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 이후 국내 집값의 상승세가 한 풀 꺾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투기세력을 겨냥해 내놓은 정책은 역대 정권과 비교해도 강력하다고 평가 받으며 앞으로 집값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사진)은 지난 7일 발간한 보고서 '글로벌 금융시장 100년의 경험이 주는 부동산 투자 Insight'를 통해 앞으로 집값은 하락하기보다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100년 동안의 글로벌 각국 부동산시장을 분석해서 내린 결론이다.

그는 집값을 움직이는 요소로 공급과 수요 두 가지를 복합적으로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우리나라는 수출 회복과 함께 국내총생산(GDP)이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가운데 주택공급량은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그는 앞으로의 변화가 국내 자산가격을 상승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홍 팀장은 정부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는 전월세 수요자에게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임대시장에서 공급자 역할을 하던 베이비붐 세대가 더 이상 대출을 받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공급은 줄어드는 반면, 집을 사기 어려워진 실수요자들이 전월세로 몰리며 초과수요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여의도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에서 홍 팀장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

-리포트에서 교통의 발달과 주택가격 간 관계에 대해 설명했다.

“1913년부터 1960년까지 미국, 호주, 영국, 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 12개를 분석한 결과 일본을 제외한 11개 나라의 실질 부동산 가격이 거의 오르지 않았다. 실질 부동산 가격은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집값을 말한다. 하지만 1960년 이후부터 주택가격이 급격하게 오르기 시작했다.

주요 변수 중 하나가 바로 철도였다. 베를린 자유대학의 카타리나 크놀(Katharina Knoll) 교수 등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세계 2차 세계대전 이후 철도 건설의 중단 등이 주택가격을 상승시키는 요인이 됐다. 철도 건설로 교통이 발달하면 도시에서 좀 떨어진 교외 지역에도 주택이 건축될 수 있다. 토지 공급, 주택 공급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철도 건설이 주춤하자 가용 토지면적이 줄어들었다. 실질적인 토지공급이 감소했고 집값 상승으로 이어졌다. 당시 도로 확장이 본격적으로 이뤄졌지만 교통 체증 때문에 철도 감소를 상쇄시키지 못했다.”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또다른 공급변수는?

“실제 주택 공급량도 중요한 변수다. 영국은 1970년대부터 주택착공의 건수가 줄었다. 이후 시차를 두고 공급부족과 함께 주택 가격 상승을 낳았다.

그 배경에는 작은 정부와 달라진 도시정책이 있었다. 1960~1970년대까지 서구는 복지를 강조하며 국가 차원에서 주거지를 대거 늘렸지만 1970년대 후반부터 대처리즘, 레이거노믹스가 들어서며 주택 공급이 급격히 줄었다.

또 각국에서 도시 경관을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하며 문화재로 지정된 건물들이 늘어났다. 이는 부동산 시장에서의 공급이 유연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이견의 여지가 있지만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공급이 탄력적이었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보다 집값이 덜 올랐다고 본다. 글로벌 주요국들의 실질 부동산 가격이 1960년부터 평균 5배 가량 올랐다. 반면 한국의 집값은 물가 상승률 수준으로 상승했다.

우리나라는 도시철도망 발달과 함께 일산, 평촌, 판교, 분당 등 신도시가 생겼다. 대표적으로 1기 신도시 정책이 있다. 상계동과 목동을 개발하고 나자 서울에는 더이상 새로 집을 지을 공간이 없었다. 그래서 당시 건설 중이던 3호선과 4호선을 교외지역으로 연장해 신도시를 만들었다.

또 지금은 사문화 됐지만 과거에는 택지개발촉진법(택촉법)을 통해 정부가 직접 땅을 수용해서 재개발을 추진했다. 덕분에 30만~40만명씩 받아내는 대도시가 나왔고 공급 문제를 해결했다. 우리나라와 같은 탄력적인 주택 공급은 집값 상승을 억제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철도망 확충은 지난 1960~1970년대 도시철도망 건설에 비하면 다소 둔화되는 흐름이다. 이번 정부가 늘어나는 복지 예산을 충당하기 위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줄이기로 했다. 지난해 개통한 SRT나 앞으로 개통 예정인 GTX와 인천-강릉 KTX가 있지만 부족하다. 더 활발한 투자가 필요하다.

또 이번 정권에서는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유인이 적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재건축 조합 결성 이후에는 분양권의 양도가 금지됐다. 더불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크게 줄임으로써 자금 유동성을 악화시켰다. 초과이익환수제도 재건축·재개발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소다.

더군다나 이제 서울 주변으로 더이상 새로 개발할 땅이 없다. 남은 땅이라고는 비행장이나 그린벨트 뿐이다. 세종시를 통해 지방 개발을 촉진시키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게 어느정도 입증됐다. 밀집해서 살고자 하는 ‘클러스터’의 욕구가 강하기 때문이다.”

-공급 외에 수요 측면에서 집값은 어떤 영향을 받는가.

“수요 요인도 집값에 큰 영향을 미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실질금리가 안정되고, 경제성장이 안정적으로 이뤄지자 주택시장은 호황을 누렸다. 반대로 1973년 1차 오일 쇼크와 1991년 일본과 북유럽 금융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주택가격의 상승 탄력이 둔화됐다.

또 정책금리가 너무 높으면 부동산 수요가 급격하게 감소한다. 대출 받아서 부동산을 사는 데 어려움이 커지기 때문이다. 지난 1990년대 일본의 부동산 버블이 꺼질 때 중앙은행은 정책금리를 높게 유지했다. 이는 자산시장의 붕괴를 더 가속화시켰다.”

-전세계적으로 금리는 올라가는 추세다. 그리고 국내 부동산시장은 강력한 대책으로 주춤하고 있다. 금리인상과 부동산시장의 경색이라는 두 가지 조합이 일본의 과거 상황과 비슷한 것 같다.

“비슷한 효과를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똑같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1990년대 일본의 부동산 시장이 붕괴될 때는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2.5%에서 6%로 급격하게 올렸다. 고속도로를 달리던 자동차가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고 함께 달리던 차들과 추돌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만약 우리나라도 일본과 똑같아 지려면 현재의 1.25% 기준금리를 1년 안에 5%까지 올려야 한다. 그럴 일도 없을 것이고 한국은행에서 굳이 급격하게 금리를 올릴 이유가 없다. 우리도 미국처럼 차근차근 금리를 인상할 것이다.”

-수요 측면에서 인구도 주택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나.

“영향은 있지만 절대적이지 않다. 선진국들을 보면 출산율 감소에도 총인구수가 이민자 유입으로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한국도 외국인 인구수 증가와 함께 기대수명의 연장으로 생각보다 인구 절벽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 2005년 ‘인구추계’에서는 2018년 인구절벽이 도래한다고 했으나, 2015년 추계에서는 인구절벽 시기가 2030년대 초반으로 늦춰졌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집값은 오를 것이라 보는가.

“그렇다. 수출이 회복되고 국내총생산(GDP) 성장이 안정적인 추세를 타며 수요가 뒷받침 되고, 2015~2016년 사이 급증했던 주택공급이 앞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끝으로 우리나라 50~60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를 짚고 넘어가고 싶다. 최근의 부동산 대책이 나오기 전에는 이들이 퇴직 후 임대소득을 위해 집을 샀겠지만, 이제는 얘기가 다르다.

“맞다. 지금까지는 베이비붐 세대들이 은퇴 이후 소득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받아 임대사업을 했다. 기존에 살고 있던 집을 담보로 대출 받아 소형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사서 전세나 월세를 받는 구조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브레이크가 걸렸다. 주택담보대출비율이 낮아져 대출을 받기 어렵게 됐다. 물론 정부가 임대사업자에 등록하면 규제를 완화한다고 했지만 세원이 노출되기 때문에 임대사업에 대한 유인이 줄게 됐다.

실질적인 타격은 전월세 수요자들에게 미칠 전망이다. 집을 살 수 없는 이들에게 누군가는 임대공급을 해줘야 한다. 하지만 공급이 줄어드니깐 초과수요 상태가 된다. 전세나 월세 가격은 오르고, 더군다나 정부는 전세대출에 대한 규제는 하지 않기 때문에 수요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계속해서 세를 들 수밖에 없다. 만약 전세에 부담을 느껴 월세로 살고자 해도 금리가 오르는 때라서 월세도 상승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