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S는 다른 국가에서 시장 확장 방법으로 인수합병(M&A) 방식을 많이 사용하는데, 여기에서 한국을 제외할 수 없고 제외할 이유도 없다.”

지난 14일 서울 성수동 UPS 강남센터에서 만난 나진기 UPS코리아 사장은 한국 물류업체에 대한 M&A 가능성에 대해 “한국 시장을 매력적으로 보기 때문에 계속 여러 가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UPS는 역삼동에 있던 강남센터를 지난 8월 성수동으로 이전했다. 다만 이곳에서 강남 지역 물량을 처리하기 때문에 명칭을 바꾸지는 않았다.

올해 4월 불거진 UPS의 국내 5위 업체 로젠택배 인수 가능성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나 사장은 “(로젠택배 인수에 대해) 공식적으로 한다고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안 한다고도 할 수 없다”며 “굉장히 민감한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자체적으로 (물류 설비를) 늘리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현지 업체 인수를 통해 시장을 확장하는 방식은 지금도 다른 곳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나진기 UPS코리아 사장

1907년 미국에서 설립된 UPS(United Parcel Service)는 페덱스, DHL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로벌 특송업체다. 미국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 본사를 두고 있다. 하루 평균 포장물(서류 포함)을 1910만개 배송한다. 지난해에는 매출 610억달러(69조원)를 기록했다. 미국에서는 우체국보다 더 많은 지역을 포괄하는 육상 운송으로 유명하다. 때가 묻어도 잘 보이지 않기 위해 선택한 갈색 유니폼은 UPS의 상징이다.

국내에서는 1988년 대리점 형태로 영업을 시작했고, 1996년 대한통운과 합작으로 UPS대한통운을 설립했다. 2008년 대한통운 지분을 인수한 뒤 한국법인을 설립했다. 현재 인천국제공항을 중심으로 매주 70회씩 항공기를 운영하고 있다. 가끔 도심에서 현금수송차량 같은 검은색 밴이나 트럭 형태의 UPS 배송차량을 볼 수 있다.

UPS코리아는 전자상거래 활성화에 따른 배송 물량 증가에 발맞춰 한국 시장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2014년 인천국제공항 내 물류 시설 규모를 60%가량 확장했다. 지역별 서비스 센터도 서계동에서 상암동으로, 당산동에서 독산동으로 각각 확장 이전했다. 지난 11일부터 서울 지역 내 배송 시간을 기존보다 4시간 줄였고, 부산 지역에선 당일 배송까지 할 수 있도록 했다.

나 사장은 “UPS는 한국 시장을 중국, 일본, 독일, 영국 등과 함께 중요 그룹으로 묶어 관리하고 있다”며 “본사에서 한국의 수출입 물량이 많다 보니 성장 가능성이 큰 나라로 보고, 부담스러울 정도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나 사장은 중앙대 수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학교 경영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0년 UPS에 입사해 김포국제공항에서 항공 운영 총괄 담당자로 근무했고, 2013년 1월부터 UPS코리아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역삼동에서 성수동으로 이전한 UPS코리아 강남센터 전경

◆ “‘ONE UPS'로 이뤄지는 통합 서비스가 장점”

나 사장은 UPS의 차별점으로 통합 솔루션을 꼽았다. 고객사가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도록 항공 운송, 해상 운송, 국제 특송, 포워딩(운송주선업), 계약물류 등을 원스톱 서비스한다. UPS는 이런 방식의 통합 솔루션을 ‘원 UPS(ONE UPS)'라고 부른다.

최근에는 이 시스템을 이용해 국내 반도체업체의 물류비 절감을 돕기도 했다. UPS는 모든 물량을 국제 특송으로 보내던 이 업체에 일부 물량을 일반 항공 운송으로 바꿀 것을 조언했다. 국제 특송은 항공 운송보다 빠른 대신 비싸다는 단점이 있었는데, 두 서비스를 함께 이용하게 되면서 물류비가 크게 줄었다.

나 사장은 “대부분 물류업체는 국제 특송과 항공 운송 담당이 따로 있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달라 조율하기가 어렵다”며 “UPS는 높은 지위에 있는 관리자(operator)가 총괄해 서비스를 만들기 때문에 고객사에 종합솔루션을 제공하기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UPS 배송 차량

◆ 3D 프린터, 드론 등 IT 기술에 연간 1조원 투자

UPS는 매년 빅데이터, 3D프린터, 드론 등 정보통신기술(IT)에 1조원을 투자하고 있다. 물류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가시성(visibility)과 효율성 등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다. 가시성은 글로벌 공급망 흐름을 파악하고, 화물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빠르고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것을 말한다. 나 사장은 “가시성만큼 중요한 것이 없기 때문에 이를 확보하기 위해 전사적으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UPS는 배송 물품을 관리하기 위해 자체 개발‧제작한 기기를 사용한다. 고객사로부터 화물을 확보했을 때부터 각 센터에서 작업해 공항으로 보내기까지 모든 과정을 시스템화했다.

3D프린터나 드론 같은 최신 IT 기술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UPS는 지난해 싱가포르에 3D프린터를 이용해 부품 등을 직접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세웠다. 고객사가 필요한 물품을 주문하면 생산전문업체와 협업을 통해 3D프린터로 이를 만든 뒤 바로 배송하는 서비스를 시범 운영 중이다. 지난 2월에는 미국에서 드론 시험 배송을 진행했다. 드론이 물품을 배송한 뒤 운행 중인 차량에 다시 돌아오는데 성공했다. 배송 한 건을 위해 멀리 이동해야 할 때 드론을 이용하면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UPS코리아는 미국, 싱가포르 등에서 시범 운영하고 있는 드론 배송과 3D프린터 사업도 국내 규제 상황에 맞춰 도입할 예정이다. 또 국내 화물차량을 전기차로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나 사장은 “운송업 특성상 탄소를 배출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환경 문제도 신경 쓰고 있다”며 “새로운 환경에 부응하지 못하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UPS는 관련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드론 시험배송 중인 UPS 배송 차량

◆ 엄격한 사내 문화... 호텔 갈 때도 물 사가

UPS는 물류업체에 중요한 신뢰도를 유지하기 위해 엄격한 윤리 규범과 매뉴얼 준수를 강조하기로 유명하다. 회사 물품을 절약하지 않거나 작은 거짓말이 드러나도 그냥 넘어가지 않을 정도로 엄격한 사내 문화를 가지고 있다.

UPS 직원들은 직급과 관계없이 출장을 다닐 때 이코노미 좌석을 이용하는 게 원칙이다. 호텔에 묵을 때는 밖에서 따로 물을 한 병씩 사서 들어간다. 맥주가 먹고 싶을 때도 마찬가지다. 가능한 미니바를 이용하지 않기 위해서다. 조식도 거의 포함하지 않는다. 사내 규정에는 없지만 절약하는 문화가 관행화됐다.

나 사장은 “UPS는 워낙 윤리를 강조하는 회사다 보니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 이전부터 김영란법을 지키고 있었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