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장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 키워드를 내세우고 있다. 4차 산업혁명 기대감에 수혜를 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증시에 신규 상장한 기업 세개 중 한개가 간담회나 IR(기업설명회)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을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큰 연관성이 없는 기업들도 4차 산업혁명으로 묶이고 있다며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가 변동성이 크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조선 DB

조선비즈가 올해 상장한 기업들의 IR북과 기자간담회 발언을 조사한 결과, 총 33곳(스팩제외) 중 12곳이 4차 산업혁명을 내세웠다. 기업 관계자들은 “4차 산업혁명의 수혜를 받을 것”이라고 전망하거나 “4차 산업혁명 관련 사업에 진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장비업체 힘스(238490)의 김주환 대표는 지난 7월 간담회에서 “4차 산업혁명 물결속에 OLED와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카메라 렌즈업체 삼양옵틱스의 황충현 이사는 “최근 4차 산업혁명에 따라 로봇, 인공지능, VR 등 고성능 렌즈의 니즈가 증가하고 있다”며 “광학기술 노하우를 기반으로 여러사업 분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 기대감에 주목, 상장하니 ‘털썩’...묻지마 투자는 금물

4차 산업혁명을 내세운 기업들은 공모 당시 투자자들의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상장 이후 주가가 널뛰기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

모트렉스 상장 이후 주가 추이.

모트렉스는 상장 전 주목을 받았으나 주가가 내림세를 걷고 있다. 공모가는 밴드 최상단인 3만8300원으로 확정됐고, 최종 청약경쟁률도 422.73대 1을 기록할 정도로 흥행했다.

그러나 상장일 첫날부터 공모가(3만8300원)를 밑돌고, 이후 계속해서 하락했다. 모트렉스는 현재 공모가보다 20% 내린 3만원대 초반을 기록하고 있다.

코미코(183300), 지니언스(263860)등 6개 기업도 상장 첫날 종가보다 약세를 보이고 있다.

주가가 오르기도 했지만, 한순간이었다. 지니언스는 한때 2만원을 돌파했지만, 현재는 1만4000원대로 하락했다. 7000원대까지 올랐던 데이타솔루션도 5000원대로 내려앉았다.

◆ 불확실한 ‘관련사업 진출’ 계획도 많아...증권신고서 세세히 따져야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지만, 4차 산업혁명과 엮인 기업도 많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있다고 밝힌 기업 12곳의 업종은 다양했다. 반도체 관련장비부터 자동차부품, 통신장비, 내구 소비재, IT서비스, 식료품, 기계 등이다.

현재 관련 산업을 영위하지 않고 있지만 4차 산업혁명 사업에 진출한다고 밝혀 주목을 받은 기업도 있다. 올해 상장한 식품회사 대표는 간담회에서 “공모자금으로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IT비즈니스 등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당장 ▲당장 4차산업혁명과 관련된 매출이 있는지▲관련 매출이 전체에서 어느정도를 차지하고 있는지▲관련 사업진출 계획이 명확한지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업공개(IPO) 업계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의 범위가 넓고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는 사업영역이다보니, 수혜주로 묶이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새롭게 4차 산업혁명 사업으로 확장하겠다고 하는 기업이라면 관련 사업을 언제 어떤 시점에 시작하는지, 실적 가시화 시점은 언제인지, 실질적인 수혜가 있는지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오승택 헤이스팅스자산운용 대표는 “4차 산업혁명 관련주로 분류된 공모주의 경우, 해당 분야에서 매출이 실제로 발생했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며 “향후 계획에만 해당하거나, 시장의 루머로 엮인 게 아닌지 체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발행회사도 본의아니게 본업과 관계가 적은 분야로 테마가 묶인 경우라면 투자위험요소 부문에 이를 기재해 투자자들의 혼란을 줄이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