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을 떠나 착용 모습이 비웃음 살 것 같습니다."
"귀에다 전동칫솔 꽂고 다닐 사람??"
지난해 9월 7일(현지시간) 애플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빌 그레이엄 시빅 오디토리엄(Bill Graham Civic Auditorium)에서 아이폰7과 함께 무선 이어폰 '에어팟'(Airpods)을 공개했다. 아이폰7에서 3.5mm 이어폰 단자를 없앤 애플의 불친절함(?)에 반발해서인지, 에어팟 공개 기사에는 그 어느 때보다 네티즌들의 혹평(酷評)이 쏟아졌다.
사실 미국 현지에서 에어팟을 처음 본 순간, 네티즌들과 비슷한 생각을 했다. 마치 담배를 귀에 걸고 다니는 것처럼 길쭉한 디자인은 부담스러웠고, 편하게 사용했던 유선 이어폰을 왜 사용하지 못하게 만들었는지 불만이었다. 에어팟의 출시를 보며 '애플의 혁신'이 끝났다는 평가도 나왔다.
11개월 뒤인 지난 8월2일. 에어팟이 궁금해 온라인으로 구매한 뒤 몇 주나 기다려서야 택배로 받을 수 있었다. 출시 당시 혹평이 이어진 만큼 쉽게 구매할 줄 알았지만 오산이었다. '폭망(暴亡)' 할 것으로 예상됐던 에어팟은 물량이 부족해 6주나 기다려야 할 만큼 인기제품이 됐다. 특히 훌륭한 음질과 높은 사용성, 편의성 덕분에 에어팟이 '아이폰 이후 가장 만족도가 높은 애플 제품'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최근 2주간 에어팟을 사용해봤다.
◆ '초간단 연결' 에어팟, 중저음⋅배터리⋅편의성 만족...음량조절 기능 부재는 '아쉬움'
에어팟은 크게 왼쪽, 오른쪽 무선 이어폰 본체와 배터리를 내장한 충전케이스로 구성된다. 에어팟 케이스의 뚜껑을 열자 아이폰에서 반응이 왔다. 아이폰에는 에어팟 이미지와 함께 "연결되지 않음, 연결을 하려면 케이스 후면에 있는 버튼을 길게 누르시오"라는 메시지가 표시됐다. 버튼을 길게 누르자 연결이 완료됐다. 정보기술(IT) 기기 초보자도 쉽게 따라할 수 있을만큼 페어링(2개의 기기를 연동) 과정이 간편했다.
에어팟을 빼서 귀에 꼽았다. '딩~' 하는 알림음이 들렸다. 음향을 재생할 준비가 완료됐다는 의미다. 아이폰으로 음악을 틀었다. 이어폰의 음질에 대한 내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존에 사용하던 이어폰에 비해 '둥둥' 저음이 좋아졌다는 느낌은 충분했다.
이어폰의 종류는 오픈형과 커널형으로 나뉜다. 오픈형은 귀에 걸치듯 착용하는 제품이고 커널형은 본체를 귀 안으로 삽입한다. 커널형에는 말랑말랑한 고무가 달려있어, 이어폰을 귀에 꼽으면 외부 소리가 잘 안들릴 만큼 차단성이 좋아 그만큼 음질이 좋아진다. 하지만 장시간 사용할 경우 귀에 압박이 가해져 불편한 게 단점이다.
에어팟은 오픈형 구조지만 다른 오픈형 이어폰에 비해 중저음이 우수했다. 기존에는 조금 더 좋은 음질의 음악을 듣기 위해 젠하이저 블루투스 헤드폰(MM550)을 사용했다. 헤드폰은 머리를 감싸 착용하기 때문에 불편하다. 헤드폰이 에어팟에 비해 더욱 좋은 음질을 구현하지만 에어팟도 음질에 문외한인 사람들이 즐기기에 의외로 좋은 음질을 들려준다. 착용 편의성이 높은 점은 훨씬 큰 만족감을 준다.
마치 고성능을 위해 무겁지만 디지털 일안 반사식 카메라(DSLR)를 사용하다가 무겁고 사용이 복잡해 불편해 하던 중 휴대가 간편하고 성능도 크게 뒤처지지 않는 똑딱이 카메라(컴팩트 카메라)를 구입해 사용하며 편안함을 느끼는 것과 유사했다.
무엇보다 아이폰과 연결이 잘 끊기지 않는 점은 최대 장점이다. 블루투스 헤드폰, 이어폰의 경우 보통 사람이 몰리는 지역이나 버스, 지하철에서 끊길 때가 잦다. 그래서 스마트폰을 귀와 가까운 가슴쪽 주머니에 넣어두는 경우가 많다. 이와 달리 에어팟은 아이폰을 바지 뒷주머니에 넣어도 끊김없이 음악을 재생했다.
에어팟의 또다른 강점은 긴 사용시간과 빠른 충전이다. 음질은 사람마다 호불호(好不好)가 갈릴 수 있지만 한번 충전시 사용시간이 길다는 점은 누구나 만족할 수 있는 부분이다. 에어팟은 한번 충전시 5시간 연속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사용하던 중 충전 케이스에 넣어둘 경우 최대 24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다. 충전시간은 15분 정도면 절반 이상, 25분 남짓 충전하면 100% 완충이다.
물론 단점도 있다. 음악 컨트롤과 음량 조절 등 제어 기능의 부재가 아쉬웠다. 곡 넘기기, 되감기, 볼륨 조절을 하기 위해서는 에어팟을 톡톡 2번 두드려 시리를 실행시켜야 했다. 모든 기능 제어가 시리를 통해 이뤄진다. 예를 들어 "시리야 음량 10% 낮춰줄래"라고 말해야 음량이 조절됐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 볼륨을 조절하기 위해 시리에 말을 걸기에는 민망하고 불편하다. 적어도 터치 방식 등으로 볼륨 조절이나 재생, 정지 등을 할 수 있었다면 더욱 좋았을 것 같다.
◆ 에어팟, 디자인은 '호불호' 편차커...아이폰 사용자라면 매력적인 제품
에어팟에 대한 호불호가 가장 심한 부분은 '디자인'이다. 블루투스 음향기기는 헤드폰이 주를 이뤘고 이어폰의 경우 목에 거는 넥밴드 형식이나 귀를 덮는 제품들이 대부분이다. 헤드셋은 무선 마이크 처럼 얼굴 옆 쪽으로 긴 마이크가 튀어 나온 느낌이다.
에어팟은 이어폰도 아니고 헤드셋 모양도 아니다. 기존 이어팟에서 선만 잘라낸 모양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일부 네티즌은 '콩나물이냐', '국자처럼 생겼다'라며 디자인에 대해 혹평했다.
처음에는 이런 반응에 에어팟 착용이 두려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버스나 지하철에서 에어팟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종종 목격했고 거부감이 점점 사라졌다. 결국 에어팟 구입까지 결심하게 된 것.
실제 에어팟을 착용한 채 마트에서 장을 보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이상하게 쳐다보는 경우는 드물었다. 하지만 허공을 향한채 누군가와 통화하는 듯한 말을 쏟아낼 때는 이상한 눈길을 느끼기도 했다. 이는 블루투스 이어폰이 아직 대중화하지 못한 문화적 배경인 만큼 에어팟의 단점이라고 보긴 어렵다.
또하나 주변의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하는 점은 별다른 고정장치가 없는 만큼 귀에서 잘 빠지지 않느냐는 것이다. 실제 사용해 보니 귀에서 빠져 떨어뜨려 본 적은 없었다.
그러나 심리적인 불안감은 어쩔 수 없다. 예를 들어 만원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에어팟 착용이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다. 옆사람과 부딪히는 경우도 있고 다음 정류장에 내리기 위해 출구쪽으로 이동하다가 에어팟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땐 정류장에 내리기 전에 에어팟을 케이스에 넣으면 그만이다.
또 KTX를 타고 부산 가는 길에서 에어팟으로 음악을 듣다가 깜박 졸았다. 깨어보니 한쪽 에어팟이 사라진 상황. 깜짝 놀라 찾아보니 졸다가 뒤척였는지 의자 구석에 떨어져 있었다. 다행히 제품에 문제는 없었지만 조심해야 할 포인트를 알게됐다.
결론적으로 에어팟은 21만9000원이라는 가격은 부담스럽지만 음질 등 성능과 편의성, 배터리 등 많은 부분에서 만족감을 주는 제품이다. 딱 "가격은 비싼데, 제품은 좋네" 이 말이 정답이다.
이같은 평가는 시장조사기관 크리에이티브 스트래티지(Creative Strategies)가 942명의 에어팟 이용자에게 조사한 결과에도 드러난다. 조사 대상자 중 98%가 '매우만족' 혹은 '만족' 등 높은 만족감을 표시했다. 벤 바자린(Ben Bajarin) 크리에이티브 스트래티지 분석가는 "98%의 소비자가 만족하는 것은 애플의 신규 제품 중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지난 2007년 첫번째 아이폰 출시 당시 만족도는 92%, 2010년 아이패드는 92%였으며 2015년 애플워치의 만족도는 97%였다"고 말했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따지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아이폰 사용자 가운데 무선 이어폰을 구입하고 싶은 소비자라면 비싼 가격이지만 에어팟이 높은 만족감을 제공할 수 있다. 가격이 부담스럽다는 소비자의 경우 T다이렉트, 올레샵 등 통신사가 운영하는 스마트기기 쇼핑몰에서 에어팟을 구입할 경우 멤버십 포인트로 약 10~15% 할인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