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우리나라 선박 수출은 60억9200만달러로 작년 동기보다 3배 넘게 증가했다. 13대 주요 수출 품목 중 가장 높은 수출 증가율이었다. 선박 수출은 지난 3월부터 5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지난 6월에는 73억7000만달러어치를 수출, 월 기준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수출 관련 수치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 조선산업은 호황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형 조선소들은 올 들어 선박을 건조하고 조립하는 독(dock) 일부는 가동을 멈추고, 비용을 줄이기 위해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이처럼 선박 수출 실적과 조선소 현장 사이 온도 차가 발생하는 이유는 뭘까. 선박 수출은 조선소가 배를 완성해 발주처에 인도할 때 실적으로 잡힌다. 지금 수출 통계로 잡히는 수치는 세계 조선산업이 호황이던 2015년 상반기 이전 우리나라 조선소가 수주한 물량이다.

여기에 1기당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해양 플랜트(바다 위에서 원유와 가스를 뽑아내는 시설) 인도 시점도 전체 선박 수출에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 6~7월 수출 통계에 잡혔던 해양 플랜트 5기는 2012~2013년 우리나라 조선소가 무더기로 수주했던 물량들이 잦은 설계 변경으로 건설 기간이 지연되면서 뒤늦게 발주처에 인도된 것들이다. 이 공기가 지연된 해양 플랜트들은 결과적으로 수십조원 부실을 가져온 원인이었지만 통계에는 이런 측면이 드러나지 않아 착시 현상을 불러온 셈이다.

하반기 이후 2018년까지 선박 수출은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2015년과 작년 극심한 수주난이 시차를 두고 수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2015년 한국 선박 수주는 전년보다 17% 감소했고, 작년엔 80% 가까이 줄어들었다. 그나마 올 상반기 한국 조선이 잇따라 선박 수주에 성공하고 있지만 2019년이나 되어야 수출 물량에 잡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