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는 (지금처럼) 항상 인터넷에 연결되기 전에는 더 행복하게 살았다." 앤디 루빈(Andy Rubin) 이센셜프로덕츠 CEO(최고경영자)가 최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루빈은 전 세계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의 4분의 3을 차지하는 안드로이드의 공동 개발자다. 우리의 삶을 안드로이드 폰을 통해 인터넷과 연결한 주인공이 이른바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스마트폰 없이 살기 어려워진 인류)'를 비판한 것이다.

‘안드로이드의 아버지’로 불리는 앤디 루빈 이센셜프로덕츠 CEO(최고경영자)는 최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우리 모두는 항상 인터넷에 연결되기 전에는 더 행복하게 살았다”고 말했다. 그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공동 개발하고, 구글에서 안드로이드 부문 수석부사장을 지냈다

스마트폰 중독 해결 나선 '안드로이드의 아버지'

앤디 루빈은 애플 엔지니어 출신으로 2003년 직원 6명과 함께 벤처기업 안드로이드를 창업했다. 이때 스마트폰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를 만들었다. 루빈은 2005년 구글에 이 회사를 매각한 뒤 9년간 안드로이드 부문 수석 부사장으로 일했고, 그 사이 안드로이드 폰은 전 세계에 수십억대가 팔렸다. 그런 루빈이 2016년 다시 벤처기업을 세우더니 안드로이드를 비판하는 입장에 선 것이다. 미국 아마존, 대만 폭스콘, 중국 텐센트 등이 이 회사에 3억달러(약 3400억원)를 투자했고 회사 가치는 벌써 10억달러(약 1조1300억원)로 평가받는다.

루빈은 "스마트폰은 인류에게 편리함을 주었지만, 결국 5분마다 한 번씩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존재로 전락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스마트폰에는 한 달에 한 번도 안 쓰는 불필요한 기능들만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스마트폰 중독을 막겠다는 루빈은 최근 스마트폰 '이센셜 PH-1'을 내놨다. 이 제품은 이센셜(essential·필수적인)이라는 제품명처럼 군더더기 기능을 다 빼고, 단순한 기능만 갖춘 스마트폰이다. 뒷면에 있는 커넥터(connector·연결 장치)를 통해 카메라 같은 액세서리를 자석으로 연결할 수 있다. 알루미늄을 주로 쓰는 다른 스마트폰과는 달리 티타늄과 세라믹 소재로 만들어 내구성도 강화했다.

블룸버그 테크 콘퍼런스에서 강연하는 앤디 루빈.

루빈은 "앞으로 현재보다 훨씬 뛰어난 인공지능(AI) 기술을 개발해 우리가 저녁을 먹으면서 스마트폰을 만질 필요가 없게 하겠다"고 말했다.

인간이 자신에게 온 문자를 확인하고, 정보를 검색하지 않고도, 인공지능이 알아서 이런 작업을 처리해 필요할 때마다 개인 비서처럼 음성으로 알려주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첫 제품은 기대 못 미쳐

루빈은 "모든 성숙된 시장은 종국에는 무너지며 스마트폰 시장이 지금 그런 시점"이라며 "이센셜프로덕츠가 애플처럼 새로운 변화를 만드는 존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또 "최고 품질의 제품을 (돈이 많은) 일부만 누려선 안 된다"고도 했다.

하지만 그의 발언과는 달리 이 회사의 첫 스마트폰 가격은 699달러(약 79만원)다. 많은 이가 누리기에는 여전히 비싼 가격이다. 아이러니한 대목은 루빈이 자신의 스마트폰에도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한 점이다. 현재의 안드로이드 체계를 파괴하는 혁신을 주장하는 그로서는 궁색한 상황이다. 방수 기능도 없고, 카메라 성능도 떨어진다. 일부에서 "안드로이드 폰의 단점만 모아놨다", "사라져버린 무수히 많은 안드로이드 폰과 같은 길을 걸을 것"이라는 혹평도 나온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루빈이 하드웨어를 잘 몰라, 제품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루빈은 앞으로 이센셜에서 시계, 토스터, 전구 등을 계속 내놓을 계획이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이번 스마트폰은 그가 말한 대안으로는 부족하지만, 2번째, 3번째 제품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