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 성장'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 철학이 반영된 첫 예산안답게 정부가 저소득층 가계를 직접 지원하는 예산이 크게 늘었다. 기초연금 지급액을 늘리고 아동수당을 도입하는 것을 필두로 정부가 저소득층 소득을 늘려주는 데 집중 투자한다. 일자리 창출에 19조2000억원을 투입하는 것도 가계소득 증대라는 목표를 향하고 있다.

0~5세 아동 250만명에 월 10만원씩 지급

문 대통령의 공약인 아동수당은 내년 7월부터 지급된다. 0~5세 아동 1인당 월 10만원씩 가계 소득, 자녀 숫자와 무관하게 모든 가정에 지급한다. 250만명의 아동에게 지급할 예정으로 1조1000억원이 배정됐다. 정부는 아빠가 육아 휴직을 할 때 지급하는 첫 3개월간 월급 상한액도 일괄적으로 월 200만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지금은 첫째 아이일 때는 150만원이고 둘째 아이 이상에 200만원인데, 모두 200만원으로 올린다는 것이다. 여성 근로자의 출산 휴가 시 월급 상한액도 월 150만원에서 160만원으로 인상한다.

내년 4월부터 현재 20만원인 기초연금 지급액이 25만원으로 인상된다. 올해는 8조1000억원을 고령자 498만명에게 주고 있는데, 고령화가 더 진행될 내년에는 517만명에게 9조8000억원을 지급한다. 장애인 연금도 월 20만6000원에서 내년 4월부터 25만원으로 지급액을 늘린다.

문 대통령이 약속한 '치매국가책임제'를 이행하기 위해 전국 252개 치매안심센터 운영비로 2135억원을 주고, 192개 치매요양시설을 확충하는 예산도 977억원 투입한다.

저소득층 주거 대책도 마련됐다. 주택담보대출을 갚기가 버거운 가구의 집을 정부가 사들인 다음 재임대 방식(세일앤드리스백)으로 그대로 살게 하는 제도를 시행한다. 주택기금에 1000억원을 출자해 내년에 최대 1000호를 매입할 예정이다. 영구임대주택은 올해 2000호에서 내년 5000호로, 국민임대주택은 7000호에서 1만9000호로 늘린다.

근로자 300만명 임금인상분, 1인당 월 13만원 지원

정부는 재정을 투입해 직접 일자리를 만들기로 했다. 먼저 5년간 17만4000명의 공무원을 선발하겠다는 공약을 실행하는 차원에서 내년에 1만5000명의 중앙정부 공무원을 뽑겠다며 4000억원의 인건비를 편성했다. 경찰관 3500명, 부사관 4000명을 선발한다.

또 근로감독관, 출입국 관리, 질병·검역 등 생활 안전 분야에서 6800명을 뽑는다. 1만5000명의 중앙직과 별도로 지방직 공무원도 1만5000명을 뽑을 예정인데, 지방재정을 인건비로 투입하기 때문에 정부 예산을 쓰지는 않는다.

공무원과 별도로 사회서비스 분야에 1만2000명을 증원한다. 국공립 어린이집을 늘려 보육을 맡은 인원을 5000명 뽑고, 치매안심센터·치매요양시설 종사자를 7000명 선발한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에게도 내년부터는 명절 상여금, 복지포인트, 급식비 등에 대해 정규직과 같은 수준으로 차별 없이 지급하기로 했다.

구직 활동을 하는 청년들에게 월 30만원씩 3개월간 90만원을 주는 구직촉진수당도 정착시킬 예정이다. 올해 추가경정예산에서 9만5000명에 지급하며 첫선을 보였는데, 내년에는 21만3000명이 받게 된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16.4%)에 따른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직원 30명 미만 소기업에 대해 근로자 1인당 최대 월 13만원을 고용주에게 지원한다. 지원받는 사람은 300만명에 달할 전망이다. 장애인 일자리는 대상자를 올해 1만5000명에서 1000명을 추가하고 급여도 월 135만원에서 157만원으로 인상한다.

방만 논란 지방예산, 11조8000억원 늘어

정부 예산에서 약 22%는 의무적으로 지방으로 내려 보내는데, 내년에는 이 예산이 올해보다 11조8000억원 늘어난 95조6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지방자치단체에 주는 지방교부세로 46조원이 배정되고, 지방교육청에 주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49조6000억원에 달한다. 중앙정부는 복지 예산 마련을 위해 11조원대의 지출 구조조정을 했지만, 지방에서 쓰게 될 95조6000억원은 구조조정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특히 취학 아동이 줄어드는 것과 연동해 지방교육청 예산을 줄이도록 청와대와 국회가 나설 때가 됐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