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경험이 전혀 없어도 뚜렷한 주관과 남다른 통찰이 느껴지면 채용합니다. 증권사, 전자회사, 마케팅업체 등 출신 분야는 정말 다양합니다. 이런 사람들이 모여 어떤 결과를 만들어 왔을까요. LB인베스트먼트의 여러 투자회수 성공사례가 답변을 대신할 겁니다.”

범(汎) LG가(家) 벤처캐피털 LB인베스트먼트에서 벤처캐피털(VC) 부문을 이끌고 있는 박기호 대표는 산책과 와인을 즐기는 멋쟁이다. 특유의 선한 미소로 상대방을 무장해제시키는 매력까지 지녔지만, VC 업계에 대해 논할 땐 30여년간 벤처 투자를 심사해온 베테랑으로 돌변한다.

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벤처캐피털 부문 대표

선선한 초가을 바람이 불던 지난 9월 28일 서울 강남구에서 박 대표를 만났다.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투자한 게임회사가 최근 증시에 상장돼 좋은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고, 중국 IT(정보기술)업체에 투자한 자금 중 일부도 성공적으로 회수했다”며 “추석 연휴를 기다리는 회사 분위기가 어느 때보다 좋다”고 말했다.

박 대표가 언급한 게임회사는 PC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검은사막’을 개발한 펄어비스다. LB인베스트먼트는 2014년 이 회사에 50억원을 투자했는데, 현재 20배(1000억원) 정도의 수익이 예상되고 있다. 9월 14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펄어비스는 공모가(10만3000원)보다 10.39% 오른 11만3700원(9월 29일 종가 기준)에 거래되고 있다.

또 LB인베스트먼트는 2015년 중국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앱) 1위 업체 ‘탄탄(tantan)’에 투자한 600만달러 가운데 일부인 200만달러를 최근 중국 대형 인터넷기업에 400만달러를 받고 매각했다. 투자 2년 만에 100% 수익을 거둔 것이다.

“두 회사 모두 투자를 결정하기 전까지 신중하게 고민하고 검토했습니다. 특히 펄어비스의 경우 PC 온라인 게임을 만든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했죠. 아무래도 요즘 추세가 모바일 게임이니까요. 내부적으로 갑론을박이 심했습니다.”

LB인베스트먼트는 온라인 게임 특성과 펄어비스 개발팀의 역량, 해외시장에서의 반응·평가 등을 다각도로 조사하고 투자 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했다. 마침내 심사역들의 의견이 ‘투자 진행’으로 모아졌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LB인베스트먼트가 투자한 게임 개발사 펄어비스가 만든 온라인 게임 ‘검은사막’

박 대표는 “심사역을 채용할 때 지원자의 과거 투자 경험은 일절 보지 않는다”며 “VC와 전혀 무관한 경력자여도 몸 담았던 업계에서 어떤 통찰력을 갖고 나름의 전문성을 키워왔는지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이들이 머리를 맞대고 합의점을 도출해낸 투자 결정은 대체로 긍정적인 결과를 낳는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해외 기술 동향에 민감하고 호기심이 왕성한 얼리어답터(early adopter·새로운 기술에 관심이 많고 신제품을 남들보다 빨리 경험하는 사람)일수록 벤처캐피탈리스트로서 뛰어난 통찰력을 자랑한다”며 “우리의 모든 투자 성공사례가 심사역의 남다른 안목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LB인베스트먼트는 2009년 항공기부품업체 하이즈항공(221840)에 50억원을 투자해 7배 수익을 거뒀다. 6배 수익을 낸 시각특수효과업체 덱스터(206560)와 투자원금의 3배를 회수한 바이오신약 개발사 에이티젠, 5배를 벌어들인 중국 온라인 비디오스트리밍업체 PP스트림 등도 LB인베스트먼트 구성원이 발로 뛰어 찾아낸 기업들이다.

박 대표는 내년부터는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성장잠재력이 큰 신흥국에 대한 투자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또 중국 국민의 구매력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헬스케어 관련 투자도 적극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2016년 8123달러를 돌파했다.

박 대표는 “국내 벤처와 VC 시장이 지난 30여년 동안 큰 발전을 이뤄냈지만 창업 선진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며 “유능한 인재가 좀 더 과감히 벤처 생태계에 뛰어들어 마음껏 기량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젊은 심사역들과 힘을 합쳐 청년 CEO의 꿈이 현실로 이뤄질 수 있도록 역량을 보태겠다”고 덧붙였다.

LB인베스트먼트 창립 20주년이던 2016년 7월 5일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열린 창립 20주년 행사 모습


☞LB인베스트먼트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4남인 구자두 회장과 그의 장남인 구본천 대표이사가 이끌고 있는 투자회사다. 남동규 대표가 사모펀드(PE) 부문을, 박기호 대표가 VC 부문을 각각 맡고 있다. 보통 투자회사는 PE를 주력으로 삼는 경우가 많은데, LB인베스트먼트는 VC 부문 경쟁력이 더 강한 편이다. 전체 운용자산 9500억원 가운데 6500억원가량을 VC 부문에서 굴리고 있다. VC 부문은 2015년 1100억원, 지난해 1200억원의 투자회수 실적을 기록했다. 인기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게임즈, 부동산 정보 서비스업체 직방 등도 LB인베스트먼트가 투자한 기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