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SK증권 전경

“예전에는 회사와 가까운 IFC몰 식당가나 씨티플라자 식객촌에 자주 갔어요. 요즘은 SK증권 빌딩도 종종 방문합니다. 특히 젊은 사람끼리 모일 때는요.”

서울 여의도 신한금융투자 본사에서 근무하는 변호사 이정헌(32)씨는 최근 점심식사 때나 퇴근 후에 금융투자협회(금투협) 주변을 찾는 일이 늘었습니다. 약속 장소가 금투협 근처 SK증권 식당가인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이씨 회사에서 SK증권까지는 도보로 15분 정도 걸립니다. 그리 먼 거리는 아니지만 여의도 증권가 안에서는 제법 동떨어진 축에 속합니다. 여의도 증권사들은 한국거래소를 기준으로 IFC쪽에 한 그룹 몰려있고, 금투협쪽에 또 한 그룹이 몰려있습니다. 신한금융투자는 IFC 그룹에 속합니다.

더구나 이씨 말대로 신한금융투자 주변에는 IFC몰 식당가, 식객촌 등 다양한 종류의 맛집이 널려있습니다. 이들 식당은 비교적 최근 지어진 빌딩에 입점해 있어 인테리어도 깔끔한 편입니다. IFC 일대 금융 종사자 입장에선 밥 한끼 먹기 위해 굳이 거래소 뒷편으로 넘어갈 이유가 없는 셈입니다.

하지만 SK빌딩 지하 식당가 ‘디스트릭트y(DISTRICT.y)’가 지난 8월 문을 연 이후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디스트릭트y는 ‘맛집 편집숍’ 개념을 도입해 연출하는 공간마다 대박을 터뜨린 손창현(40) 오버더디쉬(OTD) 대표가 디자인한 곳입니다. 손 대표는 양식 편집숍 ‘파워플랜트’, 디저트 편집숍 ‘헤븐온탑’, 남유럽 음식 전문점 ‘소년서커스’ 등을 만든 인물입니다.

현재 디스트릭트y에는 램브라튼, 한국집, 주유별장, 부전어묵, 삼육공 등 인기 맛집과 백미당, 곤트란 쉐리에, 카페 진정성 등 유명 카페가 입점해 있습니다. 식사 시간에 가보면 거의 모든 매장에서 긴 대기행렬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서울 여의도 SK증권 빌딩 1층에 있는 ‘카페, 진정성’을 방문한 주변 직장인들이 주문을 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금투협 인근 KB증권에서 일하는 20대 여성 김보미(가명)씨는 “회사 주변 식당들은 맛있긴 하지만 대부분 노후 건물에 있다보니 부서 회식 때만 주로 갔고, 젊은 직원이나 친구들끼리 모일 때는 IFC 주변으로 넘어가는 일이 잦았다”며 “이제는 직장 근처 핫플레이스에서 모임을 가질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금투협 주변 분위기가 앞으로 더 밝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SK증권뿐 아니라 인근의 신영증권도 젊은 세대를 사로잡는 방향으로 본사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 중이기 때문입니다. 신영증권 새 사옥 1~2층에는 대형서점 반디앤루니스가 입점할 예정입니다. 여의도에 대형서점이 들어오는 건 영풍문고(IFC몰)에 이어 반디앤루니스가 두 번째입니다.

여의도에서 20년 넘게 근무 중인 국내 자산운용사의 한 고위 관계자는 “역동적이었던 과거와 비교하면 최근 여의도 증권가 분위기는 수년간의 박스권 장세를 거치면서 침체됐던 게 사실”이라며 “각종 맛집과 문화공간 확대로 젊은 활기가 살아나고 있는 만큼 추석 연휴 이후 한국 증시도 훨훨 비상(飛上)하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