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최고의 수익률을 거둔 섹터펀드는 금융주펀드인 것으로 나타났다. 섹터펀드는 증시에 상장된 종목을 특정 산업이나 테마로 나눠 투자하는 펀드로, 원자재, IT, 금융펀드 등이 대표적인 섹터펀드에 속한다.
21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금융주펀드의 올해 연초 이후 수익률은 지난 17일 기준 34.92%로 집계됐다. 금융주펀드는 섹터펀드 중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국내 설정된 전체 펀드 중에서도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같은 기간 IT펀드는 24.11% 수익률을 기록했다.
현재 국내에 설정된 6개 금융주펀드의 설정액은 3095억원 규모다. 이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상품은 삼성자산운운용의 삼성KODEX증권주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으로 집계됐다. 이 상품은 연초 이후 35.78%의 수익률을 기록해 금융주펀드 전체 평균보다 높은 수익률을 나타냈다.
이외에도 수익률 상위권에 오른 상품들은 대부분 3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미래에셋TIGER은행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34.01%, 삼성KODEX은행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이 33.61%, 미래에셋TIGER증권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은 32.68%로 집계됐다.
그 뒤를 이어 미래에셋TIGER200금융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이 26.69%, IBK밸류코리아증권자투자신탁 2호[주식]가 17.02% 수익률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금융주펀드가 선방할 수 있었던 주요 요인으로 미국 금리인상에 대한 기대감을 꼽았다.
김선경 하나은행 청담 골드클럽 팀장은 "금융섹터가 강세를 나타낸 것은 금리인상 이슈가 큰 호재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며 "올해 초 전기전자(IT) 섹터의 요란스러운 움직임에 가려 비교적 관심이 덜했던 금융섹터는 지난해 미국 대선 이후 경제 활성화와 기준금리 인상 기대감에 조용하지만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왔고, 결과적으로 IT에 비해 좋은 수익률을 거뒀다"고 말했다.
황창중 NH투자증권 강북 프리미어블루 센터장도 "연초부터 세계 경기가 회복 국면에 들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두 차례 금리인상을 단행하고, 자산축소를 결정한 것이 금융주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며 "특히 금융주는 지난 몇년 동안 전 세계적인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기조와 저금리 추세에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 지표가 낮아진 상태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미국 기준금리가 상승하면 국내 시중금리가 함께 오른다. 이에 따라 은행의 예대마진(대출금리-예금금리)과 순이자마진(NIM) 등이 증가하면 금융권의 실적 개선도 지속될 수 있다. NIM은 은행 등 금융기관이 자산을 운용해 낸 수익에서 조달비용을 차감해 운용자산 총액으로 나눈 수치로, 금융기관의 수익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활용된다.
황 센터장은 이어 "부진한 흐름을 보이던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부근을 회복한 것도 경제 활성화와 인플레이션 상승 기대감을 더했다"며 "아울러 이런 환경이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를 높여 증권과 같은 금융주에 대한 투자 심리를 강화했다"고 덧붙였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사상 최고치 경신을 지속하는 등 활황을 맞았던 것도 금융주에 호재였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미국 인플레이션이 둔화되면서 9월, 또는 12월로 예상됐던 추가 금리인상 시기가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된 것은 금융주에 대한 투자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올해 들어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1.8%까지 올랐지만, 지난달 다시 1.5%로 둔화해 여전히 미국 연준(Fed)의 목표치인 2%를 밑돌고 있다.
이와 더불어 지정학적 리스크 등의 이유로 국내 증시가 조정을 받은 것도 악재로 꼽힌다. 최근 한달 간 국내 금융주펀드의 수익률은 마이너스(-)3.98%를 기록해 주춤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그러나 하반기 금융주펀드에 대한 전망은 긍정적이다. 황창중 센터장은 "글로벌 경기 회복 강도가 예전보다 탄력있지 못하다는 우려가 선반영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구조적으로 경기 회복 추세 흐름 자체가 변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3분기까지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있지만, 이후에는 회복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선경 팀장도 "금리인상이 예상보다 천천히 진행된다는 것이지, 아예 중단한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금 투자에 나서는 것도 나쁠 것이 없고, 오히려 관심을 두고 추천하는 섹터"라고 조언했다.
김후정 연구원은 "아직 경기회복 모멘텀이 살아있기 때문에 상승 여력이 남아있다고 본다"며 "다만, 상반기 수익률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같은 기대감으로 투자하는 것은 지양하고, 상대적으로 눈높이를 낮출 필요는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