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가 1인당 평균 6.5채씩 집을 갖고 있다. 적정 과세가 되어야 양극화를 완화할 수 있다."(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제2정책조정위원장)

"부동산 보유세 강화로 조세정의를 실현해야 한다."(이정미 정의당 대표)

'8·2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정치권에서 부동산 시장을 겨냥한 강성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8·2 대책이 '역대 최고 강도'라는 평가를 받고 있음에도 이런 발언들 때문에 "추가 규제가 나오는 건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번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추가 규제까지 나오면) 부동산 경기가 장기 침체로 접어들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법률 개정이 필요한 보유세 등 부동산 과세 강화는 국회를 통과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실정이다.

부동산 시장 차츰 충격 회복

부동산 시장은 9월 들어 '8·2 대책' 충격에서 어느 정도 회복하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가 집계한 서울 아파트값 주간(週間) 상승률은 8·2 대책 이후 4주 연속 감소하다가 지난 8일 소폭 반등했다. 다만 상승률은 0.05%로 8·2 대책 직전 주(0.57%)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전세 시세도 최근 소폭 상승했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신반포센트럴자이' 모델하우스. 신반포한신6차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단지로 '8·2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강남권 첫 재건축 분양이었다.

청약 시장도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8·2 대책 발표 후 서울 첫 분양이었던 '공덕SK리더스뷰'는 청약 경쟁률이 평균 35대1을 기록했고, 지난주 신반포 센트럴자이 경쟁률은 168대1까지 치솟았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집값을 잡기 위해 분양가를 눌러놨기 때문에 한동안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일축했다.

국토부는 8·2 대책에 대해 '성공적'이라고 자평하고 있다. 지난달 청와대 업무 보고에서도 "과열 지역 진정세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고, 전월세 가격도 안정적"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8·2 대책으로 전국 집값 상승률은 물가 상승률 수준으로 안정적인데, 이게 부족하다면 시장을 완전히 죽여야 직성이 풀린다는 거냐"고 불평했다.

그럼에도 여권 내 기류는 다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여당 관계자는 "서울 집값은 아직 젊은 층이 구매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고, 여기에 대한 고민을 더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도 "주거 복지 로드맵, 가계 부채 대책 등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추가 규제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청와대 의견이 직·간접적으로 전달되고 있다"며 "심하게 표현하자면, 집값이 다시 오를까 봐 벌벌 떨고 있다"고 전했다.

보유세 카드 만지작… 국회 통과 미지수

그동안 여권에선 갖가지 추가 부동산 규제 카드가 거론된 바 있다. 그중에서도 시장에서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건 단연 '부동산 보유세'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투자자 입장에서 보유세는 부동산의 '투자수익률 하락'을 의미하기 때문에, 도입되면 수익성이 낮은 물건 위주로 매각에 나서면서 본격적인 가격 하락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보유세에 대해 "(효과는) 강력하지만 조세 저항이 거셀 것이라 실현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최근 며칠 사이 정치권에서 보유세 인상을 잇따라 거론하며 '분위기 조성'에 나서면서 기류가 심상치 않다. 여당에서 추미애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가 이달 4일과 7일 보유세 강화를 거론한 데 이어 10일에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간사인 박광온 의원이 여기에 합류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그간 "보유세 문제는 신중해야 한다"는 원론적 발언만 해왔지만, 지난 8일 "당에서 그렇게 이야기하는(보유세를 주장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면서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보유세 입법화까지는 걸림돌이 많다. 특히 세금 문제는 야당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에 여권 의지만으로는 역부족이다. 김광림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11일 본지 통화에서 "정부의 집값 안정 노력은 이해하지만 반(反)시장 정책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보유세'와 '2주택자 양도세 증세'를 겨냥했다. 김세연 바른정당 정책위의장도 "선심성 복지를 발표할 때 증세는 없다고 하다가 슬그머니 증세 카드를 꺼내는 것은 이중적 행태"라고 비판했다.

일단 이달 말 발표 예정인 국토부의 '주거복지 로드맵'에는 보유세 인상 부분은 담기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전·월세금 인상률을 제한하는 '전·월세 상한제'와 현행 2년인 전·월세 계약 보장 기간을 4년으로 늘리는 '계약 갱신 청구권제' 등이 일단 유력하다. 관련 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고, 김현미 장관이 10일 '토크 콘서트'에 참석해 직접 강조하기도 한 내용이다. 3주택 이상 가진 가구가 등록하지 않고 임대사업을 하면 과태료를 부과하고 국세청에도 통보하는 임대사업자 등록 의무화 방안이나 투기과열지구 추가 지정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