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일 휴대폰 보조금의 상한(上限) 규제가 폐지되면서 통신업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3~4년 전과 같이 통신 3사가 막대한 휴대폰 보조금을 쏟아부었던 '공짜폰 경쟁'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당장 이날 KT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J7에 주는 휴대폰 보조금을 최대 34만5000원으로 인상하면서 '공짜폰'으로 내세웠다. 정부가 3년간 규제했던 '최대 33만원 보조금 상한'의 벽(壁)이 한순간에 무너진 것이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이날 일부 스마트폰의 보조금을 인상하며, 소비자의 반응을 살피기 시작했다. 통신업체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 70만~80만원짜리 고가의 스마트폰까지 공짜로 만들 정도로 엄청나게 휴대폰 보조금을 뿌려대던 시절로 회귀할지 통신 3사 모두 시장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30만원대 스마트폰 속속 공짜폰으로 등장
휴대폰 보조금 상한제는 3년 전 휴대폰 판매 시장의 지나친 과열을 막기 위해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의 주요 조항으로 등장했다. 정부가 정한 한도액 이상으로는 통신업체가 휴대폰 보조금을 주지 못하도록 강제한 것이다. 하지만 당시에도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는 지적에 따라 3년 일몰(日沒·정한 기간이 지나면 효력이 사라짐) 조항이 됐고, 9월 말로 3년이 지난 것이다.
1일 KT가 보조금을 인상한 삼성전자 갤럭시J7의 출고가는 39만6000원이다. KT는 6만원 요금제 고객에게 지급하는 보조금을 기존 30만원에서 34만5000원으로 올렸고, 여기에 휴대폰 판매점에서 주는 추가 보조금(통신업체 보조금의 15%)을 합치면 총 보조금은 39만6750원이다. 공짜폰이 된 것이다. KT 관계자는 "갤럭시J7은 KT에서만 살 수 있는 전용폰으로, 상한제 폐지에 맞춰 고객의 반응을 보기 위해 공짜폰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이날 LG전자 스마트폰 'X-300'과 중국 TCL알카텔 '쏠프라임'에 주는 보조금을 인상했다. LG전자의 X-300(출고가 25만3000원)에는 요금제와 상관없이 보조금을 22만원 지급해, 판매점의 추가 보조금과 합치면 고객들이 공짜로 살 수 있게 했다. 또 출고가 33만원짜리 '쏠프라임'에 주는 보조금도 19만원에서 25만원으로 인상했다. 공짜는 아니지만 실구매가 4만원 정도면 살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LG전자의 'LG스타일러스2' 보조금을 기존 24만5000원에서 27만8000원으로 올렸다.
◇추석 연휴 끝나면 보조금 경쟁 본격화할 수도
아직은 시장이 과열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10일간의 추석 연휴에 들어가면서, 일요일과 추석·다음날(1·4·5·8일)엔 휴대폰 개통을 하지 않기로 정한 데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전국 특별상황반'을 운영하고 있다. 상한 규제의 폐지가 곧바로 시장의 과열로 이어지지 않도록 감시에 나선 것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보조금 상한제 폐지에 편승해 판매점들 사이에서 고객 유치를 위한 현금 살포가 기승을 부릴 것을 우려해 9일까지 전국 유통망과 온라인 판매 사이트를 집중 감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추석 연휴 이후 보조금 경쟁이 서서히 가열될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통신업체들이 당분간은 상대방 눈치를 보며 탐색전을 벌이겠지만 통신 3사 중 한 곳이 도발을 하면 다른 업체들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는 통신 3사가 출혈 경쟁을 벌일수록 스마트폰을 더 싸게 살 수 있고, 유통 대리점들도 돈이 풀리는 것을 반긴다.
한 통신업체 임원은 "100만원대인 삼성 갤럭시노트8이 공짜폰이 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통신업체들이 각 사의 40만원대 전용폰에 보조금을 싣는 방식으로 공략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단통법에 '전국 모든 판매점에서 차별 없이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 과거와 같이 일부 판매점에서만 치고 빠지는 식으로 거액의 보조금을 쓰기는 힘들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