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 바이오시밀러가 첫 출시 이후 10년이 지났다. 처음엔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각종 우려와 의심이 가득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각 전문 기관들이 잇따라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안정성과 효용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보고서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2012년까지만 해도 5억달러 규모였으나 점차 그 가치를 인정받으며 4년이 지난 2016년 14억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이제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가능성의 영역에서 규모의 영역으로 넘어갔다. 얼마에 얼만큼 팔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한 시장이 됐다.

이태영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사진)은 지난 7월 27일 발간한 '국내 최초 글로벌 블록버스터 탄생 임박'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바이오시밀러의 성장이 가속화되는 상황 속에서 국내 바이오시밀러 업체 셀트리온(068270)의 '램시마'가 10억달러 매출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국내 최초로 '블록버스터' 제품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바이오시밀러가 각광받자 나타나기 시작한 가격경쟁에 대해서는 “크게 우려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전체 시장 규모의 축소는 초래할 수 있지만 오히려 잠재 수요를 끌어내고 기존 제품들의 수요층까지 끌어들여 바이오시밀러가 점유하고 있는 시장에는 타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7월 24일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의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램시마의 경쟁 제품 렌플렉시스를 램시마보다 20%(193달러) 싼 가격에 출시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지난 8일 여의도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에서 이태영 연구원을 만나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전망과 셀트리온의 성장 가능성, 그리고 최근 상장한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왜 리포트에 ‘블록버스터’란 수식어를 붙이게 됐나.

“글로벌 업계에선 하나의 의약품이 1년 동안 총 10억달러, 한화로 약 1조2000억원 규모로 팔렸을 때 ‘블록버스터’라고 한다.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는 지난해 약 6억달러 매출을 올렸고, 지금과 같은 성장세를 이어 나간다면 올해 10억달러를 넘어서며 국내 최초로 블록버스터 의약품을 배출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의 규모는 1200조원이다. 이 중에서 국내 의약품 시장은 20조원이다. 또 블록버스터의 기준이 글로벌에서는 12조원(10억달러)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100억원 수준일 때 블록버스터라고 한다.

20조원 울타리에 100억원짜리 블록버스터 시장에서 놀다가 1200조원에 12조원 시장으로 나가게 되는 건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리포트에서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국내 바이오시밀러 업체들이 높은 원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어떤 점을 근거로 원가 경쟁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건지.

“신약 개발을 얘기할 때 ‘원 데이 원 밀리언(one day, one million)’이라는 말이 있다. 신약 개발이 하루 늦어질 때마다 100만달러를 손해본다는 뜻이다. 제약 업계에서는 그만큼 빠른 개발과 출시가 비용 절감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업계에서 개척자다. 유럽 의약품처(EMA)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처음 바이오시밀러 규정을 만들었을 때 셀트리온과 함께 고민했다고 할 정도로 셀트리온은 가장 빨리 업계에 진출했다.

업계 선두주자로서 갖고 있는 노하우는 굉장히 큰 경쟁력이라고 본다. 의약품을 개발하는 데 있어서 허가 기관과의 원활한 소통은 중요하다. 같은 문구지만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적용하는가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다.

셀트리온이 지금까지 축적한 노하우를 통해 빠른 개발과 빠른 진출이 용이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도 후발 주자지만 바이오시밀러 업계를 빠르게 이해하고 따라 잡아가고 있다. 각종 바이오시밀러 허가를 얻어내고 있다. 두 회사의 발빠른 행보는 원가 경쟁력을 키우는 요소다.”

-최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램시마’의 경쟁 제품인 ‘렌플렉시스’를 더 싼 가격에 출시하겠다고 선언했다. 이같은 가격 경쟁이 앞으로 바이오시밀러 업계의 하향평준화를 부르지 않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가격 인하 경쟁이 전체 시장의 축소를 초래할 수 있지만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규모에는 타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높은 가격이라는 진입장벽으로 인해 지금까지 구매를 하지 못했던 잠재 수요층이 있기 때문이다.

의약품시장 전문 분석 기관인 퀀타일즈IMS 연구소(Quintiles IMS)가 종양괴사인자 알파 억제제(TNF-alpha)를 기준으로 2016년까지의 유럽 바이오시밀러 경쟁 현황을 정리한 바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바이오의약품 시장의 전체 판매수량은 바이오시밀러 출시 이전보다 이후에 더 빠른 수준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해당 데이터를 토대로 가격을 얼마나 낮추는가에 따라 시장이 어떻게 변하는지 3단계로 나눠서 가정을 해봤다. 먼저 바이오시밀러를 적극 수용한 노르웨이의 경우 2013년 시밀러 도입 이후 해당 약제 가격이 48%까지 떨어졌다.

노르웨이 사례를 모델로 추정했을 때 바이오시밀러의 공세로 시장 가격을 크게 낮출 경우 전체 시장 규모는 감소했다. 판매수량이 늘었지만 가격 하락분을 온전히 상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체 시장 내 바이오시밀러의 시장 점유율은 늘어나 시밀러 시장 크기는 오히려 커졌다. 시밀러 출시 이전 시장 전체 크기가 1조원이라면 출시 이후 시밀러가 약 5200억원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약제 가격이 16% 떨어지며 노르웨이의 중간수준을 보인 프랑스나, 6% 떨어지며 가장 소극적이었던 독일 시장을 모델로 삼았을 때 모두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크기는 성장했다. 프랑스와 독일 모델은 노르웨이 모델에 비해 시밀러 시장의 성장세는 덜 가팔랐지만 전체 시장의 크기는 커졌다.”

-그렇다면 바이오시밀러 내부에서의 상황은 어떻게 전개될까. 시밀러 시장 자체는 커져도 내부에서 파이를 나눠먹는 업체들이 많아지면 결국 개별 기업들의 점유율도 줄어들지 않을까.

“바이오시밀러는 시장 진입 순서가 가장 중요한 핵심 요소다. 원제품과 바이오시밀러 간의 차이가 없음을 증명하는 건 필수지만, 바이오시밀러와 이후 출시된 바이오시밀러 간의 차이점은 선택의 영역이다. 따라서 시장에 첫 번째로 진입하게 되는 바이오시밀러는 초기 시장 선점 효과를 톡톡히 누리게 된다.

지난 2016년 통계를 보면 유럽시장에서 판매된 항 TNF 제제와 적혈구 생성인자(EPO) 제제 모두 첫 번재 진입한 바이오시밀러가 70%를 넘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후 두 번째로 진입한 제제는 30% 가량으로 떨어졌다.

현재 셀트리온은 미국과 유럽에서 항체의약품 램시마와 항암제 트룩시마로 이미 1등으로 진입한 상태다. 특히 램시마의 경우 2번째로 진입한 삼성바이오에피스와 미국에서는 약 7개월, 유럽에서는 약 2년 가량 출시일 격차를 기록하고 있다.”

-램시마와 트룩시마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였지만, 앞으로도 셀트리온이 성장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선진입을 이뤄내야 할 것 같다. 이 부분에서 전망은 어떠한지.

“바이오시밀러가 점차 새로운 먹거리로 주목받으면서 경쟁이 거세지고 있다. 모든 바이오시밀러에서 첫 번째가 되기에는 장벽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항암제 허셉틴에 대한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허쥬마는 유럽에 허가신청을 제출한 제품 중 가장 느린 순서에 속했다. 다만 1등으로 달려나가고 있던 밀란의 바이오시밀러가 제조품질관리(GMP) 부적합 판정을 받아 셀트리온이 2위로 올라섰다. 1위인 삼성바이오에피스와 격차는 약 2달 정도로 거의 비슷한 시점에 출시할 가능성이 높다.

셀트리온이 계속해서 퍼스트 무버로서의 지위를 이어 나간다면 좋겠지만, 앞으로는 쌓아 놓은 입지를 더 탄탄하게 다져나가는 측면도 고민할 필요도 있다고 판단된다.

이제는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통해 영업망을 확장해 나가고,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업체로서 지위를 공고히 해 나감으로써 기업 가치를 제고하면 된다. 이미 셀트리온이라는 브랜드 이미지와 판매 노하우는 셀트리온의 차별화된 경쟁력이 됐다.”

-최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상장했다. 두 회사가 운명공동체라는 점은 한 편으로는 장점이 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단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셀트리온의 물량을 계속해서 받아내야 하기 때문에 재고자산에 대한 문제가 지적되지 않나.

“사업 구조상 재고자산이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하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연구개발의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전략적 관계가 수립됐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셀트리온이 허가를 위해 먼저 생산한 초기 물량을 취소·환불 조건으로 미리 사들여야 한다. 덕분에 셀트리온은 허가를 받기 전에 제품을 판매할 수 있고, 아무래도 개발과 관련된 리스크를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다.

다만 바이오시밀러가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전인 과거라면 재고자산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지만, 현재는 다르다고 본다. 이제는 매출액이 재고자산 규모를 넘어서 오히려 전화위복이라고 본다.

현재 재고자산이 약 1조5000억원 가량 되는데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매출액은 머지 않아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바이오시밀러가 크게 주목받지 못했을 때는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간 관계가 리스크가 될 수 있겠지만, 앞으로 셀트리온이 커가는 과정에서 둘의 전략적 관계는 둘 모두에게 득이 더 많을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