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제성장률 연 2.8% 유력…대내외 불확실성 전개 지켜봐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올해 경제성장률을 7월 전망과 같은 연 2.8%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다만 건설투자 위축, 최저임금 상승, 중국의 사드(THAAD) 보복 등 국내 요인과 북한발 리스크 확대, 미국·유럽 등 선진국 기준금리 인상 행보 등 대외 요인이 불확실성을 크게 높인 상황이라 기준금리를 올리기 전에 당분간 경제 동향을 지켜보는 게 낫다는 의견이 많았다.

한은이 19일 공개한 2017년 제16차 금통위 의사록(8월 31일 개최)에 따르면 여러 위원들이 경제성장률이 더 높아지기 어렵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당초 한은이 내놓은 연 2.8% 정도의 성장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는 기류였다. 다만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이라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기 전 이를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리고 그 불확실성은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아지는 상방 리스크보다, 예상보다 낮아지는 하방 리스크 쪽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A 금통위원은 “한은 내 관련 부서에서 금년 성장률이 지난 전망치와 대체로 비슷한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세계 경기의 회복세 강화, 추경 집행 등 상방 리스크 요인에도 불구하고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 주택 시장 규제 강화 등이 하방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금통위원은 “민간 소비 회복세가 다시 약화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며 “건설 투자의 조정 국면 진입도 좀 더 확연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B 금통위원은 “수출 물량 증가세가 정체되거나 둔화되고 있다”며 “단가 상승, 선박 인도 등으로 최근 높은 수출 증가세가 높게 나오는 게 지속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C 금통위원은 “중국의 무역제한조치에 따른 영향이 서비스 수출에서 일부 상품수출로 점점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부동산 임대업 업황 BSI(경기심리지수) 및 주택가격전망 CSI(소비자심리지수)가 하락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이 건설투자와 민간소비를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결국 경제 회복 속도가 당초 전망보다 둔화되는 악재를 주로 언급한 셈이다.

통화정책에 대한 의견 개진 과정에서도 이러한 기류는 그대로 묻어났다.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면서 경기 및 물가 관련 불확실성과 금융안정 이슈에 대한 부담 증대 가능성에 대해 시간을 가지고 더 많은 분석을 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한 금통위원은 말했다. 이 금통위원은 “GDP갭(잠재 GDP와 실제 GDP의 격차) 해소 시점이 좀 더 앞당겨질 수 있는지, 아니면 미뤄질 수 있는 지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내년뿐만 아니라 내년 이후 경제상황도 함께 고민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른 금통위원은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올해 성장률은 7월 전망치인 연 2.8% 수준에 근접할 것”이라면서도 “수출의 성장기여 효과가 제한적인 가운데 건설투자에서 예상되었던 둔화세가 현실화되어 설비투자의 성장기여 효과를 상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지난 수년간 1%초반대 미만에 머무르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올해 2%에 근접하고 있는 것은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축소할 필요성이 높아졌음을 시사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또 다른 금통위원은 “선진국 통화정책 정상화와 더불어 우리도 통화정책 기조를 변경할 필요는 있지만, 지금과 같이 지정학적 리스크가 점증하는 가운데에서도 변경해야 할 만큼 시급한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