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가 급증하고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이후 창업이 늘면서 외식산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이 가운데 식자재 유통 시장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독립형 식당보다 프랜차이즈가 늘고, 또 식당의 비용을 줄여 수익성을 높이려는 움직임 속에 반조리 식품이나 가정용 간편식(HMR)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의 남성현 연구원은 최근 ‘식자재 유통, 누가 헤게모니를 가져갈 것인가’라는 리포트를 통해 이 같은 산업 변화를 지적하고 신세계푸드, CJ프레시웨이, 현대그린푸드, SPC삼립 등 대기업 계열의 식자재유통업체에 기회가 왔다는 분석을 내놨다. 수십, 수백개의 가맹점에 식자재를 체계적으로 유통해주고 반조리 식품을 제조해주는 ‘기업형’ 식자재 유통업이 확대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그는 “식자재유통시장은 과거 헤게모니를 가지고 있던 ‘매입’이라는 부분이 ‘제조’라는 영역까지 확대되는 과정을 겪고 있다”며 “식자재 유통업체들은 과거 원물을 공급하는 단순 구조에서 반패키지 상품을 공급할 수 있는 구조로 전환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업체가 향후 경쟁력을 높여나갈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남 연구원은 식자재 유통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유통망 확보를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 ▲반조리식품을 공급할 수 있는 제조 능력 ▲효율적인 물류망을 활용한 적시 공급 능력 등 3가지 핵심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점을 토대로 신세계푸드(031440)CJ프레시웨이(051500)가 경쟁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한화투자증권에서 남 연구원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전방 산업인 외식 프랜차이즈 시장의 성장률이 계속 유지될까.

“창업 수요가 증가하고 인구 구조가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구조적으로 시장이 성장할 수 밖에 없다고 본다. 외식 프랜차이즈 시장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에 크게 발달했고,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고난 이후 한번 더 규모가 커졌다. 최근에는 58년생 개띠 세대가 은퇴를 하기 시작하면서 창업 수요가 더욱 증가하는 구조가 됐다.

외식산업의 공급자(식당)는 진입과 퇴출이 활성화되는 과정을 겪고 있고, 신규 진입이 퇴출을 능가하는 상황이다. 한편으로 외식산업의 수요자(식당 고객)의 경우 외식 빈도수가 증가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먹거리에 대한 소비 트렌드가 달라졌고, 1인 가구가 늘었기 때문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배달을 통한 외식도 늘었다.

우리나라의 1인 가구수는 2035년까지 전체 가구의 30%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2~3년은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외식업계에서는 경기가 그리 좋지 못하다는 평가가 많다. 또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시장이 포화되고 창업 수요도 지금처럼 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창업 수요가 많아지면서 공급이 수요를 압도하다 보니 기존에 있던 식당 간 과열 경쟁으로 수익성이 크게 올라갈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외식 경기가 나쁘다고 해서 외식 시장이 안 좋은 건 아니다.

경기가 나쁘다는 것은 기존 1년 이상 된 점포의 수익성이 안좋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시장은 확대된다. 정확히 말하면 외식시장은 성장하고 있고, 개별 사업자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고정비를 커버하지 못해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단순히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뿐 아니라, 산업이 자동화되고 기업이 인력을 감축해 나가는 트렌드를 봐야 한다. 조직이 슬림화되면 기업에 고용됐던 인력이 창업 시장에 나올 수 밖에 없다.”

-외식시장의 창업 증가가 식자재 유통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창업에 특화된 특별한 능력이나 아이디어가 없는 인력들은 결국 정형화된 가맹점을 택하게 된다. 국내는 가맹점 창업 가운데 75%가 외식업을 선택하고 있다. 독립형 식당 체인 비중은 줄고 가맹점 형태는 늘고 있다. 수백개의 가맹점에 식자재를 공급하기 위해 물류의 효율성을 제고해줄 수 있는 대행 업체에 위탁하는 곳이 증가하고 있다. 식자재 유통 시장도 기업체로 넘어가는 것이다.

소득 수준이 늘어나기 전에는 식품의 퀄리티나 상온 보관 시스템 등 대규모 물류 투자가 없었고 중소형 식자재 유통업체가 난립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소비자 눈높이가 상당히 높아졌다. 식자재 유통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비즈니스로 변하다보니 중소형 업체 중심에서 대형 업체 중심으로 전환됐다.”

-정부의 최저 임금 인상 정책은 가계 소비여력을 확대해 외식 수요를 늘리는 반면, 외식산업의 공급 측면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결론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까.

“최저임금 인상 정책에 따라 임금이 인상되는 대상자들의 소비 여력이 얼마나 올라갈 수 있을지를 봐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이 외식시장 소비를 증가시킬 정도까지 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다.

주목할 점은 외식업체들이 받는 영향이다. 우리나라 시장에서 외식업체들은 가격을 인상하기에 한계가 많다. 5년 간의 외식업체 영업 상황을 조사해보니 임대료, 원물가격 상승, 인건비 상승에 따라 개별 점포의 수익성은 결과적으로 6%포인트가 하락했다.

소비경기가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고, 인플레이션 효과가 제한되는 구조에서 소비자 물가 상승률도 둔화됐다. 외식시장의 가격이 같이 올라갈 수가 없다.

정부가 향후 3년동안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높이면서 고정비가 올라가게 됐다. 외식 창업주들 입장에서는 고객 자체가 급격히 늘어나거나 객단가를 높여 이것을 상쇄해야 하는 상황인데 그것이 어렵다. 이렇게 되면 인건비를 효율화하려는 작업을 하려 하게 되고 비용을 최적화해주는 회사를 택하게 된다.”

-반조리식품의 수요가 늘어나는 것도 외식산업의 수익성 악화와 연관이 있나.

“반조리식품의 원팩 솔루션은 외식산업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가운데 나타난 움직임이다. 과거에도 이런 개념은 있었지만 최근에는 반조리식품에 시장성이 생겼다. 1인 가구가 늘고 가정용 간편식(HMR)에 대한 만족도가 올라가면서 제품 판매 채널이 다변화됐기 때문이다. 외식업체들은 특별한 레시피나 노하우 없이 상품을 판매해야 하는데 좋은 대안이 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반조리식품은 원물가격의 급등락에 대한 리스크를 식자재 유통업체에 헤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음식 조리 과정에 필요한 인력과 조리시설 공간을 줄이고, 손님을 더 받을 수 있는 테이블을 하나 더 둘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원물가격 리스크를 부담할 규모의 경제를 갖춘 대형업체만이 원팩 솔루션 제품을 제공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과거의 식자재 유통시장은 좋은 품질의 원물을 최저 가격에 공급 받아서 제대로 가공하고 조리해서 최대의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다보니 유통구조 자체를 단축시키는 비즈니스 모델에 투자를 많이 했다. 이 때도 중소형 식자재 유통업체들은 경쟁력을 잃을 수 밖에 없었다.

최근에는 여기에 식품을 제조하는 역량까지 갖춰야 하기 때문에 결국은 식자재 유통업체는 더 기업화될 수 밖에 없다고 본다.”

-국내 프랜차이즈 진입과 퇴출이 굉장히 빠르다. 식자재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특정 프랜차이즈에 공급하기 위해 만든 라인을 교체해야 하는 비용 부담이 있지 않나.

“새로 진입하는 외식업체가 완전히 새로운 제품 라인을 요구하고 있는 수준은 아니다. 현재 반조리 패킹 솔루션은 완제품을 완벽히 제공하는 것을 타깃으로 하지는 않는다. 1~10단계 가운데 7단계 정도로 간단한 조리 기능을 추가해서 공급하는 것을 타깃으로 한다. 그러면 기본 원물에 어느 정도 조리만 된 제품을 공급하는 수준이다.

더욱이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가 모든 식품 제조라인을 식자재유통업체를 통해 구축하려는 작업은 하지 않고 있다. 외식업장에서 경쟁력을 보여줄 핵심 기술력이 필요한 제품군은 본인들이 가져가고 그 외에는 여러 식자재 유통업체에 아웃소싱을 준다든지 할 것이다.”

-해외에서도 식자재 유통업의 기업화가 진행되고 있나.

“북미 식자재 유통시장의 경우 기업형 시장이 60% 수준이다. 그중에서 1위 업체 시스코가 2013년 기준 기업형 식자재 유통 시장의 40%, 전체 식자재 유통 시장의 16% 수준이다. 이후 US푸드 서비스를 2013년말 인수하면서 점유율을 가져와 20%를 넘어선 것으로 알고 있다.

식자재 유통시장에서 절반 정도는 아직 비기업형 시장이다. 여전히 직접 원물을 구매하거나 소규모로 식자재 유통을 하는 개인이 적지 않다. 기업과 비기업이 공존하는 시장이고 기업이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의 트렌드는 개인보다는 기업이 식자재 유통업을 하기에 유리한 방향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식자재 유통시장의 40%, 혹은 외식시장에서 프랜차이즈가 차지하는 비중만큼 기업형 시장이 만들어질 것으로 본다.”

- 추천 종목의 밸류에이션은 어떻게 보고 있나.

“신세계푸드는 2015년 충북 음성 공장을 준공한 이후 HMR(가정간편식) 제품의 생산 대행을 하고 있고, 여기에 ‘올반’이라는 자체 브랜드로 G마켓, GS홈쇼핑 등 유통 채널을 확대해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일반 외식업체 쪽에 식자재 유통 수주를 늘리면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한마디로 지금보다 상당한 수준의 숨은 가치가 있다고 본다. 신세계푸드는 식자재 유통회사지만 그동안 CJ프레시웨이처럼 공격적인 투자로 판매 채널을 확대하기보다 이마트에 의존해왔다. 하지만 최근 HMR을 활용하는 식당이 늘고 일반 소비자들도 거부감 없이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신세계푸드의 판매 채널이 늘고 있다.

충북 음성공장에는 국거리 외에도 소스 제조라인이 있다. 소스는 맛의 40%를 좌우한다고 한다. 개인 소비자 뿐 아니라 식당에도 이를 공급할 수 있는 여건이 되기 때문에 신세계푸드를 통해 원물, HMR까지 공급받으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밸류가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PER(주가수익비율)은 유사한 회사에 부여되는 가치 평가를 토대로 하는 것인데 유사 회사가 별로 없다. 그나마 유사한 일본 델리카후즈는 전처리된 제품 공급 비중이 올라가는 과정에서 밸류에이션이 40배까지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났다. 코스트코의 커클랜드는 30배가 적용된다는 점을 볼 때 신세계푸드 역시 이 같은 수준의 압도적인 밸류에이션을 예상해볼 수 있다.”

-CJ프레시웨이는 어떤가.

“CJ프레시웨이는 광역 유통망 확보 이후 지배력 강화와 더 세밀한 유통 채널 확대에 힘쓰고 있다. 기존 채널별 영업전략에서 지역별 영업전략 방식으로 바꿔 지역별 점유율 차이를 극복하고, 성장하고 있는 비수도권 외식식자재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지역권 영업조직 운영을 통해 점유율을 더욱 확대시킬 수 있고, 광역 유통망에 대한 효율적인 관리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와 함께 주목되는 점은 제조라인 확대를 통한 경쟁력 확보다. CJ프레시웨이는 지난해 송림푸드 인수를 통해 소스류 공급라인을 구축했고, 장기적으로 HMR 제조라인 구축을 고민하고 있다. 원물 공급을 바탕으로 원팩솔루션을 구현할 수 있는 식품제조라인 구축에도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프랜차이즈 업체가 효율적인 식자재 공급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미스터 피자 사건과 같은 잘못된 일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미스터 피자 역시 정형화된 레시피를 구축해 가맹점주가 최대한 간편하게 식품 조리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 그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잘못된 관행으로 흘러갔다. 국내 프랜차이즈 비즈니스가 그런 식으로 성장한 측면도 없지 않다. 기저에는 프랜차이즈 창업주의 이익과 가맹점주의 이익이 충돌하는 것이다. 특정 제품 사용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불가피한 것이고 그 과정에서 창업주와 가맹점이 함께 살 수 있는 적정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식자재 유통업의 기업화가 가맹점주들에게는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봐야 하나.

“식자재 유통업이 기업화되는 이유는 ‘투명화’ 때문이다. 갑질논란 등을 줄이고 가맹본부에만 이익이 몰리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식자재 유통의 외부 위탁을 통해 투명화를 제고하는 방법이 있다.

현재 시장에서는 가맹본부 사업자가 가맹점주들에게 식자재 가격 부담을 전가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외부 식자재 유통업체에 위탁을 하게 되면 제품 매입에 따른 가격 부담을 이 유통업체에게 전가할 수 있고, 가맹점주들에게는 합리적인 가격에 제품을 공급해줄 수 있게 된다.”

-최근 유통법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추세라 식자재 유통업의 기업화 역시 제약이 있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유통법 규제는 일본, 프랑스 등 해외 국가에서 완화하고 있는 것이 트렌드다. 실효성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시 다르지 않다고 본다. 일례로 그동안 대형마트가 주말 영업정지를 당하면서 발생되는 손실액의 규모를 확인했다. 손실은 있는데 그 기회비용만큼 재래시장은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경험을 통해 확인했다면 자유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경쟁력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 예컨대 저금리 대출 등 금융지원을 통해 재래시장의 카드 결제, 주차공간 확보 등 인프라의 문제들을 해소해주고,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방법을 고민해봐야 할 때다. 망원동시장이나 통인시장 같은 경우 경쟁력을 확보한 재래시장의 선례라고 할 수 있다.

식자재 유통 시장이 기업화되는 것은 불공정 거래가 정상화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과거의 중소형 업체로부터 식자재를 공급받았던 곳들은 세금 문제에서도 투명하지 않았고, 원재료도 법적 규정인 상온 시스템, 안전한 먹거리 공급 의무 등을 지키지 않으면서 자본을 축적했다. ‘기업화’ 현상을 부정적인 시선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