 미국 시장에서만 검증된 이야기다. 한국의 주식시장이 계속 우상향한다고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한국과 닮은꼴로 꼽히는 일본 시장을 보자. 버블 붕괴 직전 1989년 3만을 돌파했던 닛케이 지수는 아직도 고점 회복을 못 하고 있다. 적절히 분산 투자를 하지 않으면 그만큼 위험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한국 주식시장이 좋았는데.
"한국 유가증권시장은 지난 5년간 박스권에 갇혀 있었다. 이번 박스권 엑소더스를 주도한 건 반도체 산업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5월 이후 코스피 지수가 1년간 211포인트 늘었는데, 이 중 231포인트가 삼성전자가 기여했다. 삼성전자 랠리가 언제까지 이어질까. 반도체 산업 주도권은 과거 일본에서 1990년대 한국으로 넘어왔다. 일본은 그 이후 계속 하향세를 걷고 있다. 만약 반도체 강국 지위가 한국에서 중국으로 넘어가면 어떨까. 투자 포트폴리오를 한국 주식 자산 대부분으로 채우는 건 위험한 일이다. 물론 다행인 점은 반도체는 600개 공정을 거쳐 만들어지기 때문에, 모든 부문을 중국이 따라잡으려면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주도권이 짧으면 5~10년 뒤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당분간은 한국 반도체가 유망한 투자처라는 말로 여겨진다.
"반도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과점 지위를 가지는 시장이다. 수요에 따라 단일 종목의 변동성이 매우 크다. 지금은 반도체 호황을 빅데이터·클라우드 서비스 등이 이끌고 있다. 자율주행차의 시대가 오면 반도체 수요가 한 번 더 폭증하게 된다. 하지만 아직 자율주행차는 통신 등 관련 기술 발달, 기술 표준화, 규제 이슈 등이 많이 남아있다. 즉 '반도체 수퍼 사이클'이 언제 올지 쉽게 예상할 수가 없다. 여러 군데 분산 투자하는 것이 노후에 대한 예의라고 본다."
―한국은 노후 대비 주요 투자 수단으로 부동산을 꼽는 경향이 많다.
"만약 한국 경제가 일본과 같은 경로를 걷게 된다면, 부동산 불패가 계속되지 않을 수 있다. 또 일본은 한국보다 일본 부동산을 사려는 외국인이 많다. 하지만 한국 부동산 시장은 제주도를 제외하면 철저히 내수 시장이다. 앞으로 베이비붐 세대가 자녀 세대에게 상속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하면 상속세를 낼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집을 파는 경우가 많아질 것으로 본다. 이를 떠받치기 위해서는 외국인 투자자, 특히 중국 부호라는 새로운 수요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서울의 부동산 매력도는 런던, 밴쿠버, 시드니, 홍콩 등의 다른 대도시보다 떨어진다."
―어떤 자산에 분산 투자해야 하나.
"앞으로 바뀔 세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인공지능(AI)·빅데이터 기술 발전으로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기존 산업들도 바뀌고 있다. 한국에 해당 기술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 없다면, 세계적인 기업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특히 미국의 페이스북·아마존 같은 IT(정보기술) 기반의 서비스업이 유망하다고 본다. IT 기반 서비스업 기업은 IT 하드웨어 기업보다 대체가 잘 안 된다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노후 투자에 더 적합하다. 또 중국의 IT 기반 서비스업도 주목해야 한다. 미국 IT 기업들은 유럽이나 한국 등 다른 시장에서도 점유율이 높지만, 중국 시장에서는 기를 못 펴고 있다. 중국 정부가 자국 내에서는 미국의 IT 기업이 아닌, 이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자국 기업을 키우기 때문이다. 올해 상하이지수가 연초 대비 7~8% 올랐는데, 그중에서도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노후 대비를 위한 장기 자산은 복리 효과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천천히 눈덩이 굴리듯 운용해야 한다."
―개인은 어떻게 해외 투자를 하면 좋은가.
"아무래도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면 좋다. 현재 국내에서 비과세 해외 투자가 가능한 제도는 비과세 해외펀드와 변액보험 둘뿐이다. 그러나 비과세 해외펀드의 경우 올해 말 비과세 혜택이 종료된다. 더구나 아직 국내에서 변액보험에 대한 인식이 좋지 못해 안타깝다. 과거에는 운용사가 고객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원리금 보장 강박증'을 벗어나지 못한 점이 변액보험 수익률을 갉아먹었다. 원리금 보장에 집착하면, 정기예금 금리와 수익률이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 또 예전에는 고객과 직접 만나는 대면 채널에서 변액보험을 많이 팔다 보니 사업비 비중이 높았다. 가입 후 7년은 있어야 해지환급금이 납입 보험료 수준이 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온라인 변액보험으로 가입하고, 추가납입 제도를 이용해 수수료 부담을 크게 낮추는 소비자도 많다. 변액보험을 해외 투자 수단으로 따져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