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통 이전부터 적자가 예견된 철도가 국가 재정을 좀먹고 있다. 부풀려진 예측 수요로 개통 하자마자 적자 우려에 시달리다 결국 민간 사업자가 정부에 손을 벌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일부 민간 사업자는 만 65세 이상 고령자를 비롯한 무임승차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무임승객에게 돈을 받는다고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나랏돈을 아끼려는 정부와 표를 얻으려는 국회, 그리고 일단 사회간접자본(SOC)을 유치하려고 보는 지자체의 유착관계를 끊지 않으면 적자노선은 계속 생겨날 가능성이 높다. 왜 적자노선은 끊임없이 탄생하며, 악순환을 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3부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우이신설선, 개통 하자마자 ‘적자 걱정’…하루 13만명 타야 하는데 44% 뿐

지난 11일 오전 11시18분, 의정부 경전철이 돌연 멈춰섰다. 회룡역과 발곡역 사이 선로에서 신호 오류가 발생해 운행 중이던 4개 경전철의 양방향 운행이 2시간30분 간 중단됐다. 이 과정에서 두려움에 떨던 승객들은 하차하기까지 약 1시간 동안 열차에 갇혀 있어야 했다.

지난 5월 의정부 경전철은 3600억원대의 누적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국내 1호 '파산철'이 됐다. 현재 임시 체제로 운영되고 있고, 조만간 인천교통공사가 1년 간 위탁 운영을 맡을 예정이다. 일단 열차는 달리고 있지만, 시(市)가 파산신청을 한 기존 사업자를 대신할 또 다른 사업자를 찾지 못하면 열차 운영은 위태로워진다. 시한부와 다름 없다.

그러나 새로운 사업자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익이 안 나 파산신청까지 한 경전철을 선뜻 맡으려는 사업자가 없기 때문이다. 하루 8만명이 이용할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 탄생한 의정부 경전철은 현재 하루 이용객이 1만명도 안되는 날이 적지 않다. 파산선고를 받은 이후로도 열차는 한산했다.

10일 오후 우이신설선 북한산우이역에서 승객들이 열차에 탑승하고 있다. 승객 중에는 북한산 등산을 마친 노인 등산객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었다.

비슷한 분위기가 지난 2일 개통한 서울 1호 경전철 '우이신설선'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우이신설선은 서울 동북지역 북한산(우이동)에서부터 출발해 수유동, 삼양삼거리, 정릉, 아리랑고갯길 등을 지나 환승역인 성신여대입구역, 보문역, 신설동역으로 이어진다. 우이동에서 신설동까지 이동시간이 50분대에서 20분대로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 하루 13만명 예상했지만 절반도 안타…개통 전 부터 삐걱

우이신설선 차량과 노선도

개통 첫 주 우이신설선의 하루 평균 이용객은 5만8669명으로 개통 전 예상했던 13만명의 44%에 불과했다. 객차 2량으로 운용되는 우이신설선 1편의 정원은 170명이다. 사업자인 우이신설경전철 측은 1편당 약 250명을 이용객으로 예상했는데, 개통 첫 주엔 1편당 110명이 타는 데 그쳤다.

우이신설선의 저조한 이용률은 예고된 측면이 있다. 2009년 제시된 13만명이라는 수치는 우이신설선이 동북선 경전철 사업과 연계된다는 것은 전제로 도출됐다. 우이신설선과 동북선이 시너지효과를 냈을 때 도시개발로 인한 인구 증가가 전제조건이었다. 그런데 동북선은 지난 2010년부터 추진됐지만 지지부진하다가 최근 오는 2019년 착공하는 것으로 민자사업자와 협상이 끝났다. 서울시 인구는 예상과 달리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13만명이란 수요에측치는 달성 불가능한 전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사업 추진 과정상의 혼선도 우이신설선을 적자 노선으로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서울시가 경전철 도입 계획을 공식화 한 건 지난 2005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시장으로 재임할 때였다. 경전철 노선이 계획된 우이·미아·삼양·정릉동 지역 인구는 60만명을 넘고 4개 대학이 모여 있어 출·퇴근 시간 도로가 항상 혼잡했다. 길음·미아 뉴타운, 재개발·재건축 등이 대거 추진되고 있어 교통 부담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추진과정은 험난했다. 2008년 착공할 예정이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금융권에서 투자를 꺼렸고 민자사업자와의 실시협약 체결이 미뤄졌다. 2012년 11월에는 시공사 중 하나인 고려개발이 자금난을 겪으면서 일부 구간 공사가 전면 중단됐다.

작년 3월엔 대주단이 수익성 우려로 1300억원 규모의 대출을 거부하며 공사가 또 다시 중단됐다. 당시 대주단은 공사가 예정보다 2년 넘게 미뤄지며 1500억원 정도 손실이 났고, 2006년 하루 13만명이 이용할 거란 수요 예측과 달리 10년이 지나 인구 구조와 주변 교통여건 변화로 수요가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와 사업자는 경전철 사업의 손실 부담과 수익 구조 개선 문제를 두고 마찰을 빚었다. 당시 시는 '시공사가 계속 공사를 미루면 시 사업 참여에 제한을 두겠다'고 통보했다. 결국 사업자는 약 20일 만에 공사를 재개했다. 결국 2009년에 착공해 우여곡절 끝에 8년 만에 개통하게 됐다.

◆ 개통 초기 실적부진? 애초 수익성 부족했다

우이신설선의 문제가 개통 초기의 실적 부진으로 봐야 할까? 서울시는 "조만간 이용객이 늘어날 것"이라고 했지만, 애초 경전철 사업 자체의 수익성이 부족했기 때문에 민간 사업자가 예상하는 만큼 수익을 내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 2013년 시가 발표한 10개 경전철 노선의 비용 편익을 분석한 결과 모두 1 이상으로 비용 대비 편익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기본운임을 당시 지하철 요금인 1050원이라고 가정하고 수익성을 분석해보니 수익성 지수가 대부분 0 이하 였다. 현재 우이신설선의 요금은 일반 지하철 요금과 같은 1250원(교통카드 이용시)이다.

서울시가 우이신설선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전 분석해보니, 경전철 요금을 일반 지하철과 같은 수준으로 책정하면 정부가 건설비와 운영비 일부를 재정으로 보조해줘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금을 지하철보다 18% 올릴 경우에도 재정 지원이 필요했고, 요금을 두 배 가까운 수준으로 올려야 민자사업자에 재정 지원을 하지 않아도 건설비와 운영비를 운영수입으로 충당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통 이후 적자가 어느정도 예상된 상황이지만, 정부 규제로 민자사업자가 비용 보전을 위한 요금 인상을 탄력적으로 할 수 없다. 앞서 민자사업으로 추진된 서울시 9호선은 지난 2012년 민자사업자가 손실 보전을 위해 기습적으로 요금 인상을 했다가 서울시가 반려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기각됐다. 요금 변경은 사업자와 지자체가 협의해야 하는 사안이다. 서울시가 요금 인상에 반대하자 사업자 측이 기습적으로 요금인상 안내문을 게시해 문제가 불거졌다.

민자 철도 사업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현재 신분당선은 요금이 2150원으로 일반지하철보다 900원 비싸지만, 이는 구간별 민자사업자가 다른 사업구조 때문에 나타난 예외적 사항”이라면서 “수익성 고려없이 뻥튀기된 수요예측에 기반해 사업이 추진됐던 우이신설선은 용인, 의정부 경전철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