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경기 평택에 있는 한온시스템 평택 공장을 찾았다. 한온시스템은 자동차용 난방·환기·공조장치(HVAC), 에어컨 컴프레서, 열교환기, 파워트레인 쿨링 등 열 에너지 관련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전 세계 20개국에 40개 생산공장, 18개의 연구센터를 두고 있다.

평택 공장은 내연기관차 고정식, 가변식 컴프레서와 전기차 등 친환경차 전동식 컴프레서 등을 생산하고 있다. 에어컨은 냉매를 압축해 온도를 낮춘 뒤 열 교환기를 통해 찬 바람을 내는 방식으로 작동되는데, 이 때 컴프레서는 냉매를 압축해 고온고압 상태의 가스상태로 전환해 응축기로 보내는 역할을 한다.

평택 공장 건물 안 복도 한쪽 벽면에는 그동안 한온시스템과 평택공장이 받은 상이 빼곡히 차 있었다. 은광표 공장운영팀 팀장은 그 중 한 트로피를 가리키며 "지난 5월 미국 자동차 업체 포드로부터 월드 엑설런스 어워드 금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포드 엑설런스 어워드는 포드에 납품하는 부품업체들의 '공장'을 대상으로 수여하는 상으로, 이번에 금상을 받은 12곳 공장 중 컴프레서를 생산하는 곳은 평택 공장이 유일하다. 은 팀장은 "포드 부품업체들의 공장이 수만 곳은 될 텐데 그 중 금상을 받은 것"이라며 "영광스러운 상이라 스마트폰 배경화면까지 해놨다"고 웃었다.

한온시스템 평택공장.

◆ 한온시스템, 부품업체 중 홀로 2분기 영업이익 ↑

올 2분기에는 완성차 판매가 줄면서 부품 업체들의 실적도 덩달아 감소했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는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중국 판매량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올 2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16%, 44% 감소했다. 이에 따라 현대모비스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7%, 현대위아의 경우 66.8% 급감했으며 만도는 13.9% 감소했다.

한온시스템의 경우 올 2분기 매출액은 1조37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6%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030억원으로 8.6% 증가했다. 최근에는 미국 오토모티브 뉴스가 발표한 2016년 기준 글로벌 자동차 부품업체 매출 순위 100위 안에도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한온시스템은 지난해 매출 49억 달러로 50위를 기록했다.

평택 공장 면적은 6만5000㎡이며 총 65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공장 내부는 매우 조용했고, 직원도 드문드문 보였다. 평택 공장의 자동화율은 라인별로 다르지만 대략 97%~100%다. 평택 공장에서 사람이 하는 일은 제품을 기계에서 넣고 빼거나, 기계에 오류가 생겼을 경우 이를 수정하거나, 기계가 판별한 불량품을 한번 더 눈으로 확인하는 등 몇 가지 작업에 불과하다.

한온시스템이 지난 5월 포드자동차로부터 수상한 월드엑설런스 어워드 금상.

◆ 가공라인 자동화율 100%

평택공장은 컴프레서를 구성하는 부품을 가공하는 B공장, 가공한 부품을 조립하는 A공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특히 B공장은 자동화율 100%에 달하며 이곳에서 사용되는 로봇만 27대, 제품을 측정하고 검사를 하는 장치만 20여대에 달한다. 가공이 완료된 부품들 역시 자동운반시스템을 통해 기계로 운반한다.

B공장에서는 재료 용접, 선반 과정을 거친 뒤 필요한 부위에 코팅을 하고, 표면을 다듬는 과정이 진행된다. 컴프레서는 피스톤이 상하로 왕복운동을 하고 이 힘을 다시 회전운동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구동되는데, 부품끼리 직접 맞닿은 채로 움직이기 때문에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정교한 공정 능력이 필요하다.

B공장 내에는 칸막이로 나뉘어진 곳이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시큰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피스톤에 코팅을 하는 과정이 진행되는 곳이다. 은 팀장은 "코팅액이 습기를 빨아들이기 때문에 온도, 습도를 유지하기 위해 공간을 나눠놨다"고 말했다. 한온시스템은 이 공정과 관련해 특허를 획득했다. 기존에는 스프레이를 분사해 코팅액을 발랐기 때문에 불필요한 부분까지 코팅이 됐는데, 일자 모양의 노즐을 개발해 필요한 부분에만 코팅액이 묻도록 했다. 은 팀장은 "이 기술로 코팅 재료의 80%를 절감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한온시스템의 컴프레서.

◆한온시스템 컴프레서, 60개 차종·204개 모델에 탑재

조립라인인 A공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신발을 벗고 실내화를 신은 뒤 에어샤워를 거쳐야 한다. 제품에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공장답지 않게 벽면과 바닥도 하얗게 칠해져 있었다. 고정식 컴프레서의 자동화율은 99%, 전동식 컴프레서의 자동화율은 89%다. 은 팀장은 "전동식 컴프레서는 60개 공정 중 53개의 공정이 자동화돼 있는데, 7개의 공정은 기계가 하기 어려운 정교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A공장 천장을 올려다보니 기계가 일정한 길을 따라 움직이고 있었는데 은 팀장은 "부품을 운반하는 천정주행장치"라고 말했다. 창고 시스템도 자동화돼 있어 바코드에 따라 부품이 자동으로 분류, 운반되는 것이다. 이 부품들은 조립된 뒤 누유테스트와 소음테스트 등을 거쳐 완성된다. 맨 마지막 공정에서는 로봇이 8개의 각도에서 사진을 찍어 제품 이상 유무를 확인했다. 완성된 제품은 A4 용지 한 장으로 그 제품과 관련된 정보가 정리되는데, 무게, 두께, 토크 등 총 80개의 항목으로 구성돼있다.

평택공장에서 생산하는 컴프레서는 총 60개 차종, 204개 모델에 탑재된다. 은 팀장은 "여러 차종에 탑재되는 각각 다른 컴프레서가 한 라인에서 생산된다"며 "한 라인에서 문제가 생기면 곧바로 다른 라인에서 제품을 생산할 수 있어 유연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