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단계로 근로시간 단축 유예기간 차등 적용…구간별 유예기간에는 이견
문제의 핵심인 휴일수당 중복할증은 논의되지 못해
29일 특례업종 축소와 함께 계속 논의키로

여야가 28일 근로시간 단축 적용 사업장을 고용규모에 따라 3구간으로 나눠 단계적으로 실시키로 합의했다. 그러나 근로시간 단축의 가장 핵심적인 논점인 휴일 근로수당 중복할증 인정 여부나 특별연장근로는 29일 논의할 예정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이날 오후 고용노동소위를 열고 주당 최대노동시간을 조정하기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논의했다. 고용노동소위 위원장인 하태경 의원과 환노위의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한정애 의원은 이날 소위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상시근로자) 5~49인 50~299인 300인 이상의 기업 등 3단계로 나눠서 시행 유예기간을 차등 적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현재 근로기준법은 1주일당 근로시간을 40시간으로 정하고 연장근로를 12시간으로 제한하면서, 1주일이 주중 5일인지 또는 주말을 포함한 7일인지 명시하지 않았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1주일을 5일로 유권해석하고 사실상 주 68시간(주중 40시간+연장 12시간+휴일 16시간) 근로를 허용하고 있다.

주 7일 52시간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하게 되면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포함돼, 기업들은 주말 16시간 근무를 요구할 수 없다. 다만 시행 유예기간 중에는 기업이 주 7일당 52시간의 근로시간 규정을 지키지 않아도 처벌받지 않는다.

그간 자유한국당은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근로시간 단축 적용 사업장을 100인 미만 100~300인 미만 300~1000인 미만 1000인 이상 등 4개 구간으로 나눠 단계별로 시행하자고 주장했다. 그에 반해 민주당과 정부는 300인이나 200인을 기준으로 2개 구간으로 단순화해도 된다고 주장했다.

여야는 기업군을 3구간으로 나누는데 합의했지만, 각 구간별 시행 유예기간에 대해서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한국당이 5~49인 기업은 5년, 50~299인 기업은 3년, 300인 이상 기업은 1년의 유예기간을 두자고 제안한 반면, 민주당은 각 구간별로 3년·2년·1년의 유예기간을 주장했다. 이에 따라 고용노동소위는 각 시나리오 별 임금지원 규모를 시뮬레이션하도록 정부에 요청했다.

환노위는 오는 29일에도 고용노동소위를 열어 휴일 근로수당 중복할증 등의 논의를 계속할 예정이다.

휴일 근로수당 중복할증 인정 여부는 근로시간 단축의 가장 큰 장애물이다. 주 7일 52시간 기준에 따르면 휴일 근무는 휴일근로이자 연장근로의 성격을 동시에 가지므로, 연장근로 가산금(통상임금의 50%)에 휴일근로 가산금(통상임금의 50%)을 각각 합친 통상임금의 200%를 근로자에게 수당으로 지급해야 한다.

여당은 이처럼 휴일근무에 대해 연장근로수당과 휴일근무수당을 모두 가산해 통상임금의 200%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한국당은 8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휴일근로는 현행과 같이 통상임금 대비 50%만 가산한 150%를 지급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따라서 여야가 유예기간 문제에 합의하더라도 가산 수당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유예기간 1~5년간 주당 52시간을 지키지 않아도 형사상 처벌을 받지 않지만, 근로자들에게 현행보다 통상임금의 50%수준만큼 가산된 금액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휴일수당의 중복할증 문제는 근로시간 단축의 가장 큰 난제(難題)로 꼽혀왔다. 지난 3월 임시국회에서도 여야는 '주 7일 52시간'의 큰 틀에는 합의했으나, 가산 수당 문제로 최종합의에 실패한 바 있다.

근로시간 단축에 또 하나의 뇌관인 특별연장근로 문제도 28일 논의되지 못했다. 특별연장근로는 근로시간 단축이 도입되더라도 4년간 한시적으로 주문량이 급증하거나 노사 대표 간 서면합의를 한 경우 최대 1주일에 8시간까지 추가로 근무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이다.

민주당은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근로시간 단축이 안정적으로 정착될 때까지 사업장 규모에 관계없이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용노동소위에서는 29일 특례업종 축소도 논의할 예정이다. 지난 7월 임시국회에서 여야는 26개에 이르는 특례업종을 10개로 줄이기로 합의했으나, 특례업종을 최소한으로 축소하자는 합의 하에 10개 업종도 집중적으로 실태를 조사하기로 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연장근로는 당사자간의 합의로 12시간까지 가능하고(제53조 제1항), 휴게시간은 4시간 근무당 30분을 보장해야 한다(제54조). 그러나 근로기준법 제59조는 이같은 규정의 예외가 되는 업종을 지정해, 해당업종의 사용자가 근로자대표와 합의하면 연장근로 시간과 휴게시간을 변경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특례규정이 적용되는 업종에서 그간 사실상 무제한 연장근로가 가능하고 휴식시간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비판을 제기해왔다.

근로기준법 제59조 상 특례업종은 운수업, 물품 판매·보관업, 금융보험업, 영화 제작·흥행업, 통신업, 교육연구·조사업, 광고업, 의료·위생 사업, 접객업, 소각·청소업, 이용업, 사회복지사업 등 12개 업종이며, 이는 다시 세부적으로 26개의 업종으로 나뉜다. 만약 우편업 등 일부 업종이 특례업종에서 제외된다면 근로기준법상의 주 52시간 근로시간을 준수해야 한다.

다만 29일 고용노동소위에서 여야가 가시적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하 의원은 "내일 오전 밖에 논의할 시간이 없어 통과되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