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이 계속 하락하면서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들의 수심이 깊어지고 있다. LCD TV 수요가 크게 부진한 데 이어 중국에서 8세대 LCD 생산설비를 증설해 공급이 늘어난 것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지역의 10세대 LCD 공장이 본격 가동되는 내년부터는 불황이 더 가속화할 전망이다.

12일 증권가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 TV용 LCD 패널 가격이 거의 모든 인치대에서 3~4% 수준으로 하락했다. 지난해 이후 공급부족으로 줄곧 강세를 나타내온 모니터와 노트북 패널도 각각 2%, 1%대 떨어졌다. 전체 LCD 패널 평균 가격도 7월 102.7달러에서 9월 97.6달러로 하락해 4.9% 줄었다.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BOE의 패널 공장 내부 전경.

일반적으로 디스플레이업계 성수기로 꼽히는 3분기에 진입했지만, LCD 패널 가격이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TV 수요가 급격하게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BOE, 이노룩스 등 중국계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공급량을 점진적으로 늘려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2분기 LCD TV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6.5% 하락했다. LCD 수요가 그만큼 줄고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올해말부터 내년까지 공급과잉 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 2015년까지 8세대 생산라인 투자에 머물렀던 중국 패널업체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10.5세대 생산라인에 대한 투자를 고려하기 시작했고, BOE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BOE는 허페이에 월 12만장 규모의 10.5세대 생산라인 투자를 시작하며 내년 상반기에 가동을 시작할 방침이다. 최근에는 우한에도 월 12만장 규모의 추가적인 10.5세대 생산라인 투자를 확정했다.

BOE뿐만 아니라 CSOT도 지난해 8월 투자를 발표하고 올해부터 장비를 발주하며 현재 생산라인을 증설 중에 있다. CSOT의 10.5세대 생산라인은 월 9만장 규모로 2019년 7월 본격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폭스콘 또한 중국 광저우에 2020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월 9만장 규모의 10.5세대 생산라인 증설을 확정했다. 최근에는 미국 위스콘신주에 디스플레이 패널 생산공장을 위해 향후 3년간 100억달러(약 11.2조원)를 투자할 예정이다.

내년부터는 LCD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의 괴리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신영증권은 올해 디스플레이 패널업체들의 연간 공급면적 증가율이 3% 수준에 그친 반면, 내년에는 중국 패널업체들을 중심으로 생산량이 빠르게 증가하며 연간 공급 증가율은 7%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올해 2분기부터 가동이 시작된 BOE, HKC의 8세대, 8.6세대 생산라인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BOE의 첫 번째 10.5세대 생산라인 또한 내년 1분기부터 조기 양산에 돌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CEC-판다의 8.6세대 생산라인 또한 내년 2분기 가동을 목표로 현재 증설 중에 있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아직 중국계 기업들의 10세대 LCD 공장 가동이 본격화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벌써부터 공급과잉 조짐이 뚜렷한 건 내년부터 LCD 불황이 당초 예상보다 더 나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라며 "3분기를 기점으로 LG디스플레이 등 아직 LCD 패널에 대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의 실적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