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집을 두 채 이상 가진 전·월세 집주인들에 대해 임대료와 임대 기간을 통제하기로 하고, 그 첫 단계로 각 부처에 흩어진 주택 임대 관련 정보에 대한 '통합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언제든 세무조사가 가능한 정보를 확보해 다주택자를 임대사업자로 등록시키고, 임대료를 관리하겠다는 의미다. 문재인 대통령이 '미친 전세' '미친 월세'를 거론한 지 2개월 만에, 전·월세 시장 안정화 수단으로 '다(多)주택 임대사업자 통제' 카드가 구체화하는 것이다.

"주택 임대 관련 정보 통합해 임대 사업등록 유도"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28일 세종시에서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未)등록 개인 주택임대사업자는 임대료나 임대기간 등에 어떠한 공적 규제도 받지 않고 있다"며 "사적(私的) 임대주택을 등록 임대주택으로 전환, 사회적 책임을 갖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긴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28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민간 임대 주택 시장을 투명하게 파악하기 위한 통합 전산망을 구축하고, 민간 임대 주택 등록 활성화를 위한 인센티브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통상 개인 소유 임대주택은 계약기간 2년마다 전·월세를 사실상 제한 없이 올릴 수 있다. 하지만 '주택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최소 4년, 길면 8년간 '1년에 인상률 5%'라는 제한을 받는다. 각종 세제 혜택이 있지만, 공시가격이 6억원을 넘으면 대상이 아니고, 임대 기간 내에 팔면 혜택은 취소된다. 집주인들이 임대사업자 등록을 꺼리는 이유다.

국토부에 따르면, 국내 1911만 가구 중 전·월세로 세들어 사는 가구는 825만 가구. 다주택자의 집은 516만채이고, 그 85%가 임대사업용으로 등록되지 않았다. 김 장관은 "임대사업자 등록을 유도하기 위해 먼저 임대사업자 전산망을 구축하고, 확정일자 자료 등 임대차 시장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를 연계해 임대차 시장을 투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주택 전월세 관련 정보는 4개의 정부 부처 또는 공기업에 분산돼 있다. 집주인의 재산세 정보는 행정자치부, 세입자의 월세 세액 공제 정보는 국세청, 확정일자 자료는 한국감정원 등에서 관리하는 식이다. 김 장관은 이들 정보를 통합하겠다는 것이다.

김 장관은 이날 "등록임대주택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 방안도 관계 부처와 계속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세금 추가 감면과 건강보험료 인하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당근'보다 '채찍'에 주목한다. 특히 '들여다보겠다'는 김 장관 표현이 다주택자에게 '세무조사 가능성'으로 받아들여진다. 현행법으로도 월세 수입이 연 2000만원을 넘는 경우 신고하고 소득세를 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전·월세 소득을 모두 신고하는 경우는 많지 않고, 세무조사를 받는 경우도 드물다. 하지만 정보가 통합되면 고소득 임대업자가 쉽게 드러난다. 세무조사를 통해 탈세 혐의가 적용되면 이전 5년간 내지 않은 세금은 물론 가산금까지 물어야 한다.

다주택자 임대주택, 최소 4년 임대료 동결 효과 전망

전문가들은 "정부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다주택자가 보유한 전·월세 주택은 사실상 임대료 동결에 가까운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등록임대주택의 경우 계약 보장 기간이 최소 4년이어서 사실상 그 기간에는 임대료를 올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서민 주거 안정성 확보에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부작용 우려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정부가 다주택자에게 집을 던지라고 요구하는 꼴"이라며 "단기적으로는 등록 의무화 시행 전에 임대료가 급등할 수 있고, 중장기적으로는 임대주택 공급 감소와 건설경기 하락 등의 부작용 가능성이 있는 만큼, 철저한 준비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도로공사가 운영하는 재정 고속도로 대비) 통행료가 최대 2.3배 비싼 민자 고속도로 통행료를 재정 고속도로 수준으로 낮출 것"이라고 밝혔다. '동일 서비스 동일 요금' 원칙을 강조하면서 "내년 상반기 중 서울 외곽순환도로 통행료를 30% 이상 내리는 것을 시작으로 성과가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운영 중인 민자 고속도로는 17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