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조직과 인사시스템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이 이뤄질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1일 취임한 최흥식 금감원장이 오는 10월까지 조직 쇄신안을 만들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감사원의 감사 결과도 쇄신안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감사원은 20일 금감원을 대상으로 인사·예산 등 기관운영 전반을 점검한 결과 임직원 8명에 대한 문책요구와 3명에 대한 인사자료 통보, 28명에 대한 수사의뢰를 했다고 밝혔다. 23건의 지적사항도 통보했다.

감사원은 금감원의 수입예산이 매년 큰폭으로 증가한 이유를 상위직급과 직위수 과다, 국외사무소 확대, 정원외 인력(255명) 운영, 인건비 등 방만경영에 기인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상위직급을 줄이고, 부서 통폐합, 국외사무소 폐지 등의 방안을 마련하라고 최흥식 원장에게 통보했다. 예산서 수정제출 업무를 부당처리한 A씨에게는 문책과 주의를 요구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에게도 금감원 조직을 합리적으로 통제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 감사원 "비대해진 금감원 조직 통폐합하라"

금감원 수입예산은 은행, 보험사, 증권사 등이 배분·징수하는 감독분담금과 발행분담금, 한은출연금으로 운영된다. 올해 수입예산은 3666억원으로 전년(3256억원)보다 12.6% 늘었다.

예산이 늘어난 데 비해 조직과 인력 운영이 적절하지 못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금감원은 국팀장이 많은 반면 팀원은 적은 인력구조를 갖고있다. 올해 3월 기준으로 전 직원 중 1~3급 직원(팀장 이상)이 45.2%에 달하고 1·2급 직원 중 63명은 보직이 없는 상태로 팀원에 배치돼 있다.

292개 팀당 팀원이 평균 3.9명에 불과해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기재부 제시 기준(평균팀원 15명)에 비해 팀장의 수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워싱턴·동경·홍콩 등 4개 해외사무소와 4개 해외주재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 역시 과도하다며 국외사무소를 전면 정비하라고 권고했다. 국외사무소 인력은 20명이고 예산은 78억원이다.

금감원은 올해 초 조직개편을 통해 44국15실을 44국18실로 늘렸다. 보험리스크제도실· 회계기획감리실·신용정보실 등을 신설했다. IFRS17, 분식회계 등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이들 조직은 소비자와 금융사들의 공감대가 형성돼 신설된 것이다. 아울러 비트코인·P2P·인터넷전문은행 등 피감기관이 늘면서 감독수요도 증가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피감기관 확대를 고려하지 않은채 조직 통폐합을 권고했다. 기능축소 부서의 인력은 감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외부 파견 인력도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은 예금보험공사, 국제금융센터, 인재개발원, 각 시청과 도청, 총리실, 검찰, 각 협회 등에 상당 인력을 파견하고 있다.

◆ 임원 대거 교체될 듯...무보직 상위 인력에 퇴로 열어줘야

임직원도 상당부분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은 변호사 특혜 채용 비리를 발판삼아 지난해에도 채용비리가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수석부원장 등 3명에 대해 인사자료 활용을 통보했다. 김수일 부원장은 변호사 특혜채용 비리로 1심서 유죄를 선고받고 사표를 냈다.

금감원 임원은 원장, 감사, 수석부원장, 부원장(3명), 부원장보(9명) 등 15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김일태 감사가 퇴임하고 김수일 부원장이 사표를 내면서 2석이 공석이다.

박세춘·이동엽 부원장도 임기만료로 퇴임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서태종 수석부원장 등 임원 2명은 인사자료 활용이 통보돼 교체가 불가피하다. 외부 출신인 조두영(검찰)·천경미(은행) 부원장보도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는 국장급 또는 외부 인사가 맡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면 업무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인정받는 김영기(은행)·권순찬(보험) 부원장보 등은 승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금감원은 조직개편을 통해 임원의 수를 줄이고 불필요한 국과 실은 통폐합하는 방향으로 인력을 재배치할 계획이다. 장복섭 금감원 총무국장은 "외부 파견 및 기능축소 부서의 인력을 감축하는 등 금융시장 변화에 맞게 조직·인력·예산을 재정비하겠다"고 말했다. 감사원이 기관운영감사를 통해 지적한 제반 문제점을 시정하기 위해 강도 높은 내부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설명이다.

감사원의 1·2급 무보직(63명) 축소 지적에 대해선 명예퇴직 등 퇴로를 열어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은 연초 정기인사를 통해 임원 승진이 어려운 국실장급의 보직을 해임해 왔다. 능력보다는 나이에 맞춰 보직을 박탈하고 연구위원으로 발령내는 식이다.

하지만 이들은 정년이 남아있는 만큼 보직없이 연구위원으로 지냈다. 명예퇴직과 같은 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감사원 지적처럼 상위급 인력을 축소하기 위해선 명예퇴직 제도 도입 등을 통해 퇴로를 열어줄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금감원은 민간전문가 위주로 구성된 금감원 인사·조직문화 혁신 태스크포스(TF) 논의를 통해 오는 10월말까지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연말까지 후속조치를 완료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