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예산 수억원을 들여 친환경 산란계 농장까지 살충제를 무료로 보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고시에 따르면 친환경 축산 인증을 받으려면 유기합성 과정을 거친 농약(살충제·살균제·제초제 등)과 해당 성분이 함유된 동물용 의약외품 등을 축사뿐 아니라 축사 주변에도 사용하면 안 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7일 "올해 시범적으로 닭 진드기 살충제 구입비를 서울·부산·울산·대전을 제외한 전국 13개 시·도에 지원했다"며 "방제 약품 구입비는 총 3억원(약 150만 마리분)으로 국비·지방비가 각각 1억5000만원씩 소요됐다"고 밝혔다. 이후 각 지방자치단체는 방역협의회를 열고 배정받은 예산으로 방제 약품을 구입해 농가에 배포했다.

문제는 중앙정부와 지자체 모두 살충제 살포 지침이 없거나 심지어 잘못됐었다는 점이다. 일반 산란계 농가에서는 기준치 이하로만 살충제를 사용할 수 있지만, 친환경 산란계 농가에는 살충제 살포가 전면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정책을 세운 농식품부는 이에 대한 언급 없이 '동물용 의약품으로 인허가 된 제품 구입' '소규모 농가에 우선 지원'이라는 지침만 내려 보냈다. 집행을 맡은 일부 지자체도 친환경 농가와 일반 농가 구별을 두지 않고 닭 진드기 살충제를 배포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산란계 농장 중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가는 전체 1456곳 중 780곳(54%)이다.

또 일부 지자체의 경우 친환경 농장은 살충제 사용이 금지되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농민을 지도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친환경 농가는 빈 축사에도 살충제를 쓰면 안 되는지 몰랐다"고 했다. 실제 이번에 살충 성분 '비펜트린'이 검출된 전남 나주의 친환경 산란계 농장도 나주시가 나눠 준 살충제 '와구 프리 블루'를 살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비펜트린 성분이 포함된 해당 살충제는 일반 산란계 농장의 경우 닭을 이동시키고 빈 축사에 뿌리는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지만, 친환경 농장에서는 사용이 전면 금지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