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내부 협의체를 구성하고 비대면 투자일임업을 허용할지 여부와 허용 범위에 대한 검토를 진행 중이다. 최근까지 금융투자협회, 금융투자회사 등으로부터 비대면 투자일임업에 대한 의견을 청취해왔고, 이를 토대로 하반기 중에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비대면 일임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해왔던 금융위가 다시 논의의 테이블에 이 문제를 올렸다는 점이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다만 어떤 결정을 내릴 지는 미지수다. 앞서 금융위는 불완전 판매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해 비대면 일임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이 같은 방침은 한편으로는 투자자 편의와 효율성을 제고한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 출시를 막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 기약없는 기다림 끝날까...핀테크 서비스 준비한 금융투자업계 주목
현재 자본시장법 시행령은 특정금전신탁에 대해 투자자의 자필 서명을 받도록 하고 있고, 금융투자업 규정은 일임형ISA를 제외한 투자일임은 대면 설명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개정해 투자자 직접 내점하지 않고도 PC(개인용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통해 투자일임 계약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오프라인 지점을 방문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계약을 체결할 수 있게 돼 편리하고, 금융투자업체 입장에서는 투자자 유치가 더욱 쉬워지는 효과가 있다.
특히 로봇이 자산을 관리해주는 로보어드바이저의 경우 온라인에 최적화된 서비스인데다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하는 것이 핵심인만큼 비대면 일임은 필수적인 제도로 꼽힌다. 지난해 핀테크 산업 육성 정책이 쏟아져 나오면서 비대면 일임도 허용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지만, 금융위는 불허 방침을 고수했다.
비대면 일임 허용을 기대하고 신규 서비스를 준비해왔던 금융투자회사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안정성을 검증해주는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를 통과한 서비스는 16개에 이르지만, 현재 이를 일반 투자자들에게 판매하고 있는 곳은 손에 꼽는다. 투자자문 및 투자일임업자들을 위한 플랫폼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일부 증권사들과 모바일 투자일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핀테크 업체들은 금융위가 기조를 바꾸기만을 고대하고 있다.
◆ '제한적 허용' 등 절충안도 고심...금융위, 여전히 신중 모드
비대면 투자일임을 허용할지 여부에 대해 아직 뚜렷한 방향이 난 것은 아니라는 게 금융위 측의 설명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일임 계약은 금융회사가 투자자의 재산을 굴리는 것이라 투자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며 "투자 위험에 대한 충실한 설명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점에서 대면 계약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던 것이었고 이를 완화해 줘야 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금융위가 일정한 기준과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 비대면 일임을 허용해주는 식으로 절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당국 관계자는 "불완전 판매 방지 체계를 확실히 갖춘 곳이나 회사의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 되는 곳, 혹은 필요에 따라 로보어드바이저, 투자일임업 플랫폼 등 특정 상품 또는 서비스로 구분해 비대면 일임을 허용하는 방안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고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투자협회 측은 이 같은 차등화가 아닌 전면 허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비대면 일임이라고 해서 특별히 불완전 판매율이 높고, 대면 일임을 하면 불완전 판매율이 낮아지는 연관성을 확인하기 어렵다"며 "전면 허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