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에서 자동차로 30~40분 거리인 일본 최대 항만도시 요코하마에 있는 J-Power의 이소고 화력발전소. 요코하마시 주택가에서 불과 2km 거리인 이곳은 주민들이 낚시와 조깅 등을 즐기는 휴식 공간이다. 최첨단 탈황·탈질소 및 미세 먼지 집진 기술을 적용해 황산화물은 97.8%, 질소산화물은 91.9%까지 제거한다. 굴뚝에서 '검뿌연 연기'가 나오는 모습은 볼 수 없다.

한국에서 새로 짓고 있는 석탄 화력발전소는 이소고 발전소보다 친환경 설비가 더 강화됐다. 포스코에너지가 강원도 삼척에서 추진하고 있는 화력발전소는 석탄을 태울 때 나오는 황산화물은 98.5%, 질소산화물은 93%까지 걸러낸다. 하지만 '미세 먼지 주범'으로 지목돼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소로 전환할 것을 강요받고 있다.

경남 고성군 하이면에 건설 중인 고성하이화력발전 전경. 정부는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건설 중인 신규 화력발전소엔 최고 수준의 환경 관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26일 미세 먼지 감축 대책으로 설계는 끝났으나 아직 착공하지 않은 석탄 화력발전소 4기를 LNG 발전소로 전환하겠다고 밝히자, 민간 발전 사업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민간 발전 사업자들은 "석탄발전소로 허가를 받아 4년 넘게 사업을 추진해왔고 법인 설립 및 플랜트 설계, 환경영향평가 용역 비용 등으로 이미 수천억원을 썼다"면서 "이 비용을 다 날리게 될 뿐만 아니라 전 과정을 새로 진행하려면 기간도 최소한 3~4년이 더 걸린다"고 말했다.

1조원 넘게 투입했는데 원점서 다시 시작?

전환 대상은 공정률이 10% 안팎인 포스코에너지의 삼척 포스파워 1·2호기와 SK가스가 추진하는 충남 당진 에코파워 1·2호기 등 4기다. 모두 민간 발전사 사업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정부가 전환을 강제할 수 없고 업계와 상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발전사들은 정부가 'LNG 전환 대상'으로 발표한 것 자체가 이미 압박이라고 여긴다.

포스코에너지는 삼척 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해 자회사인 포스파워를 설립하고 설계와 환경영향평가 용역비 등으로 5609억여원을 투입했다. 에코파워는 지금까지 4132억여원을 들였다. 석탄 발전 사업을 접을 경우 1조원을 날리게 된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매몰 비용에 대한 보상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간 발전사 측은 "석탄발전소 건립이 무산되면 그동안 투자한 비용이 허공으로 날아가 부채 비율이 높아져 기업 경영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권 따라 정책도 조변석개

민간 발전사들은 현재 석탄화력발전소 입지는 LNG 발전소 입지로는 부적합하다는 입장이다. 석탄발전소는 석탄 운반 비용과 환경 문제를 고려해 주로 해안 등에 세운다. 반면 LNG발전소는 연료인 가스를 공급받는 배관이 잘된 도시 인근에 주로 건설된다. 삼척엔 대규모 LNG 가스관도 새로 설치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석탄발전은 석탄 원가가 LNG에 비해 싸기 때문에 도심에서 떨어진 외곽에서 송전해도 전력 손실을 감수할 수 있지만, LNG 발전은 외곽에서 송전할 경우 전력 손실이 커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를 믿고 투자했는데, 정권이 바뀌었다고 하루아침에 뒤집으면 누가 정부 정책을 믿고 투자하겠느냐"고 말했다.

김창섭 가천대 교수는 "해당 업체가 LNG로 전환하는 데 동의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임의로 미세 먼지 종합 대책에 포함하는 것은 문제"라며 "정부의 허가를 받아 합법적으로 추진한 사업을 일방적으로 바꾸라고 압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신현돈 인하대 교수는 "에너지 정책은 수십 년을 바라보고 진행해야 하는데 현 정부는 너무 조급하게 서두른다"며 "발전소 입지가 석탄발전에 적합한지, LNG 발전에 적합한지, 송전 선로 등 전력 계통이나 배관 등 인프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