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정부 대책 발표일인 8월2일까지 주택 매매계약을 체결했던 사람 등 대출 한도가 급격히 줄어들어 문제가 발생하는 실수요자를 선별해, LTV(주택담보대출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강화 이전의 조건으로 대출해주는 방안을 추진한다.

4일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출 강화 이후 급격히 줄어드는 대출 한도로 시장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며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중은행에 차주별 상황에 따라 종전 기준으로 대출을 집행할 수 있는 지침을 만들어 다음 주부터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다주택자 등에 대해서도 똑같이 강화 이전 대출 조건으로 집행할 수는 없다”며 “대출규제 발표 때 포함했던 예외조항을 명확히 해 투기와 관련없는 실수요자 및 서민층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선DB

소급적용되는 차주는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가 될 전망이다. 이들의 경우 투기 성격이 없는 차주들로 지난 3일부터 강화된 대출규제(LTV·DTI 40%)가 아닌 종전 기준(LTV·DTI 60%)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규제 이전에 대출상담 이력이 있는 차주도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아파트를 분양받고 계약 후 중도금 대출까지 이미 나간 경우에는 잔금 대출에 대해 종전 한도대로 대출이 진행된다. 중도금 대출 때 이미 잔금 대출 포함 전체 대출이 발생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문제는 주택 매매 계약만 한 상태에서 대출을 아직 신청하지 않은 이들이다. 통상적으로 그동안 규제 시행 발표 이후, 일정 시간 유예기간이 있었다. 유예기간은 대출 규제가 시행되기 전 기준으로 대출 한도를 상정해 부동산을 계약한 이들을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유예기간 없이 곧바로 일정 창구에 바로 대출규제가 적용되면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서울 송파구에 아파트를 계약한 김성민(회사원·37세) 씨는 "대출규제 강화 이후 은행에 전화를 해봤는데, 대출 한도가 바로 줄어 막막한 상황"이라며 "유예기간도 없이 바로 적용이 되면서 지금 돈 마련하는 데 비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문제가 발생하는 이들은 아파트를 계약만 하고 중도금 대출 없이 바로 잔금대출을 받으려는 소비자들이다. 이들은 통상 아파트를 계약하고 잔금납입까지 약 2~3개월 정도 소요가 되기 때문에 대출규제 강화에 따른 영향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토로한다.

금융당국이 내주부터 적용하는 차주별 대출한도 소급적용은 이 같은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방책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책 발표와 함께 추진하기로 한 예외조항의 명확성이 떨어져 시장에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며 “합리적 범위 안에 정말로 기대 이익이 어디냐에 따라 명확한 해석과 지침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부동산 대책 일환으로 지난 3일부터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를 지정하고 이들 지역에 대해 LTV·DTI 40%를 일괄 적용하기로 했다. 투기과열지구는 서울 25개구 전부 해당되며 이 밖에 경기 과천, 세종시를 추가 투기과열지구에 포함했다. 투기지역은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 3구와 강동, 용산등 11개구와 세종시다.

대출 규제 정책은 유예기간 없이 곧바로 적용됐다. 은행 창구에는 이번 부동산 대책 일환으로 추진된 LTV·DTI에 대한 문의가 쇄도했다.

고객들은 대출 규제 강화 전에 아파트를 분양받고 대출을 일으키지 않았을 경우,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지를 많이 물었다. 시중은행 등촌동 지점 관계자는 "시행 발표 당일 문의가 없다가, 어제와 오늘 대출 한도를 묻는 고객들이 많았다"면서 "대출한도가 줄어드는데, 추가 대출을 받을 방법이 없는지를 가장 많이 물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시뮬레이션 결과 지난해 하반기 대출인원을 바탕으로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인원은 약 10만9000명 중 8만6000명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자 10명 중 8명이며 1인당 평균 5000만원 정도가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