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주사는 SPC가 아닌 한국선박해양이 담당
이르면 이달 안에 현대상선-대우조선 유조선 5척 건조 본계약 체결

무역보험공사와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등 관계기관이 신조지원 프로그램(일명 선박펀드) 추진에 최종 합의했다. 펀드를 통한 선박 발주사를 특수목적법인(SPC)가 아닌 한국선박해양이 하는 조건으로 펀드 구성안을 변경했고 관계기관이 이에 동의하면서 선박펀드 설립이 가능해졌다.

현대상선과 대우조선해양은 선박펀드 자금이 마련되는 대로 당초 협의했던 유조선(VLCC) 5척 건조(옵션 5척)에 대한 본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본계약은 이르면 이달 안에 성사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3일 금융위원회와 무역보험공사,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선박펀드 운영 실무진이 모여 펀드 기본 구조에 대해 합의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이견을 보였던 선박펀드 구조에 대해 관계기관이 모두 합의하면서 선박퍼든 추진이 가능해졌다"며 "이르면 이달 안, 늦어도 다음 달 초에 현대상선과 대우조선해양은 유조선 건조와 관련한 최종 계약을 맺고 선박펀드를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DB

선박펀드의 기본 개념은 해운사 대신 SPC가 펀드자금을 통해 선박을 발주하고, 투자 기관은 해운사가 낸 용선료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전체 펀드자금 중 선순위 60%는 민간 금융기관이 참여하고 무보가 보증을 제공한다. 후순위 40%는 산은과 수은, 캠코 등이 참여한다.

그런데 일부 기관에서 발주사를 SPC로 할 경우 자칫 벌어질 수 있는 해양사고에 대해 책임소지가 불분명해진다고 우려했다. 더욱이 현대상선이 발주하는 유조선의 경우 한 번 해양사고가 날 경우 기름유출 때문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 보증을 책임진 무보의 경우 시중은행 투자금과 해양사고 리스크를 모두 짊어질 수 있어 기존 구성안에 다소 부담을 느꼈다.

이 같은 우려를 보완하기 위해 금융위와 관계기관은 발주사를 SPC로 하지 않고 한국선박해양으로 정했다. 한국선박해양은 중고선을 장부가로 매입해 다시 해운사에 임대하는 한국형 '토니지 뱅크'로, 산은과 수은 등이 총 1조원을 출자해 설립했다. 실체가 분명한 한국선박해양이 발주사 역할을 수행하면 해양오염사고 등의 책임도 명확해지고 무보나 기타 금융기관의 리스크도 줄어 든다.

다만, 국책은행의 리스크는 다소 높아졌다. 한국선박해양의 주주는 국책은행인데, 한국선박해양의 해양사고 리스크로 자본금이 부족해질 경우 추가 자본금 투입이 불가피 하다. 이 때문에 수은 등은 지난 7월 한국선박해양을 발주사로 하는 선박펀드 기본 구조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해, 실제 추진이 한 달 연기됐다.

그 사이 현대상선과 대우조선의 유조선 건조계약이 계속 연기됐고 선박펀드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세졌다. 관계기관은 선박펀드 추진을 더는 늦출 수 없다는 공감대를 형성했고 지난 23일 관계기관 실무진이 모여 한국선박해양을 발주사로 하는 선박펀드 구조와 운영방안에 대해 전격 합의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관간 입장차가 있었지만, 무보의 리스크를 다소 줄여주는 방안을 구성했고 선박펀드 구조에 대해 모두 합의했다"며 "기금이 마련되는 대로 선박펀드 추진을 본격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선박펀드 합의가 이뤄지면서 현대상선과 대우조선은 이 달 안에 유조선 5척에 대한 본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 계약 규모는 약 9000억원에 이른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우선 초대형 유조선 발주 계획을 확정 지은 뒤 선대 확장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