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전세가 고개를 떨궜다. 대치동 등 신규 입주가 몰린 곳은 최근 전셋값이 2억원이나 하락했다.

‘8·2 대책’ 이후 주택 수요가 매매 시장에서 전세 시장으로 쏠리고, 재건축 이주 수요 증가로 전셋값 상승 압력이 높을거란 예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특히 대치동 일대 아파트 전셋값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올해 상반기에 ‘대치 SK뷰’가 입주를 시작한 데다, 인근 래미안대치팰리스에서도 전세 물건이 많이 풀렸기 때문이다. 전세 물량이 많아지면서 대치 SK뷰를 비롯한 주변 아파트 전셋값이 5000만에서 최대 2억원 정도 하락했다.

서울 강남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경.

대치동 U공인 관계자는 “대치 SK뷰 전용 84㎡ 전셋값은 현재 11억~11억5000만원 정도로 입주가 시작된 불과 두세 달 전보다 2억원가량 내렸다”면서 “새 아파트 전셋값이 하락하면서 인근 래미안대치팰리스 등 다른 아파트 전세도 5000만~1억원 정도 떨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KB국민은행 자료를 보면 이달 들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0.16% 올랐는데, 강남 아파트 전세금 상승률은 0.14%로 서울 평균을 밑돌았다. 서초의 경우 아파트 전세금이 오히려 0.09% 하락했다. 같은 기간 광진구(0.37%), 중랑구(0.34%) 등 서울 다른 지역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과 비교하면 차이가 제법 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위원은 “여름 휴가 시기와 다가올 (추석) 장기 연휴 등이 겹쳐 가을철 이사 수요가 줄어든 데다, 최근 강남 재건축 이주 수요가 서울 외곽과 경기 지역 등으로 빠졌다”며 “전세 수요가 많지 않다 보니 국지적으로 전세 물량이 많은 곳은 가격도 하락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강남 재건축발(發) 이주 수요가 어느 정도 소화된 터라 강남의 조용한 전세시장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추가로 내놓을 가능성이 있는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등이 전세 시장에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월세 상한제는 전세와 월세 상승률을 제한하는 것이며, 계약갱신청구권은 전월세 기간이 끝나고 세입자가 추가로 계약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두 제도가 모두 도입될 경우 전월세 가격이 급등하는 등 전세 시장에 단기적 충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고준석 신한은행 투자자문센터장은 “현재 강남권 재건축 이주수요가 한 차례 마무리돼 (추석) 연휴 전까지 서울 전세 시장은 쉬어가는 분위기”라며 “하지만 정부가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 청구권 등 단기적으로 전세시장에 파급력이 큰 정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당분간 시장 상황을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