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마트와 편의점, 이커머스 등 주요 유통 채널이 일제히 계란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의 혼란과 불편이 커지고 있다. 이번 조치는 국내 친환경 산란계 농장의 계란에서도 유럽에서 문제가 된 유해물질 피프로닐(Fipronil), 비펜트린(Bifenthrin) 등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데 따른 것이다.

연합뉴스 제공

15일 농림축산식품부는 경기도 남양주시, 광주시 소재 농장의 계란에서 각각 피프로닐과 비펜트린 살충제가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중 비펜트린은 개와 고양이의 벼룩 및 진드기를 구제(驅除)하기 위해 사용되는 것으로 닭에는 사용이 금지돼 있다.

◆ 계란 공급 중단 17일까지 이어질 듯....농식품부 전수 조사해 합격 계란만 출하

이번 계란 공급 중단은 오는 17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농식품부는 이날 자정부터 전국 농가의 계란 출하를 잠정 중단하고 3000수 이상 산란계를 사육하는 상업 농장을 대상으로 3일 이내 전수 검사해 합격한 농장의 계란만 출하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식약처와 지자체 정밀검사 결과 부적합 시에는 전량 회수·폐기 조치된다.

이번에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농가 두 곳은 모두 '친환경 농가'라는 점에서 소비자 불안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3000마리 이상을 사육하는 산란계 농가는 1060곳으로 그 중 73%인 780곳이 친환경 농가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국내 대형마트 3사와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롯데슈퍼, 이마트에브리데이 등 SSM, CU, GS25,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등 주요 유통채널은 이날 새벽 계란 판매 중단 조치를 내리고 비치된 상품을 전량 수거하고 있다. 11번가, 쿠팡, 위메프 등 이커머스 업체들도 계란 판매를 일제히 중단했다.

대형마트 3사 관계자는 "자체 조사 결과 해당 농가에서 계란을 납품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지만, 정부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예방 차원에서 당분간 계란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내 주요 유통 업체들은 소비자가 계란 구입 영수증을 지참하고 환불을 요청하면 계란이 부패하지 않은 경우에 한해 환불해줄 계획이다.

농식품부와 식약처는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계란의 생산날짜와 유통처 등을 파악해 조사 중이다. 그러나 회전율이 높은 신선식품의 특성 상 살충제를 사용한 농가가 추가 발견된다 하더라도 해당 농가에서 납품한 계란이 이미 소비됐을 가능성이 높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 계란 등 신선식품은 2~3일 안에 소비가 이뤄져 문제 발생시에도 회수가 힘들다"고 전했다.

남양주 농가는 하루 2만5000여개의 계란을 생산하고 2~3일 주기로 계란을 출하해 도매상격인 중간유통상 5곳에 계란을 납품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남양주 농가 주인은 농식품부 조사에서 "옆 농가에서 진드기 박멸에 효과가 좋다는 얘길 듣고 사용했다. 피프로닐인 줄은 몰랐다"고 진술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닭의 몸에 묻은 피프로닐 성분이 체내로 흡수되면서 계란에서도 검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당수 농가에서 해당 살충제의 사용이 금지된지 모르고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제과 제빵업계 초긴장...공급 차질 또는 가격 인상시 타격

계란 소비량이 많은 제과·제빵업계는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에 따른 연초 계란값 폭등에 이은 살충제 검출 소식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파리바게트를 운영하는 SPC 관계자는 "비상 재고량을 통해 하루이틀은 공급이 가능하겠지만 출하 중단이 장기화되면 제품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조속히 공급이 정상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롯데제과, 오리온 등 가공 제과류를 주로 생산하는 제과업체는 제품 특성 상 한달간은 여유가 있지만, 공급 차질로 가격 인상이 있을 시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권훈정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농림축산'식품'부인 만큼 해당 부처는 식품 관리에 책임이 있다"며 "해당 농가가 살충제 성분이 금지돼 있다는 점을 몰랐다면 관리, 감독, 지도의 책임을 지고 있는 농식품부도 지도 소홀의 책임을 져야한다"고 말했다.

피프로닐은 구토, 복통, 현기증 등을 유발한다. 몸속에 쌓이면 간·신장 등 유해물질을 걸러주는 체내기관을 손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희 호서대 임상병리학과 교수는 15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물질에 한 번 노출됐을 때 발생하는 독성의 양인 '급성독성'을 기준으로, 피프로닐은 '중간독성'에 해당하지만 오래 노출됐을 땐 상당한 독성을 가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