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안정'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불투명하다" "향후 (집값이)급등할 수 있다" "다주택자들은 집을 팔지 않고 버틸 것이다" "실수요자는 현금 없으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본지가 '8·2 부동산 대책' 1개월을 맞아 전문가들에게 어떤 영향이 있었는지 물어본 결과 나온 답변들이다. 대책 발표와 함께 급랭(急冷)한 시장 상황은 1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한국감정원 발표 기준, 7월 마지막 주 0.1%를 기록했던 전국 주간(週間)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8월 들어 줄곧 0.01~0.02%를 기록 중이다.

"다주택자, 안 팔고 버티기 많을 것"

'8·2 대책'으로 집값 상승세가 꺾였다는 분석에 대해서는 답변에 응한 전문가 5명이 모두 동의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지속될지에 대한 판단은 달랐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부동산 거래가 끊기고 집값이 하락한 건 일시적 현상"이라며 "상승세를 타던 집값이 지금은 잠잠한 것처럼 보이지만 수요가 여전한 만큼 나중에 집값이 폭등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가수요가 어느 정도 줄었다"며 "집값이 지속적으로 내려갈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가수요가 사라졌지만 규제 강화로 인해 피해를 보는 실수요자들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5명 중 4명이 동의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분양 시장에서는 실수요자가 당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도 "실수요자들도 똑같이 대출 규제를 받기 때문에 당장 보유한 현금이 없는 실수요자들이 집을 구매하기는 더 어려워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주택자를 겨냥해 주택 담보대출 건수와 대출 비율 등을 조정했지만 당장 이들이 매물을 내놓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전문가들은 "대출을 받아서 무리하게 투자를 한 소수 사람이 아니면 집을 내놓지 않고 버티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할 수 있다"며 "9월 발표가 예고된 추가 대책과 내년 4월 양도세 관련 법안이 개정될 때까지는 상황을 지켜보자는 흐름이 강하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내년 상반기쯤 되면 다주택자가 가진 물량의 10~20% 정도가 시장에 나올 수 있지만 대부분의 다주택자는 현금 보유량이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매물을 내놓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 이후 꼬마 빌딩, 경기도 안양·평촌·분당 지역 주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과거처럼 풍선효과는 크지 않았던 것으로 봤다.

전·월세상한제, 보유세 등 후속 조치 가능성

8·2 부동산 대책 등 현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전문가들의 점수 평균은 'B-' 수준이었다. 세제·청약·대출 등 부동산 관련 전 분야를 망라한 초강력 대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원하는 만큼의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은 정부 차원에서 향후 추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심교언 교수는 "정부가 원하는 만큼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종합부동산세율 인상 등 더 강력한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최막중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10년 전 노무현 정부 시기를 거치면서 '정부가 시장을 컨트롤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했는데도 불구하고 또다시 역사가 되풀이되고 있다"며 "규제에 억눌린 수요가 응축됐다가 예상치 못한 시점에 예상치 못한 힘으로 분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센터장은 "우리나라 국민이 갖고 있는 자산의 70%가 부동산에 쏠려 있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거래까지 끊기면 실수요자의 정상적인 주택 구입까지 어려워진다"며 "수요 억제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내놓았으니 이제 공급이 부족한 지역의 움직임을 잘 파악해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