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가 세계 최초로 14나노 핀펫(Fin-Fet) 공정을 개발하는 데 기여한 양몽송(梁孟松) 전 삼성전자 부사장이 중국 최대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인 SMIC에 입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 가장 고도화된 모바일 칩 파운드리 기술력을 보유한 삼성전자의 기술력이 중국으로 유출될 가능성이 조심스레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양몽송 부사장은 최근 중국 SMIC에 입사해 14나노/10나노 핀펫 공정 연구개발(R&D)을 담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인인 양몽송 전 부사장은 20여년간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TSMC에서 재직한 이후 2011년 삼성전자로 넘어와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을 때도 기술 유출 논란이 일었다.

삼성전자 시스템LSI 생산라인 내부 전경.

양몽송 전 부사장은 삼성전자(005930)가 지난 2014년 14나노 핀펫 공정을 가장 빠르게 개발해 TSMC를 제치고 애플의 아이폰용 모바일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파운드리 계약을 따내는 데 일조했다.

14나노는 반도체 전자회로의 선폭(線幅)이 14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인 초미세 공정을 의미한다. '핀펫'은 칩 아키텍처를 평면(平面)이 아니라 3차원 형태로 구현해 마치 물고기 지느러미(fin)와 비슷해 붙여진 이름이다. 14나노 핀펫을 적용한 제품은 소비 전력이 낮아지고 데이터 처리 능력이 빨라진다.

위기감을 느낀 TSMC는 2014년께 양몽송 부사장에게 소송을 걸었다. TSMC 출신인 양몽송 전 부사장이 삼성으로 건너가 TSMC의 핵심 특허를 삼성전자에 넘겼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2015년 대만 대법원은 그해 말까지 양몽송 전 부사장이 삼성전자에서 일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양몽송 전 부사장은 2016년께 삼성전자에 복직했다가 이후 회사를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양몽송 전 부사장의 중국 SMIC 합류가 중장기적으로 삼성전자, TSMC, 글로벌파운드리(GF) 등 경쟁 기업들 입장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5위인 중국 SMIC는 앞서 28나노 공정을 활용해 퀄컴의 휴대폰 프로세서를 양산한 이력이 있는 회사다.

이 회사는 오는 2020년까지 첨단 공정인 14나노 핀펫 기술을 활용한 반도체 제품을 양산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개발 과정과 안정화가 매우 까다로운 공정으로 알려진 14나노 공정 분야에 중국 기업이 진출하는 데 양몽송 부사장의 오랜 노하우가 촉매제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