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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남자친구 B씨에게 이별을 통보한 직장인 A씨(여)는 퇴근 후 자신이 사는 오피스텔 건물 엘리베이터를 탔다가 문득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B씨가 매일 사용하던 남성 스킨 화장품 냄새가 났던 것이다. 집 앞 복도에서도 같은 남성 스킨 화장품 냄새가 났다. A씨는 집으로 들어가기 전 한 몰카탐지 전문 업체에 신고했다.

몰카탐지전문가는 A씨 집을 각종 몰카 및 도청 탐지 기기를 통해 샅샅이 뒤졌다. 약 한시간 동안의 탐지 끝에 A씨의 집에서는 2개의 몰래카메라(몰카)가 발견됐다. A씨의 집 도어락 비밀번호를 알고 있던 B씨가 A씨가 출근한 사이 몰래 집으로 들어가 숨겨놓았던 것이다. 한 개는 커튼을 고정하는 막대에 약 1cm 크기의 구멍을 뚫어 넣었고, 다른 한 개는 A씨의 침대 위에 있는 레이스 장식품 사이에 숨겨놓았다. 이 몰카들은 집안 전체와 A씨의 침대를 그대로 들여다볼 수 있도록 설치되어 있었지만, 육안으로는 찾을 수 없었다.

몰카탐지업체 한국스파이존 이원업 부장은 “최근 상대방의 행동을 감시하고 지켜보기 위해 몰래카메라를 설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라며 “전체 의뢰 중 일반 가정 탐지 의뢰가 60~70%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기업 의뢰보가 가정 의뢰가 두 배 많은 것이다. 이 부장은 “발견이 늦어질수록 피해가 커질 수 있어 이상한 느낌이 날 때마다 신고를 하는 의뢰인도 있다”고 덧붙였다.

몰래카메라를 이용한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하철이나 공공화장실 등에서 잇따라 몰래카메라가 발견되는가 하면, 지난해에는 전 수영 국가대표 선수가 진천선수촌 여자 탈의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했다가 경찰 조사를 받는 일도 있었다. 몰카 피해 적발 건수는 해마다 증가하면서 지난 10년 동안 15배 늘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06년 몰카범죄(카메라 등 이용촬영)가 전체 성폭력범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6%였지만, 2015년 24.9%로 급증했다.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몰카 등 디지털 성범죄 발생 건수는 2012년 2042건에서 작년 4904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몰래카메라 범죄에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첨단 장비를 활용해 몰래카메라를 찾아내는 몰카탐지전문가를 찾는 수요도 늘고 있다. 최근 범죄에 사용되는 카메라는 볼펜·스마트키·USB 등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는 소품처럼 생긴데다 손톱만 한 크기의 초소형 제품도 다양하게 나와 있어 눈앞에 놓여있어도 알아보기 쉽지 않다. 일반인이 찾기란 불가능에 가까워지고 있어 몰카탐지전문가들의 수요는 높아질 전망이다.

몰래카메라를 이용한 범죄는 신체 접촉이 일어나지 않아도 성범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카메라 등의 기계장치를 이용해 다른 사람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신체를 촬영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경우에 따라 20년 동안 신상정보등록과 10년 취업제한 등의 형벌을 추가로 받을 수도 있다. 정부는 올해 12월부터는 공중화장실 등에 몰카를 설치하는 것만으로도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도록 처벌을 강화할 방침이다.

◆ 도청기·몰카 탐지 장비 활용해 ‘관음증 범죄’ 잡는다

몰카탐지전문가는 주파수탐지기나 금속탐지기 등 각종 도청기 및 몰카 탐지 장비를 사용해 탐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업이다. 과거에는 도청 장비를 탐색하는 도청탐지전문가 혹은 보안전문가로 불렸다. 최근에는 몰카 관련 범죄가 늘어나면서 몰카탐지전문가로 불린다.

몰카 탐지는 도청 탐지와 함께 이뤄진다. 도청기와 몰래카메라는 금속 재질이나 렌즈 등으로 구성되어 있고, 음성이나 영상을 전송할 때 특정 주파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탐지 기기를 통해서 동시에 탐색할 수 있다. 여러 가지 방식의 탐지 기기가 있지만 주로 고주파 탐지기와 레이저 렌즈 탐지기, 스펙트럼 분석기, 금속 탐지기 등을 활용한다.

고주파 탐지기는 몰래카메라가 작동할 때 발산하는 주파수를 탐지하는 방식으로 몰래카메라를 찾아낸다. 레이저 렌즈 탐지기는 레이저를 쏴 몰래카메라 렌즈에 반사된 빛을 찾아내는 장비로 전원이 꺼져 있거나 작동하지 않는 몰래카메라를 찾아낼 수 있다. 렌즈 없이 녹음만 이뤄질 때 나오는 음성 주파수를 잡아내는 도청 탐지기도 있고, 주변 반경 내 통신 기기들을 모두 잡아내 위치를 표시하는 스펙트럼 기기, 일반 용품 내 숨겨져 있는 도청기기나 몰카를 찾아내는 금속탐지기도 사용된다.

레이저 렌즈 탐지기의 경우 한 대에 10만원 대로 일반인들도 쉽게 구입해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기기들은 한 대에 3000~4000만원대이고, 성능에 따라 5000만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 10년 동안 업체 수 4배 늘어… 상담 부터 정밀 탐색까지 꼼꼼하게 탐지

몰카탐지업 시장 규모는 정확하게 조사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연 100~200억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매년 보안 전문 업체 수가 늘고 있어 시장 규모는 이보다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창조과학부 중앙전파관리소에 등록된 불법 도감청 탐지업체는 올해 9월 현재 총 42곳이다. 관련법이 만들어져 업체들의 등록이 시작된 2004년 9곳에 비해 4배 이상 늘었다.

한국스파이존의 경우 최근 의뢰 건수가 늘어 작년보다 올해 매출액이 약 50% 늘어난 약 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스파이존은 현재 약 500개 업체를 정기적으로 탐지하고 있다.

몰카탐지 업무는 크게 가정 의뢰와 기업이나 공공기관 등의 의뢰 두가지로 나뉜다. 가정 의뢰의 경우 일반인들의 가정집에 설치된 몰카와 도청기 등을 탐색한다. 가정에 숨겨진 몰카는 옛 애인 등 의뢰자의 지인이 설치하거나, 집주인 등 주변인들이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 집이라는 익숙한 공간인 만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주변 사물 모양인 몰카가 많다. 이원업 부장은 “일반 가정에서는 화재 탐지기나 조명 스위치 등 유심히 살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집안 구조물 형태를 띤 몰카가 주로 이용된다”고 말했다.

기업은 건물 단위로 탐지 작업이 이뤄지는데, 임원 사무실과 접견실, 회의실 등을 집중적으로 탐지한다. 기업 외부에서 실시간 도청을 하는 경우에 대비해 건물 바깥에 세워져 있는 차량을 집중적으로 탐지하기도 한다. 이원업 부장은 “임원 사무실에서는 볼펜형 도청기기가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라며 “기업 기밀 등을 알아내기 위한 몰카나 도청기기가 주로 발견된다”고 말했다. 최근 기업에서 여성을 상대로 한 몰카 범죄가 발생하면서 여자 화장실이나 수유실, 탈의실, 휴게실 등도 함께 탐지하고 있다. 기업들은 분기별 혹은 반기마다 정기적으로 탐지를 요청한다.

몰카탐지 서비스는 의뢰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상담부터 시작된다. 의뢰인들은 몰카로 인해 심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경우가 많아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어떤 곳의 탐지를 원하는지 파악한다. 이후 탐지 기기를 활용해 몰카나 도청장치를 찾는다. 탐지할 공간 한 가운데에 탐지 기기를 모아 한꺼번에 작동시켜 주변을 모니터링 한다. 정밀 탐색기를 통해 몰카나 도청장치가 내보내는 미세 전파를 잡는 단계다.

전선이나 전화선에 전해지는 진동을 이용해 도청할 수도 있어 유선 분석기도 작동시킨다. 이후 전문가가 직접 돌아다니며 육안 점검을 진행한다. 최근 제작된 몰카나 도청장치는 내부 움직임이나 소리가 있을 때만 작동되도록 설계된 경우도 있어 기기에만 의존하지 않고 직접 구석구석을 살펴야 한다.

몰카탐지 비용은 업체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50평(약 165㎡) 크기의 사무실의 경우 1회 탐지 당 50만원 선이다. 1평(3.3㎡) 당 1만원 수준인 셈이다. 기업의 경우 여러 사무실을 하기 때문에 1회 탐지당 약 200~300만원의 비용이 든다. 50평 사무실을 탐지하는 데 보통 1시간이 소요된다.

이원업 한국스파이존 부장이 금속탐지기를 통해 그림 액자 속에 숨겨져 있는 도청기과 몰래카메라를 탐색하고 있다.

◆ 월 250~450만원 수입… 여성 전문가 선호 추세

몰카탐지전문가들은 주로 보안업체 직원으로 활동한다. 업체마다 월급 수준은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250만~450만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 이원업 부장은 “국내에서는 보안 업계 임금 수준이 낮게 형성되어 있다”라며 “보안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이 높아질수록 의뢰 건수도 많아져 몰카탐지전문가들의 임금도 높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몰카탐지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특별한 자격 요건은 없다. 탐지기기 작동법을 숙지하고 꼼꼼하게 탐지를 수행할 수 있다면 성별이나 나이와 상관없이 도전할 만 한 직업이다. 전문가로 숙련되기까지는 현장에서 1년 이상 근무해야 한다. 기계를 작동하는 데 익숙하면 숙련까지 기간을 줄일 수 있다. 이원업 부장은 “탐지 기기를 다룰 수 있는 것만으로는 몰카를 다 찾아낼 수 없다”라며 “실제 현장에서 2년 정도 몰카나 도청 기기를 발견하는 경험을 축적해야만 새로운 공간에서도 꼼꼼하게 탐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몰카탐지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고, 공감해주는 능력을 필수로 가져야 한다. 몰카탐지는 실제 점검에 들어가는 것보다 상담만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의뢰인들은 불안감에 빠져 극도로 예민해져 있는 경우가 많아 전문가를 신뢰하지 않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몰카탐지전문가는 의뢰인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적절한 의사소통 능력도 갖춰야 한다. 또 의뢰인의 감정에 지나치게 동요되지 않는 정신력도 있어야 한다.

탐지 작업은 탐지 결과를 의뢰인이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의뢰인과 동행해 진행된다. 이원업 부장은 “불안감을 느끼는 의뢰인의 경우 직접 눈으로 결과를 보지 않을 경우 몰카가 발견되지 않았더라도 전문가의 말을 믿지 않을 수 있다”라며 “의뢰인들의 불안감을 해소해주는 것이 몰카탐지전문가 업무 목표이기 때문에 의뢰인의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업계에서는 여성 인력을 선호하는 추세다. 여성 전문가의 경우 여성 의뢰인과 동질감을 쉽게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원업 부장은 “의뢰인들은 몰카탐지전문가라 하더라도 집 같은 개인 공간을 낯선 남성에게 공개하지 않고 싶어한다”라며 “여성 전문가가 탐지해주길 원하는 의뢰인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여자 화장실이나 수유실 등 여성 전용공간 탐지를 할 때도 공간 구조에 익숙한 여성이 유리해 기업들은 처음부터 여성 전문가를 요청하기도 한다.

다만 기업의 경우 3~4시간 이상 탐지 작업이 이어질 수 있어 강한 체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 부장은 “탐지 작업은 의뢰인이 원하는 시간대에 이뤄지기 때문에 출퇴근의 개념이 없을 수 있다”라면서 “한밤중에도 장시간 작업이 진행될 수도 있어 강한 체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몰카나 도청장치를 쉽게 악용할 수 있기 때문에 높은 윤리의식도 갖춰야 한다.

레이저 렌즈 탐지기 작동 모습. 레이저 렌즈 탐지기는 레이저를 쏴 숨겨져 있는 몰래카메라의 렌즈에 반사된 빛을 찾아내는 장비다. 최근 출시된 몰래카메라의 경우 렌즈에 빛이 반사되지 않도록 특수처리 된 경우도 있다. 전문가의 숙련도와 현장 경험이 중요한 것이다.

◆ 정부 ‘몰카 근절’ 천명… “몰카탐지 전문 인력 수요 늘어날 것"

정부는 지난 26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몰래카메라 전문 탐지 장비를 추가 보급해 지방자치단체와 경찰 관서가 합동으로 다중 이용시설의 몰카 설치 여부를 정기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라며 범정부 디지털 성범죄 피해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서울시는 이미 여성안심보안관 제도를 만들고 공공화장실과 탈의실 등을 대상으로 몰카 설치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20~50대 여성 약 50명으로 구성돼 있다. 여성안심보안관은 신종 몰래카메라 출몰지나 새로 개발된 카메라 종류 등을 숙지하기 위해서 매달 한번씩 보안업체 전문가에게서 교육을 받고 있다. 그러나 작년 8월 신설된 이후 여성안심보안관이 실제로 몰카를 발견한 건수는 ‘0’이다.

업계에서는 실무 경험이 없고 짧은 시간 동안 보안 교육만 받은 공무원들이 저가 탐지기기를 사용해 몰카를 탐색하다 보니 실제 발견 건수가 적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 아직 정부에서 몰카탐지전문 인력을 따로 채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정책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몰카탐지전문 인력을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국 한국도청탐지업협회 회장은 “현재는 지자체 일선 공무원 등 비전문 인력을 투입해 몰카를 탐색하는 실정”이라며 “정부의 몰카 근절 정책이 실제로 효과가 나타나려면 전문 몰카 탐지 장비를 사용할 수 있고 현장 경험도 축적된 몰카탐지전문가를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인력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