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쥔홍 소장 등 AMRO 한국 방문
새 정부 출범 한국 경제 상황 점검

“한국 경제는 견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대외 건전성이 우수합니다. 하지만 실업률이 높고 성장의 혜택이 빈곤층에 돌아가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내건 포용적 성장 정책을 지지하지만,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는 것이 도전 과제가 될 것입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과 한중일, 홍콩이 만든 금융안정기구 CIMM의 거시경제조사기구 AMRO는 최근 정부와 연례 협의를 진행하고 한국 경제를 이렇게 진단했다.

올해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외환 위기 발생 20주년이다. 아시아는 외환 위기 이후 외환 보유액을 증가시키며 내성을 키웠다. 하지만 경제 성장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아시아 경제는 여전히 글로벌 금융 환경의 변화에 취약하다.

아시아는 외환 위기를 겪으며 자구책을 만들었다.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화(CMIM:Chiang Mai Initiative Multilateralisation)다. 아세안과 한국·중국·일본, 그리고 홍콩이 위기시 상호 자금을 지원하는 지역 금융 안정망을 지난 2010년 3월 발효했다. 총 2400억 달러 규모로, 요청국 통화와 지원국 달러를 교환하는 다자간 통화스와프가 진행된다.

이들 회원국은 CMIM를 운용하기 위한 거시경제조사기구 AMRO(ASEAN+3 Macroeconomic Research Office)도 지난 2011년 출범시켰다. AMRO는 회원국들의 경제 상황과 금융 상황을 점검 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각 국가의 위험 요인을 점검하면서 조기 경보를 울린다. 위기가 발생하면 CMIM 자금 지원을 개시한다. CMIM과 AMRO가 아시아의 국제통화기금(IMF) 역할을 하는 셈이다.

한국은 AMRO의 3대 주주다. 한국은 중국과 일본에 이어 16%의 분담금을 내고 있다. AMRO는 새 정부 출범을 맞아 한국의 경제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지난 16일 한국을 방문했다. 창쥔홍 AMRO 소장 등 8명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을 만나 새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AMRO는 올해 10월~11월 중 한국 경제에 대한 보고서를 내놓을 예정이다. 다음은 창쥔홍 AMRO 소장과의 일문일답.

사진=이재승 기자

◆ 창쥔홍 “아시아 자체 힘으로 만든 역내 금융 안정 체제”

CMIM의 탄생 배경과 역할은 무엇인가.

“한국 국민들은 외환 위기를 겪으며 국제통화기금(IMF)이 어떤 기구이며, 어떤 역할을 하는지 비교적 잘 알 거라고 생각한다. 올해가 외환 위기 발생 20주년이다. 외환 위기를 겪으며 한국이나 동아시아 국가들은 어떻게 보면 가혹하다고 느낄 수 있는 IMF 정책적 대응을 따라야만 했던 씁쓸한 경험이 있다. 이후 우리 힘으로 역내 금융 안정 체제를 만들자는 인식이 확대됐다.

이런 인식 아래 CMIM이 출범했다. 아세안과 한중일이 역내 자체 재원을 동원해 스스로 자구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자는 취지였고, IMF를 비롯한 기존의 금융 체제를 보완하겠다는 목표가 있었다. CMIM을 통해 역내 금융 협력이 본격화 됐고, 지난 2009~2010년 국제 금융 위기 발발 이후 ‘CMIM 다자화’로 바꿨다.

원래는 회원 국가의 중앙은행들끼리 개별 통화 스와프 계약을 체결한 상태였는데 CMIM 다자화로 바뀌며 다자 체제로 통합됐다. 총 자금 규모가 2400억 달러로 확대됐다. CMIM은 두 가지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 첫번 째는 회원 국가가 국제 수지상 어려움에 처해지거나 단기 유동성 부족에 처했을 때 도울 수 있도록 단기 유동성 자금을 지원해 주는 역할을 한다. 두 번째는 IMF 중심의 기존 국제 금융 체제를 보완해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만약 회원 국가가 향후 단기 유동성에 처한다고 하자. 1차적으로 회원국은 자국 외환 보유고를 사용하고, 그것으로 부족할 때 CMIM은 2선 자금 차원에서 유동성 지원을 해줄 수 있다. 회원국이 그래도 부족하면 IMF 등 원조국 또는 다른 기구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AMRO의 역할은 무엇인가.

“CMIM 회원국에 위기가 발생하면 잘 대응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자금 제공을 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회원 국가 입장에서는 사후 대응 보다는 예방이 중요하다. 예방이 잘 이뤄지기 위해서는 사전 조사나 점검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래서 AMRO가 설립됐다.

AMRO는 아세안 10개국과 한중일, 그리고 홍콩 까지 14개 경제를 대상으로 회원국들의 경제 상황과 금융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위기가 아닌 상황에서는 경제 금융 상황을 점검하면서 각 회원국들의 위험 요인 등을 모니터링 하고 감지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자본 시장 간 상호 연계성이 크게 확대돼 한 국가에서 일어난 상황이 다른 나라로 전이되는지에 대해 긴밀하게 모니터링 하고 있고, 조기 경보가 필요한 경우 회원국에 전달하고 필요한 정책도 권고한다.

AMRO는 개별 회원국이 자체적으로 점검 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도록 기술 지원도 하고 있다. 또 AMRO는는 위기가 임박하거나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CMIM의 자금 지원을 개시할 수 있는 역할도 하고 있다. CMIM와 AMRO는 역내 금융 안정망이라고 보면 된다. 회원국을 위해서 방어선 역할을 해주고 있다.”

―AMRO와 한국의 관계는 어떤 것인가.

“한국은 AMRO의 중요한 주주 국가다. 일본과 중국이 AMRO의 제일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어서 한국은 그 다음으로 지분이 많은 3대 주주다. 한국 정부는 AMRO 출범시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줬다. 한국 정부는 AMRO에 추가적인 신탁 기금을 통해 지원을 하고 있고, 저희도 마찬가지로 유사시 한국을 도울 수 있도록 준비를 갖추고 있다.

AMRO는 지난주 부터 2주 일정으로 한국과 연례 협의를 진행했다. 현재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 평가하고 정책적인 권고를 제공했다. AMRO는 1년에 한번씩 모든 회원을 대상으로 연례 협의를 진행하고, 여러 정책 제언이 담긴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임기 중 목표는 AMRO가 지역 내에서 더 강하고 주요한 기구로 인정받도록 육성하는 것이다. 역내 통합 금융 협력을 강화하는데 있어 향후 인력도 보강하고 분석 능력도 강화해 명실 상부한 국제 기구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사진=이재승 기자

◆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2.9% 전망”

이번 AMRO의 방문에는 창쥔홍 소장 외 7명의 전문가들도 포함됐다. 이들은 창쥔홍 소장과 함께 한국 정부를 만나 새 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이들 중 코호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경제가 과거에 비해 외부 위험 요인을 잘 견디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새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에 대해서도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는 아세안의 경제 동향에 대해서도 ‘회복세’가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하며, 미국의 금리 인상과 중국 경제의 위험 요인이 다소 축소되고 있다고 바라봤다. 다음은 코호이 수석이코노미스트와의 일문일답.

―한국 경제를 어떻게 진단했나.

“한국 경제는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충격 요인에 노출됐지만, 바닥을 찍고 회복 중이고 회복도 견조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은 2.9%대로 전망한다.

한국 경제의 큰 강점 중 하나가 우수한 대외 건전성이다. 큰 폭의 경상 수지 흑자를 보이고 있고, 외환 보유고도 크게 확대돼 과거에 비해 외부 요인에 강한 편이다. 한국의 경제 회복세가 좋게 나타나고 있는데, 수출이 크게 살아난 것이 주요 회복 요인이 되고 있다. 현재는 회복의 범주가 좁지만, 조금씩 확대 되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새 정부는 경제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야기하고 있다.

“한국의 실업률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성장의 혜택이 빈곤층에 도달하지 않는 것에 대해 새 정부는 우려를 하고 있다. 한국의 새로운 정부는 이에 대한 대응으로 새로운 경제 정책 패키지를 내놨다. 포용적인 경제 성장을 한다는 취지다.

포용적 성장이라는 것은 한국 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들이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큰 이슈다. 예전에 비해 빈곤층이 경제 성장의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는 인식이다. 저희는 한국 정부가 과거 보다 포용적인 성장을 위한 정책을 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저희가 알기로는 네가지 큰 내용인데, 최저임금 인상·양질의 일자리 창출·혁신 재고·공정 경제 도모 등이다.

이를 위해 한국 정부는 앞으로 재원을 안정적으로 조달하는 재정 건전성 유지가 도전 과제가 될 것 같다. 정부에게 듣기로는 초과 세수와 세출 구조조정 이행으로 재원을 확보한다고 들었는데, 다행히 정부가 재정 규율 준수에 대해 잘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AMRO는 야심찬 계획을 실행하면서 재정 건전성을 지키겠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

―만약 계획대로 재정이 확보되지 않으면 한국에 어떤 위험 요인이 될 것으로 보나.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난 후 한국이 재정 규율을 잘 지킬 것이라는 확신은 들었다. 정부는 재정 적자 폭을 2%대로 유지하고, 정부 채무를 완만하게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은 재정 여력이 있는 몇 안되는 나라다. 하지만 그동안 여력을 사용하는데 소극적이었다. 경제를 살리는데 재정을 사용할 여지가 상당히 있다. 워낙 과거 정부가 재정 운용 방식을 보수적으로 해왔기 때문에 재정 적자가 크게 늘어나는 등의 위험은 상당히 낮다고 본다.

한국 정부는 과제 이행 자원의 대부분을 향후 몇년간 예상되는 초과 세수와 세출 구조 개혁을 통해 조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추가 재원이 필요할 수 있겠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 한도 상한선 내에서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일각에서는 직접적인 경제 성장 정책은 없다는 비판이 있다.

“AMRO가 관찰한 바로는 한국은 수출이 늘어나면서 투자도 회복되고 있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 조치를 취하면서 가계 소득이 늘어날 수 있고, 이에 대한 민간 소비 부양 효과가 있을 것이다. 수요와 공급 측면으로 나눌 경우 수요 측면은 수출, 투자, 소비가 회복 되면서 경기 부양 효과 나타날 수 있다. 공급 측면에서는 수출이 반도체 등 특정 업종 위주로 회복되고 있는데, 다른 산업 부분으로 서서히 확대되고 있다고 본다.

민간 소비가 늘어나면서 서비스업 회복도 기대된다. 물론 조선과 해운 일부 업종은 구조조정을 해야 하고, 구조조정을 완료하고 회복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석유·화학은 이미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다른 업종으로도 확대될 수 있다. 지금 회복세가 반도체, 전자 등 특정 부문에서만 나타났지만, 다른 업종으로 확대 될 가능성이 있다.

김 부총리를 만났을 때 양적 성장 보다 질적 성장을 집중적으로 추구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양질의 성장이라면 2.9% 성장도 3% 못지 않을 것이다. 올해 하반기 건설 업종 등에서 일부 조정이 있을 수 있지만 3%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성장의 질이 더 중요하다.”

―한국 경제의 리스크는 무엇인가.

“가계 부채를 꼽을 수 있다. 정부가 가계 부채 증가를 억제해야 한다는 인식을 하고 있고, 비교적 조치를 잘 취하고 있다. 북한 리스크는 지정학적 리스크지만, 지금까지 시장에서의 반응은 안정적인 것 같다. 당장 임박한 리스크로 보고 있지는 않는 것 같다.”

◆ “미국 금리 인상 리스크 축소, 중국 경제도 연착륙”

―아세안 경제 동향은 어떤가.

“아세안 국가들도 한국 경제와 비슷한 상황이다. 여러 쇼크 요인들이 있었지만, 그 이후로 저점을 찍고 다시 회복하는 나라가 대부분이다. 말레이시아 같은 경우 올해 경제 성장 회복이 뚜렷했고, 인도네시아 같은 경우는 올해 성장률이 5.1%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싱가폴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수출이 강하게 살아나면서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다. 필리핀은 지난 몇년간 경제 성과가 가장 좋았던 나라고, 태국도 한국과 비슷하게 회복세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전체적으로 아세안 주요 5개 신흥 국가는 한국과 비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 등도 상당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4개 국가들은 6~7% 높은 경제 성장을 보이고 있다. 아세안 전반을 놓고 봤을 때 경제 회복은 지속되고 있다. 사실 올해 초만 해도 금리 인상이나 보호주의 무역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리스크들이 조금 축소가 되면서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 전망은.

“미국연방준비제도(연준)가 올해 한 차례 더 금리 인상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인데, 시중 금리가 크게 상승하지 않은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당초 내세웠던 경제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엔 인프라 지출 확대 등 재정 지출을 크게 확대할 것이고, 재정 적자가 확대되면서 경제 성장률이 재고될 것 같은 기대가 있었다. 또 그런 상황하에서 금리가 오를 것으로 봤다. 하지만 예상 보다 빠른 금리 인상은 없었고, 취임 직후 시중 금리가 크게 올랐지만 그 이후로 지금 오히려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다.”

―아세안의 경제가 회복세라고 해도 리스크가 있을 것 같다.

“사실 리스크 요인이 달라진 점은 없다. 한국과 중국은 미국 무역 제한에 대한 보호주의 리크스가 있고, 금융 시장이 지금은 상당히 차분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증시가 너무 많이 올라서 고평가 되었기 때문에 조정 우려가 상당히 있다. 투자자들의 심리가 급하게 반전해 위험 자산에 대한 선호가 꺾일 경우에 지역 내에서 대규모 자금 이탈 리스크가 있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금리가 오르고 환율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중국 경제도 연착륙한 것으로 보이지만, 갑자기 중국 경제가 악화되는 일이 있으면 역내 부정적인 전이 효과가 상당히 클 수 있다. 말씀하신 북한 리스크도 이 지역의 불확실성 요인인 것 같다.”

―중국 경제는 연착륙한 것인가.

“3년 전만 해도 중국 경제의 경착륙을 우려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중국 경제가 연착륙 했다는 평가가 보편적인 것 같다. 최근에 나온 경제 성장 수치를 보더라도 상당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경제 성장률은 6.9%로 당초 예상치 보다 높은 편이다. 수출이 회복되고, 민간 투자도 회복된 덕분이다. 중국 기업들의 수익성이 제고되면서 어떤 지표를 보더라도 경제가 회복 중이다. 현재로서는 중국 경제 성장률이 추가로 둔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중국의 경우 기업 대출이 너무 빨리 확대돼 지속 가능하지 않고, 신용 팽창이 빠르게 일어났다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기업들의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우려가 완화된 것 같다. AMRO 내부 검토상으로도 중국의 리스크가 특정 산업 위주로 집중돼 있고, 중국 정부가 상당한 재정 여력이 있기 때문에 생산 설비 과잉인 국영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도와 줄 여지가 있다고 본다. 국영 기업들의 수익성도 개선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