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7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433억원(약속금액 포함)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이재용 삼성전자(005930)부회장에 징역 12년형을 구형한데 대해 삼성그룹은 "12년은 검찰 구형일 뿐 최종 선고가 아니다"면서도 예상보다 높은 구형에 긴장하는 모습이다. 삼성그룹은 이날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삼성 관계자는 "변호인의 최종 진술을 삼성의 공식입장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날 삼성 변호단은 "전 공판 과정에서 인정되는 사실을 모으더라도 견강부회(牽強附會·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억지로 끌어 붙여 자기에게 유리하게 함)식의 주장이며 헌법이 선언한 무죄추정의 원칙을 번복할만한 아무 증거가 없다"며 이 부회장의 무죄를 주장했다.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부회장과 박영수 특별검사가 7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삼성 내부에서는 검찰 구형이 예상보다 높다는 반응이 나온다. 삼성의 한 임원은 "무죄를 다투는 상황에서 검찰 구형은 구형에 불과하다"면서도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검찰 구형이 조금 과하다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삼성은 오는 25일로 예정된 선고기일에 대비해 대응 방안을 준비 중이다. 재판부가 검찰 구형대로 판결할 가능성은 적지만 실형을 선고하면 삼성그룹은 총수가 없는 '비상체제'를 상당 기간 운영해야 한다.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미래전략실(미전실)마저 해체된 상황이어서 이 부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으면 삼성의 각 계열사는 각자도생해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이 부회장의 무죄를 다투고 있지만, 실형을 선고받았을 때 회사를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해서도 시나리오별로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관계자는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과거에는 미전실에서 대응했겠지만, 지금은 그룹을 컨트롤할 조직도 없고 사람도 없다"며 "비상사태가 발생해도 각 계열사가 알아서 대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국정농단 및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로 재판을 받았던 사람들은 검찰 구형의 약 절반을 선고받았다. 특검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 7년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3년을 선고했다.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년을 선고받아 검찰 구형(5년)에 못 미쳤고,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은 검찰 구형이 6년이었지만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의 경우 검찰은 6년을 구형했지만,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을 받고 풀려났다.

삼성 관계자는 "지난 5개월 동안 50회 이상 재판을 진행하면서 억울한 점도 많았지만, 오해가 풀렸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이 부회장이 무죄로 풀려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