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2017년 세법 개정안'을 설명하고 있다.

세수(稅收) 확보를 위해 정부가 탈세가 이뤄지는 영역을 줄이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2일 발표한 내년 세제 개편안에는 세금을 거둘 수 있는 그물망을 촘촘하게 만들어 숨겨둔 세원(稅源)을 찾아내겠다는 방안이 여럿 담겨 있다.

해외에서 카드 600달러만 쓰면 자동 통보

가장 파급력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제도는 해외에서 신용카드(체크카드에도 동시 적용)로 한 건당 600달러(약 67만원) 이상을 결제하면 자동으로 관세청에 거래 내역이 통보되는 제도다. 한 건당 600달러 이상 결제되면 카드 회사와 여신금융협회가 거래 내역을 관세청에 실시간으로 넘겨주는 것이다.

2014년부터 시행된 이 제도는 올해까지는 분기당 해외 결제 금액의 합계가 5000달러(약 560만원)가 넘어야 적용된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분기 합계 5000달러'가 계속 유지되는 것은 물론이고 거래 한 건당 600달러가 넘으면 무조건 통보된다. 현재 면세(免稅) 한도가 600달러인데, 한도를 지키도록 유도하겠다는 의미다.

관세청은 이렇게 통보받은 거래 내역에 대해 관세 신고가 제대로 됐는지를 면밀하게 점검할 예정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해외에서 비싼 물건을 자주 사거나 관세 신고를 제대로 안 하는 사람을 명단화해서 상시적으로 감시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블랙 리스트'를 만들어 관세 탈루를 방지하고 세수를 늘리는 수단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건당 600달러 이상 지출하더라도 관세 신고를 성실히 하면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며 "불성실하게 신고했다가 적발되면 가산세 등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의해야 할 점은 해외에 직접 나가서 결제한 액수뿐 아니라 해외 직구(국내에서 인터넷 해외 쇼핑몰을 통해 물건을 사는 것) 역시 '건당 600달러 자동 통보'가 적용된다는 점이다. 그뿐 아니라 해외에서 한 번에 600달러 이상을 신용카드로 현금 서비스를 받아 인출할 때 역시 통보된다. 따라서 적지 않은 해외여행객과 해외 직구족들이 세정 당국의 관리 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출국하는 사람이 연간 2000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해외여행이 보편화됐고, 작년 한 해 우리 국민이 해외에서 사용한 카드 결제 액수는 134억달러(약 15조원)에 달한다.

해외 계좌에 5억원 넘게 넣어뒀으면 신고해야

성실신고확인제도를 적용하는 대상도 확대된다. 종합소득세를 신고할 때 납세자가 성실하게 신고했다고 세무사가 서명한 서류를 의무적으로 첨부하는 제도인데, 위반하면 가산세(5%)를 물어야 한다. 도·소매업의 경우 올해는 연 수입이 20억원 이상일 때 적용되지만 내년에는 15억원 이상, 2020년부터는 10억원 이상이면 적용하는 방식으로 대상자를 넓힌다. 개인 서비스업의 경우 2019년까지는 지금처럼 연 수입 5억원 이상에 적용되지만, 2020년부터는 3억5000만원 이상이면 성실신고 확인 대상이 된다.

해외에 돈을 감춰둔 사람들에 대한 감시망은 촘촘해진다. 해외 금융 계좌를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하는 기준 액수를 현행 '10억원 초과'에서 내년부터 '5억원 초과'로 바꿔 신고 대상자를 대폭 늘린다. 국내 거주자 및 국내 법인이 전년도 매월 마지막 날 중 어느 하루라도 보유 중인 해외 금융 계좌(현금·주식·채권 등 모든 금융자산)의 자산 합계가 5억원을 초과하면 관할 세무서에 신고해야 한다.

관세를 체납한 사람의 명단 공개도 지금은 체납액이 3억원 이상인 경우에 이뤄지지만, 내년부터는 2억원 이상으로 명단 공개 대상이 확대된다. 현금 영수증을 의무적으로 발행해야 하는 업종도 골프 연습장, 악기 판매점, 자전거 판매점이 추가돼 모두 61개 업종이 된다.