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自轉車). 백과사전에는 ‘사람의 힘으로 바퀴를 회전시켜 움직이는 이륜차’라고 나온다. 자전거라는 이름 앞에 전기가 붙으니 개념이 달라진다. ‘엄지손가락으로 가속버튼을 누르면 움직이는 이륜차’가 된다.

전통적인 자전거는 발로 페달링한 힘을 체인을 거쳐 바퀴에 전달해 구동된다. 오직 타는 사람의 근력 이외에 다른 도움을 받지 않는다. 전기 자전거는 뒷바퀴에 장착된 모터가 동력원이 돼 움직인다.

사람의 근력이 필요 없게 되니 평지와 오르막을 쉼 없이 달려도 땀한방울 나지 않는다. 전기자전거계의 아이폰으로 불리는 ‘만도 풋루스 아이엠’을 총 5회에 걸쳐 타봤다.

◆ 편안한 조작...매끈한 디자인 최대 강점

만도 풋루스 아이엠은 지난 2013년 출시한 만도 풋루스의 2세대 모델이다. 1세대 특징인 접이식을 포기하고, 페달링을 통해 충전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 한 모델이다.

만도 풋루스 아이엠을 보면 왜 전기자전거계의 아이폰으로 불리는지 알 수 있다. 자전거 제조사가 아닌 자동차 부품제조사가 자전거를 만들어서 그런지 기존 자전거에 대한 통념을 완전히 뒤집은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만도 풋루스 아이엠 옆모습.

우선 만도 풋루스 아이엠에는 체인이 없다. 대신 자동차 전자제어장치(ECU)가 들어갔다. 이 때문에 기존 자전거와 다르게 매끈하고, 군더더기가 없이 산뜻하다. 바퀴는 일반 자전거보다 작고, 본체 프레임이 굵어 균형감 있는 모습이다.

왼쪽 손잡이에는 주행 속도와 페달 회전수, 충전량, 주행 모드를 표시하는 디스플레이가 붙어있어 자신의 주행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오른쪽에는 가속 레버가 있다. 레버를 위로 올리면 전기로 곧바로 움직이게 된다.

안장을 들어내면 프레임 안쪽에서 배터리를 꺼낼 수 있다. 1세대 풋루스를 충전하려면 자전거를 전원으로 이동시켜야 했었는데 아이엠은 배터리를 분리해 충전하거나 교체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자전거 받침대. 자전거를 세워둘 때마다 매우 번거롭다.

가장 특이한 점은 자전거 받침대다. 기존 자전거는 뒷바퀴 부분에 받침대가 있는데 아이엠은 페달을 아래로 위치시킨 뒤 받침대를 끌어내리는 구조다. 보기에 깔끔하기는 하지만 자전거를 세워두려면 매번 쪼그려 앉아 손으로 받침대를 내려야해 번거롭다.

◆ 비밀번호 입력한 뒤 출발...경사로 주행 장점

타는 방법도 일반 자전거와 다르다. 왼쪽 디스플레이 버튼을 켜고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한다. 이후 페달을 밟거나 오른쪽 가속레버를 위로 올리면 움직이게 된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 툭 튀어나갈 수 있어 익숙해질 때까지는 조심할 필요가 있다.

일단 움직이기 시작하면 기존 자전거와 다를 것이 없다. 평지는 물론 경사가 심한 오르막길도 쉽게 오를 수 있다. 평지 주행 속도는 일반 자전거로 편하게 주행하는 속도보다 약간 빠른 수준이다. 특히 부드러운 가속력과 안정적인 주행 능력은 인상적이다.

가속 레버를 위로 올리면 가속이 빨라지는 식인데, 속도는 시속 25km/h까지 올라갔다. 출발하고 이 속도까지 도달하는데 약 5초가 걸렸다. 페달을 밟는 운동량이 거의 없다 보니 땀이 나지 않았다. 그만큼 편하지만, 운동 효과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기자가 약 1시간 가량 페달로만 주행한 뒤 디스플레이창을 보니 80칼로리 가량 소모됐다.

만도 풋루스 아이엠 디스플레이.

운동량을 늘리고 싶다면 디스플레이에서 ‘하드’ 모드를, 가속감을 높이고 싶을 때는 ‘스포티’ 모드로 바꾸면 된다. 다만 어떤 모드로 하더라도 땀은 나지 않는다. 체인이 없기 때문에 페달을 발로 돌리는 것은 자전거 구동과는 상관이 없고 배터리 충전 효과만 있다.

주행 시 ‘웅~’하는 모터 돌아가는 소음이 크게 들리기도 한다. 그렇다고 아주 시끄러운 수준은 아니다. 만도 측은 가속레버를 사용하지 않고 페달을 밟아 주행하면 최대 주행거리가 조금 늘어나고, 밟지 않으면 더 빨리 줄어든다고 한다. 다만 기자가 시승해본 결과 체감할 정도로 주행거리가 늘어나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 속도 제한 아쉬워...가격 277만원, 두배 이상 비싸

만도 풋루스 아이엠에 아쉬운 부분은 속도다. 전기자전거는 과속으로 인한 안전성 우려를 고려해 최고속도를 시속 25km로 제한하고 있다. 이 속도 이상으로 달리는 일반 자전거를 제칠 수는 없다.

만도 풋루스 아이엠을 제외한 다른 전기자전거는 체인이 있어 상황에 따라 일반 자전거로 활용할 수 있다. 만약 풋루스의 배터리가 방전되면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와야 한다. 따라서 주행 중에도 배터리 소모량을 계속해서 확인하게 된다.

만도 풋루스 아이엠은 운동의 재미보다는 시내 출·퇴근 등 근거리 이동에 중점을 둔 전기자전거다. 레저용으로 타기에는 주행거리가 짧다. 완충 시 주행거리는 최대 60km까지 가능하다고 하나 기자가 편하게 오르막과 평지를 오고 가다보니, 45km 정도 주행이 가능했다.

가격은 기본형이 277만2000원이다. 최근 출시되고 있는 전기자전거 가격이 50만~150만원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두배 이상 비싸다. 그립을 바꾸거나 바구니나 가방을 장착하면 300만원 이상으로 가격이 뛴다. 전기자전거계의 아이폰을 소유하기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