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300명당 편의점 하나…일본보다 많아
널찍한 테이블 갖추고 클래식 음악 틀며 변신

국내 편의점 수가 4만개에 육박하며 편의점 포화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출점은 계속되고 있지만 점포당 매출은 올해 들어 사상 처음으로 감소세에 접어든 후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인구당 편의점 수는 '편의점 왕국' 일본을 넘어선 지 오래다.

4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국내 5대 프랜차이즈 편의점 개수는 CU 1만1799개, GS25 1만1776개, 세븐일레븐 8944개, 미니스톱 2396개, 이마트24(옛 위드미) 2168개로 총 3만7083개다. 개인 편의점을 포함하면 국내 총 편의점 수는 4만개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인구 1300여명 당 편의점 1개가 있는 셈으로, 인구 2200여명 당 편의점 1개(5만5000여개)가 있는 일본을 넘어선 수치다.

출점 경쟁을 펼치던 편의점 업계는 차후 경쟁구도가 양이 아닌 '질'에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편의점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3년간 1만2000개 이상의 편의점이 새로 생기는 등 업계가 '출점 경쟁'을 펼친 것은 사실"이라며 "주요 업체들이 1만개 안팎의 점포를 확보해 '규모의 경제'성을 확보한 현 상황에서 업계의 관심사는 단순한 점포 개수가 아닌 수익률 제고"라고 말했다.

'한지붕 두 편의점' 논란을 일으킨 부산 송도의 한 건물. 1층엔 세븐일레븐이, 2층엔 GS25가 들어서 있다.

◆ 급격한 팽창 속 내실은 악화… '편의점 포화' 일본, 질적 성장으로 방향 틀어

편의점 업계가 질적 성장을 강조하는 배경엔 급격한 팽창으로 인한 내실 악화가 있다. 국내 편의점 점포당 매출액은 올해 2월에 전년동월대비 3.5% 감소하며 사상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인 후 6월까지 매월 줄어들고 있다. CU, GS25, 세븐일레븐 등 상위 3개 업체의 전체 매출은 2015년엔 전년 대비 26.5% 늘었지만, 2016년엔 18.2%로 성장세가 둔화됐다. 올해 들어선 1분기 12.1%, 2분기 10.8% 성장하는 데 그쳤다.

이런 사정은 편의점 선진국 일본도 비슷하다. 일본의 편의점 이용자 수는 올해 4월에 전년동월대비 0.5% 줄어 14개월 연속 역신장을 기록했다. 2013년 연간 6%대 수준이던 점포수 증가율은 꾸준히 하락해 올해 들어 2%대로 추락한 상황이다. 코트라 도쿄무역관 관계자는 "일본 전문가들 사이에선 '편의점 성공신화가 끝났다'는 진단도 나온다"고 전했다.

내수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일본 편의점 업계는 일찌감치 '질적 성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일본에서는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셀프 계산대를 도입하는 편의점이 늘고있다. 숨겨진 소비자층을 찾아내기 위한 움직임도 활발하다. 일본 세븐일레븐은 상품을 자택으로 배달하는 서비스를 현재 150개 점포에서 2019년까지 3000여개 점포로 확장할 계획이다. 세븐일레븐, 패밀리마트, 로손 등 일본 편의점 업체들은 노인 인구가 많은 농촌지역에 트럭을 파견해 '이동식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다.

앞선 편의점 운영 노하우를 이용한 해외 진출도 활발하다. 일본 세븐일레븐은 올해 6월 기준 태국 1만개, 한국과 미국에 각각 8943개, 8454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패밀리마트 역시 6월 기준 중국, 태국 등에 6530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일본 혼슈 지방에 있는 미에현의 한 노인 요양원을 방문해 영업 중인 세븐일레븐의 이동식 편의점 트럭 모습. 300~400종의 물건을 싣고 달리는 이 편의점 트럭은 온도와 습도를 조절할 수 있다.

◆ 일본 벤치마킹하는 국내 편의점업계, 해외진출·자동화·차별화로 활로 찾아

최근 국내 편의점 업계는 일본의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282330)은 이란 '엔텍합 투자그룹(Entekhap Investment Development Group)'과 마스터 프랜차이즈(Master Franchise) 계약을 체결하고 이란 시장에 진출했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007070)은 지난달 27일 베트남 손킴그룹과 합작법인을 세우고 베트남 진출을 선언했다.

IT 선진국의 장점을 살린 무인화 바람도 거세다. 롯데계열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지난 5월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정맥결제, 자동스캐너 등을 적용한 국내 최초의 무인편의점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를 열었다. 한국 세븐일레븐은 정맥결제 시스템 '핸드페이'를 서울 소공·잠실 인근 점포를 중심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31층에 문을 연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개장식에서 한 직원이 정맥의 굵기와 모양을 레이저로 인식하는 '핸드페이(Hand Pay)'를 사용해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

이마트24는 서울 코엑스 점포에 셀프계산대를 도입했다. 또 최근 사명을 바꾸면서 앞으로 문을 여는 모든 매장을 단순한 담배, 수입맥주 판매점이 아닌 '프리미엄 편의점'으로 출점하겠다 밝혔다. 이마트24 관계자는 "점포 수를 늘리는 단순 경쟁의 틀을 깨고 질적 경쟁의 구도로 바꾸겠다는 의미"라며 "널찍한 테이블을 둔 점포,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점포, 스터디카페 점포 등을 운영한 결과 이들 편의점 매출이 기존 점포 대비 두 배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GS25는 지난달 9000억원 규모의 가맹주 상생 방안을 내놓으며 앞으로 다른 회사를 포함한 모든 편의점 근처에 근접 출점을 자제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편의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양적 팽창을 거둔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며 "앞으로 편의점 업계의 '전선'은 독자적인 PB상품, 서비스 등을 통한 차별화와 인건비 절감 등을 통한 수익성 개선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