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주휴(衣食住休) 및 바이오 사업을 선도하는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해 2020년 매출 60조원으로 성장하겠다."

지금으로부터 2년 전, 제일모직삼성물산은 이런 목표를 내세우며 합병을 결의했다. 합병에 반대하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치열한 표 대결을 거쳐 가까스로 탄생한 통합 삼성물산이 다음 달 1일이면 출범 2주년을 맞는다. 지난해 매출은 28조원. 60조원에 가까워지기는커녕 합병 전 매출 34조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영업이익 역시 1400억원으로 가까스로 적자를 탈출했다. 올 상반기 실적은 좀 더 나아졌지만, "건설·상사·리조트·패션·바이오 5개 사업 부문을 연평균 10%씩 성장시키겠다"는 목표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는 성적표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삼성물산은 "그동안 경영 초점을 실적 증대가 아닌 각 사업 부문의 효율화 작업 등 체질 개선에 맞춰왔다"고 밝혔다.

합병 후, 삼성물산의 3조1000억원 손실 반영

통합 삼성물산 출범 직후인 2015년 3분기 영업손실은 2290억원. 이 중 건설 부문의 영업손실이 3000억원에 달했다. 건설 부문은 이후에도 -1400억원, -4000억원의 영업손실을 이어갔고, 지난해 2분기가 돼서야 가까스로 흑자로 전환했다.

통합 삼성물산이 다음 달 1일이면 출범 2주년을 맞는다. 업계에서는 합병 당시 내걸었던'2020년 매출 60조원'을 달성하기에는 갈 길이 멀어 보이지만, 체질 개선 작업에는 어느 정도 성공한 만큼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삼성물산 측은 "합병 이후 2016년 1분기까지 대규모 해외 프로젝트 관련 예상 손실과 자산 가치 하락 등 총 3조1000억원의 손실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호주 로이힐 광산 개발 프로젝트(6800억원), 사우디아라비아 쿠라야 복합화력발전소(2000억원) 등 건설 부문에서 2조원, 상사 부문에서 1조1000억원의 부실을 털어냈다. 삼성물산 고위 관계자는 "당시 합병하지 않았다면 내재된 잠재 손실 등으로 삼성물산의 상황은 더욱 악화됐을 것"이라며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합병 비율 역시 합병 시기를 늦췄다면 더 낮아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앞서 합병을 추진했던 삼성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은 합병 무산으로 심각한 후유증을 겪었다. 삼성중공업 주가는 20% 가까이 떨어졌고, 해외 사업 부실로 경영 위기에 직면한 삼성엔지니어링은 유상증자로 겨우 목숨을 부지했다.

반면 삼성물산은 재무 안정성 강화에 힘입어 국내외 신용등급도 합병 전 AA-(국내), BBB+(해외)에서 AA+, A-로 급상승하고 있다. 총 차입금은 합병 전 7조5000억원에서 올 2분기 말 6조1000억원으로 감소했고, 자기자본은 16조6000억원에서 22조4000억원으로 증가했다. 백광제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물산은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통한 재무 안정성을 토대로 2년간 잠재 부실 정리, 자산 매각 등 강도 높은 체질 개선을 추진했다"며 "이를 통해 기초체력이 튼튼해져 국내외 경제의 저성장 진입, 사업 수익성 악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체질 개선 완료… "바이오 등 앞으로 도약이 관건"

통합 삼성물산에서 전문가들이 가장 주목하는 분야는 바이오다. '제2의 반도체'라 불리는 바이오 사업은 삼성의 미래를 책임지는 대표적인 신수종 사업으로 꼽힌다. 삼성의 바이오 사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과 해외시장 확대 등으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3.4%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로, 이에 따른 지분 가치는 29일 종가 기준 8조원에 달한다. 연초 4조3000억원 수준에서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바이오로직스는 2018년 2공장이 본격 가동되고, 3공장까지 완공되면 생산 규모 36만L로 글로벌 1위가 된다. 이렇게 되면 바이오 항암제를 기준으로 전 세계 암환자 10명 중 1명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생산한 바이오 의약품으로 치료를 받게 된다. 올해 연간 흑자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인 바이오에피스 역시 세계 매출 상위 10대 의약품 중 6개 제품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 동시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중장기적 시각에서 삼성물산 기업 가치의 핵심은 바이오 부문"이라며 "본업(本業)인 건설과 상사 부문도 체질 개선 작업이 끝났기 때문에 앞으로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옛 제일모직의 패션 부문과 삼성물산의 상사 부문의 협업 등 다른 부문에서도 시너지 효과가 조만간 가시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