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대구 수성구와 경기 성남 분당구를 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하고, 분양가상한제 적용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의 '8·2 부동산 대책 후속 조치'를 발표했다. 국토부는 이 과정에서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강행, 주택법 절차 위반 논란도 나오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에서 분양가 통제에 따른 '청약 로또화(化)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도 정부가 분양가상한제 확대를 밀어붙였다는 비판도 나온다.

투기과열지구 지정 형평성 논란

국토부는 5일 "성남시 분당구와 대구시 수성구에서 국지적인 가격 불안이 지속됨에 따라 이 지역들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두 지역에서는 6일부터 주택 담보대출 한도가 최대 40%포인트 줄어들고, 아파트 분양권 전매가 완전 금지되는 등 19개 규제가 동시에 적용된다. 대통령 공약인 '연간 10조원 규모 도시 재생 사업'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5일 국토교통부가 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한 대구 수성구 아파트 단지 전경. 수성구는 수도권과 세종시를 제외한 지방 유일의 투기과열지구가 됐다.

이 과정에서 국토부가 주택법 절차를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주택법은 63조 5항에서 '투기과열지구를 지정하거나 해제할 때 시장·도지사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1일 대구시에 "수성구 투기과열지구 지정에 대한 의견을 4일까지 회신해 달라"고 통보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4일 오후 5시쯤 '고강도 규제인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바로 하기보다는 부산처럼 한 단계 낮은 규제인 조정대상지역 지정을 거쳤으면 좋겠다'고 회신했다. 하지만 이 시점에는 이미 국토부가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결정하고, 보도 자료까지 배포(4일 오후 4시) 해놓은 상태였다.

권 시장은 "지역 경제 침체 가능성, 같은 지방 대도시인 부산 사례 등을 전문가들과 열심히 검토해 의견을 제시했는데, 듣기도 전에 다 결정했다니 황당하다"며 "정부가 입으로는 '소통'과 '지방 분권'을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지방자치단체를 요식 행위 대상으로 여기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국토부 측은 "결정 전에 대구시 담당 국장으로부터 전화상 반대 의견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대구 수성구가 비(非)수도권에서는 유일하게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데 대한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국토부는 수성구가 통계적 기준을 충족했을 뿐 아니라 8·2 대책 이후 1개월간 전국 시·군·구 가운데 아파트값 상승률 1위였다는 점을 강조한다. 하지만 기간을 늘려 잡으면 사정이 달라진다. 한국감정원 아파트 가격 지수 자료를 보면 조정대상지역인 부산 해운대구는 최근 1년간 107.5포인트에서 115.1포인트로 7.1% 올랐다. 이에 비해 대구 수성구는 1.9% 올랐다. 더욱이 조정대상지역 지정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것은 수성구가 처음이다. 국토부 측은 "투기과열지구 지정 요건을 통계적으로 충족하는 도시가 더 있을 수도 있지만 향후 시장 교란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수성구 '범어센트럴푸르지오' 전용면적 84㎡ 분양권 호가는 이날 하루 만에 6억7000만원에서 6억4000만원으로 내렸다.

'로또 아파트' 논란 속 분양가상한제 강행

국토부는 요건을 완화해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는 민간 택지를 늘리기로 했다. 현행 기준이 너무 엄격해 사실상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날 발표된 새 기준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주택 가격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2배를 넘는 지역 가운데 ▲최근 12개월 평균 분양가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배(倍) 초과 ▲직전 2개월 청약 경쟁률 5대1 초과 ▲3개월 주택 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증가 등 세 가지 요건 중 하나라도 해당되면 주거정책심의위 회의를 거쳐 상한제를 적용할 수 있다.

새 기준은 주택법 시행령 개정을 거쳐 이르면 내달 말 시행할 전망이다. 당장 다음 달에라도 분양가상한제 적용 아파트가 나올 수 있다. 서울 '강남 4구'와 마포·용산·성동구, 대구 수성구 등이 대상이 될 전망이다. 분양가상한제는 2015년 4월 기준이 강화되며 사실상 사문화됐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분양가상한제는 아파트값을 잡기 위한 목적이지만 실효성 논란이 있다"고 말했다. 기존 다수(多數)의 아파트가 거래되면서 형성된 시장 가격이 있는 상황에서 새로 지어진 소수(少數) 아파트의 분양가만 강제로 끌어내려 봤자 새 아파트도 결국에는 시장에 따라 가격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른바 '로또 아파트'가 등장, 청약 과열로 이어질 수도 있다. 실제 최근 서울 서초구 신반포센트럴자이 아파트는 주변 시세 대비 3억원가량 싼값에 분양가가 책정되면서 주말 사이 모델하우스에 매일 1만여명씩 몰렸다. 박선호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분양가 통제가 단발성인 경우에는 청약 과열만 빚을 수도 있겠지만, 지속적으로 분양 가격을 안정시켜 놓으면 시장 가격도 결국은 그에 따라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국토부는 인천 연수구와 부산 전 지역 등 24곳을 '집값 집중 모니터링 지역'이라고 공개했다. 언제든 투기과열지구 추가 지정이 가능하다는 경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