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맨, 노 메이크업, 노 미러(No man, No makeup, No mirror).’

여성전용 헬스클럽(이하 클럽) ‘커브스’는 남성 회원이 없고, 화장할 필요가 없다. 일반적인 헬스클럽과 달리 사방을 메운 전신거울도 없어 살이 찌거나 건강이 나빠져 달라진 내 체형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없다. 오로지 운동과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 것이다.

12개의 유압식 운동기구와 12개의 스텝보드를 돌면서 하는 ‘30분 순환운동’은 여성전용 헬스클럽 ‘커브스’의 대표적인 운동 프로그램이다.

운동욕구를 자극하는 클럽 매니저, 가족처럼 서로의 운동을 응원하는 다른 회원들이 이를 대신한다는 콘셉트다. 클럽 매니저는 회원들이 운동할 때 틀린 자세를 교정해주고 회원의 상태에 꼭 맞는 운동법을 추천해준다. 10년간 커브스 문정클럽을 이용해온 최유리 회원은 “허리디스크 때문에 건강이 나빠져 운동을 시작했는데, 클럽 매니저들이 아픈 부위의 상태를 정확히 알고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몸에 맞는 수준의 동작과 운동횟수를 추천해준다”고 설명했다.

매달 진행되는 다양한 이벤트는 회원에게 운동의 즐거움과 보상을 제공하는 시간이다. 2011년부터 매년 여름 진행되는 커브스 부트캠프는 6주간의 다이어트 서바이벌 프로모션이다. 부트캠프 기간 클럽 내부는 군대로 꾸며지고, 클럽 매니저는 교관으로 변신한다. 교관용 모자와 군복 바지를 입고, ‘다나까’ 말투를 쓰는 등 재미있는 연출이 이어진다. 서바이벌 형식인 만큼 참가 회원들에게 고강도 운동을 혹독하게 지도하며 정신력과 체력 모두 단련한다. 6주 후 최종적으로 측정한 인바디 기록을 바탕으로 우승자를 선발한다.

김혜선 커브스 문정클럽 매니저는 “이번 부트캠프에서 2등을 한 회원은 평소 주 2회 운동도 힘들어하던 분이었는데, 부트캠프 기간 열심히 운동해 좋은 결과를 낸 후 운동에 재미를 붙여 매일 클럽에 나올 정도로 열성 회원이 됐다”고 설명했다.

◆ ‘책 안 떨어뜨리고 스쿼트 하기’ 등 각종 이벤트로 운동에 즐거움 더해

이달 17일에는 8월 15일 광복절을 기념해 태극기 인증사진을 찍고 클럽에 와서 보여주면 포인트를 주는 ‘태극기 인증샷’ 이벤트가 열렸다. 누군가는 태극기를 가구 위에 펼쳐 사진을 찍었고, 누군가는 태극기로 장식한 손목 보호대를 차고 클럽에 등장했다. 회원들은 각종 이벤트에 참여해 미션을 수행하고 이때 받은 포인트를 모아 각종 용품을 구입한다.

기자가 커브스 문정클럽을 방문한 날에는 머리에 책을 올린 채 일정 구간 걸어간 뒤, 스쿼트 5회를 성공하면 포인트를 주는 이벤트가 진행됐다. 클럽 한가운데서 진행되는 이 미션에 한 회원이 도전하자 클럽 내 모두의 관심이 집중됐다. 무사히 걸음을 옮기고 스쿼트를 5회째 마치려는 순간, 옆 회원이 말을 걸어 잠깐의 흔들림으로 책이 떨어졌다. 다 된 밥에 코가 빠졌는데도 도전자는 ‘빵’ 터지고 말았다. 주변 회원들 얼굴에도 웃음꽃이 폈다.

한 회원이 머리 위 책을 떨어뜨리지 않고 스쿼트를 하는 이벤트에 도전하고 있다.

커브스는 게리 헤이븐과 다이앤 헤이븐 부부가 1992년 미국 텍사스주 할링겐에 설립했다. ‘여성의 삶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 게리 헤이븐은 과거 대형 헬스클럽을 운영해 엄청난 성공을 거뒀지만 대형시설을 유지하기 위한 비싼 임대료와 운영비로 큰 빚을 지게 됐다. 그는 실패를 거울삼아 남성을 위한 운동기구와 샤워시설을 빼고 임대료·운영비를 대폭 줄인 여성전용 헬스클럽 커브스를 만들었다.

여성 편의·신체적 특징을 고려한 ‘30분 순환운동’은 커브스의 핵심 운동 프로그램이다. 운동생리학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받은 미국 텍사스 베일러대에 연간 200만달러 이상을 투자해 30분 순환운동의 효과를 입증하고 개선해왔다. 현재 전 세계 90여개국에서 400만명 이상의 여성회원이 커브스를 이용하고 있다.

순환운동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는 근력운동과 유산소운동, 스트레칭이 모두 30분이면 가능하다는 점이다. ‘30초간 상반신 근력운동-30초간 음악에 맞춰 근육 휴식-30초간 하반신 근력운동-30초간 음악에 맞춰 근육 휴식-스트레칭 머신으로 운동 마무리’와 같은 코스로 운동이 이뤄진다. 12개의 유압식 운동기구와 12개의 스텝보드(걷기 운동을 하는 발판)에서 정해진 동작을 하고 이를 전체적으로 한번 반복한다.

운동을 하는 동안 회원들은 8분에 한 번씩 심박 수를 체크하고 자신의 건강 상태에 맞춰 목표 심박 수를 설정한다. 클럽 매니저가 회원 상태를 체크하고 운동 강도를 높이거나 낮춰준다.

매일 30분간 꾸준히 순환운동을 통해 건강을 되찾았다는 회원들이 적지 않다. 체중관리를 위해 이곳을 찾은 사람들도 다이어트 효과 뿐만 아니라 허리디스크·당뇨 등으로 나빠졌던 건강이 회복되는 효과까지 봤다는 이도 있다.

최유리 커브스 문정클럽 회원은 “출판사에 근무하면서 장시간 앉아있다 보니 허리디스크가 심해져 일주일에 5번 침을 맞아야 할 정도였는데 이곳에서 꾸준히 운동하다 보니 3~4년만에 주 1회에만 한의원을 찾아도 될 정도로 회복됐다”며 “당시 수술을 하지 않고 근력 운동을 시작한 것이 좋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커브스는 회원들이 즐겁게 운동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30분 순환운동을 체험한 기자 역시 운동을 시작한 지 몇 분도 채 되지 않아 심박 수가 빠르게 올라가고 각 신체부위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헬스클럽에 머무르는 시간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효과적이고 압축적으로 각 부위에 필요한 운동을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성공 못 한다”는 비관론에도 커브스 한국 론칭, 결과는 대성공

김재영 커브스코리아 대표가 2006년 한국에 커브스코리아를 론칭했을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피트니스 센터 프랜차이즈 사업이 성공할 리 있겠냐는 비관론이 팽배했다. 게다가 남성회원 없이 여성회원만 모집한다면 성공 가능성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2007년 본격적으로 가맹사업을 시작한 커브스는 1개 매장으로 시작해 2010년 가맹점 100개를 돌파했고 지난해 기준 376개의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다. 전체 회원 수는 7만명에 달한다.

김재영 커브스코리아 대표.

장일봉 커브스코리아 사업본부 이사는 “커브스 가맹사업이 매력적인 이유로 ▲가맹계약 기간, 독점 권역 보장 등 가맹계약 조건이 명확하다는 점 ▲운동 효과가 검증된 ‘30분 순환운동’을 메인 상품으로 한다는 점 ▲외식업체처럼 주재료 관련 파동 등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 ▲클럽 세팅 후 추가로 드는 비용이 거의 없다는 점 ▲운영시간이 오전 10시~오후 9시(오후 1~3시는 브레이크 타임)로 비교적 다른 피트니스 센터보다 짧고, 공휴일에는 운영을 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꼽았다.

여성 친화적 공간이라는 점과 운영시간(평균 8시간)이 비교적 짧다는 점 덕분에 커브스에는 여성 가맹점주가 많은 편이다. 커브스에 따르면 전체 가맹점주의 75%가 여성이며, 전체의 50% 전업주부가 창업한 케이스다. 먼저 커브스 회원으로 커브스를 접하고 운동 효과가 좋고, 사업이 되겠다는 판단에 커브스 클럽을 인수하는 경우도 있다.

커브스 클럽을 내는 데 드는 비용은 임대보증금, 월세, 인테리어, 장비 설치비 등을 포함해 1억 2000만~1억 5000만원 정도다. 샤워실이 별도로 없기 때문에 약 115~130㎡(35~40평) 정도의 작은 공간에도 클럽을 차릴 수 있다.

커브스 클럽 매니저는 회원들이 운동할 때 틀린 자세를 교정해주고 회원의 상태에 꼭 맞는 운동법을 추천해준다.

◆ 커브스 오래 운영할수록 본사에 내는 광고비 줄어

커브스 본사는 가맹점주가 내는 로열티를 통해 수익을 올린다. 가맹점주는 매월 회원 1명당 5500원꼴로 로열티를 낸다. 이 로열티에는 광고비도 포함돼 있다. 커브스 클럽을 오랫동안 운영할수록 광고비 부담은 줄어든다. 장 이사는 “오랫동안 커브스를 운영한 사람은 그만큼 커브스 브랜드를 알리는 데 일조한 사람이기 때문에 광고비 항목의 비율을 줄여준다”고 설명했다. 본사는 연간 모인 광고비 총액과 활용처를 매년 발표하고 있다.

장 이사는 최근 프랜차이즈 업계에 로열티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논의가 일고 있는 것에 대해 “앞으로 많은 고민을 통해 발전시켜 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본다”며 “가맹 계약 체결 단계부터 로열티 개념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고, 가맹본사의 노하우가 들어있는 부분에 합리적으로 로열티를 붙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창업을 준비 중이라면 사업설명회 한두 군데 가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가맹본사의 정보공개서를 철저히 살펴보고, 중소벤처기업부나 소상공인 진흥공단과 같은 수준평가기관이 제시하는 브랜드 평가항목을 반드시 검토해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커브스는 신규 클럽 오픈을 위해 선정 위치를 기준으로 500m 반경의 아파트 세대수와 30~50대 거주 인구를 파악해 상권을 분석한다. 예비창업자에게 마트, 은행, 미용실 등 여성을 위한 상권이 형성돼 있는 곳과 직장인 유동인구가 많은 역세권 오피스 지역을 추천한다.

커브스코리아 측은 기존 가맹점의 독점 권역·수익 보장을 위해서는 전국 최대 450개 매장이 적절하다고 보고 앞으로 100여개 가맹점을 추가로 모집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