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코틴 원액으로 남편을 숨지게 한 아내와 내연남이 무기징역 판결을 받았다.
7일 의정부지방법원 형사 11부(고충정 부장)는 남편 오 모씨(53)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입건된 부인 송모 씨(48)와 내연남 황모 씨(47)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시신 부검 결과 혈액 중 니코틴 농도가 L당 1.95mg였으며 수면제 성분의 졸피뎀도 검출됐다. 피해자 오 씨는 비흡연자였다.
아내 송 씨는 오 씨와 동거를 하다가 오 씨가 숨지기 두 달 전 혼인신고를 한 것이 밝혀졌다. 남편 오 씨가 숨진 후 한 달이 채 되기 전에 아파트 등 약 10억원의 재산을 처분하고 약 8000만원의 보험금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DNA 등 객관적 증거는 없지만 부인은 피해자의 재산으로 생활했고 살해 동기는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내연남 황 씨의 휴대전화에서는 '살인의 기술' '퓨어 니코틴 치사량' 등을 검색한 흔적이 발견됐다. 오 씨는 황 씨가 인터넷으로 검색한 중국 업체에서 순도 99%의 니코틴 원액을 구입했다. 송 씨가 남편 재산을 처분해 약 1억원을 황 씨에게 송금한 사실까지 밝혀졌다.
니코틴은 물에 잘 녹는 신경전달물질이다. 체내의 니코틴 수용체에 결합해 흡수된 후 세포로 퍼지면서 신경 전달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 낮은 농도의 니코틴은 사람을 각성시키는 효과가 있다. 체내에 고농도의 니코틴이 흡수되면 신경 전달 과정에 문제가 생겨 호흡곤란·부정맥 등 치명적인 부작용을 나타낸다.
액상 니코틴의 경우 성인 기준 3.7mg~5.8mg만 섭취해도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흔히 두 방울이 치사량인 것으로 알려졌고 직접 마시거나 냄새를 맡거나 피부에 묻는 등 체내 흡수되는 방법은 다양하다.
국내 첫 '니코틴 살인사건' 피해자 오 씨의 경우 어떤 방식으로 니코틴에 중독됐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해외에서는 니코틴 패치를 몸에 18개나 붙여 사망한 사례가 있다.
국내에서는 자살 도구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올해 1월 8일 평소 우울증을 앓고 있던 한 40대 남성이 니코틴 원액과 커피를 마시고 사망한 사례가 있었다. 지난해 3월 부산에서 30대 남성, 7월 청주에서 20대 여성이 니코틴 원액을 들이키고 숨진 사건도 있었다.
한편, 니코틴 원액은 해외 직구 등을 통해 청소년도 손쉽게 구매할 수 있고 최근 무허가 제조된 고농도 제품이 유통되는 등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논란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