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사추세츠공과대(MIT) 출신들이 설립한 미국의 드론(무인기) 스타트업 '톱 플라이트'는 지난 4일(현지 시각) 배터리와 가솔린을 함께 사용하는 대형 하이브리드 드론을 개발했다. 50㎏ 무게인 이 드론은 100㎏이 넘는 화물이나 사람을 싣고 3시간 이상 비행할 수 있다. 톱 플라이트는 이 드론을 무인 비행 택시로 활용할 계획이다. 중국의 이항과 미국 우버, 유럽 에어버스 등도 드론을 이용한 무인 택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런 드론 개발이 복잡한 규제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국에서는 본체가 12㎏을 초과하는 드론은 지방항공청에 신고해야 하고, 전체 중량이 25㎏을 넘으면 교통안전공단에서 별도 인증을 받아야 한다. 또 비행이나 촬영을 하려면 일주일 이전에 비행 계획을 제출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 야간 비행, 고도 150m 이상 비행도 매번 정부 승인이 필요하다. 김창경 한양대 과학기술정책학과 교수는 "드론을 개발하려면 시험 비행부터 자유로워야 하지만 한국은 항공안전법과 항공사업법 등 각종 규제 때문에 완구용 드론 이외에는 개발이 불가능하다"면서 "드론 규제가 거의 없는 중국이 DJI 등을 앞세워 세계 드론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한 것과 대비된다"고 말했다.

한국 산업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혀온 각종 규제가 빅데이터·인공지능·자율주행차·드론·원격 의료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개발과 사업화를 곳곳에서 옭아매고 있다.

구글·페이스북·아마존 등 미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은 고객의 데이터를 이용해 다양한 사업을 발굴하면서 덩치를 키우고 있지만, 한국 기업들은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등 20여개 법률에 걸려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미국·중국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원격 진료는 의료법·약사법에 가로막혀 10년째 시범 사업만 하고 있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은 "4차 산업혁명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기술과 비즈니스를 끊임없이 내놓고 있다"면서 "현재의 규제 개혁 방식을 전면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한국의 경쟁력은 갈수록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