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쏘시오그룹이 오너 회장의 갑작스러운 구속 수감 소식에 충격에 빠졌다. 오너가 구속된 것은 그룹 모태(母胎)인 동아제약이 설립된 지 85년 만이다. 그룹 안팎에서는 최고결정권자의 구속으로 의약품 연구개발(R&D) 기조가 보수적으로 바뀔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동아쏘시오그룹 오너 3세인 강정석(53) 동아쏘시오홀딩스(000640)회장이 회사 자금을 빼돌린 뒤 이 중 일부를 의약품 리베이트(의약품 채택에 대한 대가성 금품 지급) 자금으로 사용하고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7일 구속됐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최경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강 회장을 상대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벌인 후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 인멸이 우려된다"면서 검찰이 청구한 영장을 발부했다.

◆ '오너 3세' 강정석은 누구?

회사 자금을 빼돌려 의약품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동아제약 지주회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 강정석 회장이 7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위해 부산지법 동부지원에 들어가고 있다.

동아쏘시오그룹 오너 3세인 강정석 회장은 동아제약 창업주인 고(故) 강중희 회장의 손자이자 강신호(90) 동아쏘시오홀딩스 명예회장의 4남으로 1989년 동아제약에 입사해 경영관리팀장, 메디컬사업본부장, 동아오츠카·동아제약·동아쏘시오홀딩스의 대표를 역임했다. 지난 35년간 동아쏘시오그룹을 이끌어온 강신호 회장이 올해 초 동아쏘시오홀딩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명예회장으로 추대되면서 강정석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했다.

부친인 강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실질적으로 그룹 경영을 총괄해온 강 회장은 지난해말 그룹 사장단 인사를 통해 40~50대 '영(young) 리더'를 계열사에 포진시키면서 강정석 체제를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강정석 당시 부회장 체제에서의 첫 사장단 인사였던 데다, 젊은 조직 문화가 필요하다는 강정석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되면서 자연스레 경영진의 세대 교체도 이뤄졌기 때문이다.

◆ 리더십 공백으로 신약 개발에 차질 빚나

강 회장이 올해 공식적으로 회장 직함을 달면서 그룹 경영 정점에 올라섰지만 횡령 및 리베이트 혐의로 구속되면서 그룹이 적잖은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제약업의 특성상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리스크(위험)을 안고 투자할 경우가 많다.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부재는 미래 먹거리 확보에 치명타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그룹 안팎의 관측이다.

실제로 동아쏘시오그룹에서 전문의약품 개발을 담당하는 동아에스티(170900)의 경우 최근 실적이 좋지 않아 전문경영인이 투자 관련 의사결정을 책임지기에는 어려운 구조다. 동아에스티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2656억원, 영업이익은 87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11.3%, 56.3% 감소했다.

동아에스티의 실적이 좋지 않은 것은 올 초부터 리베이트 수사가 부각되며 병의원을 중심으로 한 전문의약품 영업 활동이 위축된 데다 연구개발 비용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아에스티는 주력 사업 부문인 전문의약품의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6.7% 감소한 734억원에 그쳤다. 반면, 2분기 R&D 비용의 경우 214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9.5% 증가했다.

지난해 동아에스티는 글로벌 임상을 확대하면서 전년보다 21.2% 증가한 695억원을 R&D에 투자했다. 이는 2013년 동아제약에서 기업분할된 이후 최대 규모의 R&D 투자였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력 사업 자회사인 동아에스티의 수익성 악화는 그룹 경영에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라면서 "전문경영인 입장에서는 경영 지표가 나빠지면 R&D 투자 기조를 보수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동아쏘시오R&D센터 전경

◆ 검찰 "700억원 횡령·55억원 리베이트"…동아 "전문경영인 체제로 공백 최소화"

앞서 부산지검 동부지청 형사3부(부장 조용한)는 회사 자금을 빼돌리고 이 중 일부를 병원에 리베이트로 제공하면서 관련 세금을 탈루한 혐의(업무상횡령, 약사법위반, 조세포탈)로 강 회장에 대해 지난 2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1999년 동아제약의 등기이사가 된 강 회장이 전국 약품 영업을 총괄하는 동아제약 영업본부장(전무급), 동아제약 대표이사 부사장, 지주회사 동아쏘시오홀딩스 부회장을 거쳐 회장 등을 거치며 병원 리베이트의 최고결정자 위치에 있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강 회장이 2007~2011년 법인자금 521억원을 빼돌리고, 경영진에 부과된 개인 세금을 법인에 전가하는 등 총 700억원대 회사 자금을 빼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 2007~2011년 빚어진 횡령을 허위비용 처리로 감추면서 법인세를 제대로 내지 않은 데는 170억원대 조세포탈 혐의가 적용됐다.

강 회장은 빼돌린 자금을 동원해 2009년부터 최근까지 전국 20여개의 병원 의사들에게 55억원 규모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강 회장은 병원에 의약품 구입을 대가로 돈을 건넨 것은 일선 영업직원들의 욕심에 따른 개인적인 일탈이거나 회사와 무관하게 도매상이 저지른 불법행위라는 취지로 관련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아쏘시오그룹 안팎에서는 강 회장의 구속이 예상치 못한 상황인 만큼 검찰의 수사가 확대될 지 주목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이번 사안에 어떻게 대응할 지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는 중"이라고 밝혔다.

동아쏘시오그룹 측은 "강 회장에게 제기된 혐의 부분은 향후 재판 과정에서 의혹을 소상히 밝힐 것"이라며 "2013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그룹 계열사별로 전문경영인 체제 아래 독립 경영을 해왔던 만큼 경영 공백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