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간·신장 등을 망가뜨릴 수 있는 살충제 '피프로닐(Fipronil)'이 계란에서 검출된 사실이 알려지자, 계란뿐 아니라 빵·과자·마요네즈 등 계란을 재료로 하는 식품 전반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확산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전국 400여 곳에 점포를 둔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 마트 3사는 15일 모든 점포에서 일제히 계란 판매를 중단했다. 하루 평균 계란 100만여 개를 판매하는 이마트는 147개 점포와 11개 트레이더스 매장에 진열된 계란을 이날 오전 일제히 철수시켰다. 대형 마트 관계자들은 "문제가 된 농가에서 나온 '살충제 계란'을 취급한 적은 없지만 소비자 불안감을 감안해 당분간 내놓지 않기로 한 것"이라고 했다.

경기 남양주의 한 친환경 농장의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돼 전국의 1400여개 농장에서 계란 출하가 전면 금지된 첫날인 15일 서울의 한 대형 마트의 계란 판매대가 텅 비어 있다.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 마트 3사는 이날부터 정부의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모든 매장에서 계란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CU와 GS25,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도 전국 3만여 매장에서 '계란 퇴출'에 나섰다. CU 관계자는 "이날 오전부터 매대에서 계란과 계란을 재료로 만든 도시락 등을 치우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시장과 일부 소규모 매장에서 계란 제품을 판매하고 있었지만 구입하는 손님은 거의 없었다. 시민들은 '집에 사놓은 계란은 버려야 하나' 등 정보를 검색하며 혼란스러워했다. 김밥 등을 파는 식당에서는 "계란을 빼고 달라"고 주문하는 손님이 늘었다.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날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열고 "모든 산란계 농장(1456곳)의 계란 출하를 중지시켰다"고 밝혔다. 애초 산란계 3000마리 이상을 키우는 농장에 대해서만 출하 중지를 했다가 이를 확대한 것이다.

'08마리' 찍힌 계란 먹지마세요 - 살충제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된 경기 남양주의 '마리농장'에서 나온 계란은 '08마리'란 생산자명이 찍혀 있다. 이 표시가 있는 계란은 먹지 않는 게 좋다고 식약처는 설명했다.

지금까지 검사에서 닭에 대한 사용 자체가 금지된 피프로닐이 검출된 사례는 경기 남양주 마리농장 한 곳뿐이다. 이 농장에선 지난 6일 피프로닐을 살포한 뒤, 14일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최소 15만개의 계란이 출하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다른 살충제로 발암 물질인 비펜트린도 경기 광주 우리농장에서 잔류 허용 기준을 넘긴 수준이 검출됐다. 전북 순창의 한 농장에서도 비펜트린이 검출됐지만 기준치 이하였다.

농식품부는 살충제 검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은 농장에 대해서만 검사 증명서를 발급하고 계란 출하를 허용할 계획이다. 부적합 판정이 내려진 농가에 대해서는 출하를 금지한 상태에서 6개월간 2주 간격으로 검사하고, 해당 농장주를 축산물위생관리법 위반 혐의로 고발할 방침이다.

김 장관은 또 계란 수급을 위해 "산란계 20만 마리 이상을 키우는 대형 농장(47곳)에 대한 검사를 오늘(15일) 중에 마칠 것"이라며 "내일(16일)부터 평소 물량의 25%가 유통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